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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노조연맹,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전국교직원노조 등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유초중등 교육교부금 일부를 고등교육으로 확대하는 취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편안 반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7.14
▲ 교육단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편 반대" 교사노조연맹,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전국교직원노조 등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유초중등 교육교부금 일부를 고등교육으로 확대하는 취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편안 반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7.1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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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유·초·중등부문의 지방교육재정 일부를 고등교육재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나서면서 요즘 교육계가 시끌시끌하다. 지난 5일 박순애 교육부장관이 이를 구체화한 데 이어 7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재정규모까지 제시되면서 논란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교육계에선 '동생 돈 뺏는 꼴'이라며 강한 반발도 나온다. (관련 기사: 이탄희 "교육격차 커지는데... 윤 정부, 애들 학비까지 뺏나"

나는 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하게 들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유·초·중등 교육 강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로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재원으로 사용하도록 법률로 정해 놓은 것이다. 이 재원으로 지금까지 교사 수도 늘리고 학교 증축 등 교육시설 투자에도 사용해 왔다. 올해 예산규모는 약 65조 원으로, 이 중 내국세를 제외한 교육세 재원이 약 3조6천억 원을 차지한다.

정부는 '고등·평생 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교육세 재원 약 3조6천억 원을 대학 교육·연구역량 강화, 반도체 등 미래 핵심 인재 양성, 평생교육 지원, 지방대학 육성 등의 명목으로 고등교육재정으로 전용하겠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는 초·중등 교육과 고등교육 재정 간의 칸막이를 없애고, 내국세에 자동 연동되는 것도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지방교육재정 관련 주된 문제 인식은, 학생이 줄어드니 당연히 정부의 재정지원도 줄여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는 2000년 15조 원에서 올해 65조 원으로 4배 넘게 급증해 재정이 오히려 남아도는 형편인 데 반해, 학령인구는 2000년 810만 명대에서 현재 540만 명 수준으로 감소추세라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주장이다.

또 하나, 정부는 열악한 대한민국 고등교육재정 상황을 이유로 든다. 대한민국 학생 1명당 유·초·중등 교육비는 OECD 평균의 132% 수준이지만, 고등교육비는 2/3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유·초·중등 부문의 예산을 줄이는 대신 열악한 고등교육부문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게 맞을까.

정부 발표에 일제히 '반대'... 대학가에서도 달갑지 않은 분위기인 이유 
 
지난 11일 오후 박순애 교육부장관이 조희연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28일 국회 토론회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대학 전용' 반대 뜻을 밝힌바 있다.
 지난 11일 오후 박순애 교육부장관이 조희연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28일 국회 토론회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대학 전용" 반대 뜻을 밝힌바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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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정부 설명은 일견 타당하게 들린다. 그럼에도 교육단체들뿐만 아니라 교육감들까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는 이유는 뭘까? 학생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과밀한 학급이 많은 상황에서 지속적인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학급 수와 교사 수 등을 계속 늘려나가야 하기 때문에 재정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게 그 첫 번째 이유다. 재정을 두고 '제로섬 양상'으로 가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관련 기사: 교육교부금 개편에 교육계 반발... 제로섬 게임식 충돌 우려).

교부금 또한, 재정이 남아도는 게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세수 추계 오류를 반복했고, 지난 5월엔 국회 기획재정위 의원들이 이를 지적하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그 정도 오차가 있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사과하기도 했다. 최근 2년 연속 기재부가 추계를 잘못해 착시효과가 발생한 것인데, 오류를 바로잡아야 할 정부가 반대로 오류를 근거로 유·초·중등에 쓰일 재정을 고등교육에다 쓰겠다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본다.

고등교육 지원을 늘리겠다는데 대학가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것은 왜일까. 현재 대학가에서는, 현 정부의 교부금 논의 자체가 '반도체와 첨단 분야 인재양성'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뒷받침하려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유·초·중등과 고등교육 부문의 불필요한 갈등만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날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방-수도권 대학의 불균형 대책도 없는 채 반도체 인재양성문제로 지역 간 갈등까지 조장하게 되는, 순서가 뒤바뀐 정책이 될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선 이런 시도 자체가 기획재정부의 부처 권력 강화를 위한 '꼼수'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원래 지방재정교부금은 법률로 정해진 내국세 비율대로 매년 자동 편성되기 때문에 기재부가 예산 편성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기재부가 내국세 비율에 따른 교부금 편성방식 자체를 무력화, 이를 통해 자신들의 재정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개편논의, 사회적 합의 기초해야... 고물가인 이때 등록금 상승만이 답은 아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학생성장통합지원을 위한 교육복지포럼'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학생성장통합지원을 위한 교육복지포럼"에서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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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부금 개편의 문제점은 결국,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편을 추진한다는 데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어느 부문에 얼마만큼의 재정을 투여할 것인가는 한국 사회의 선택의 몫이므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또 하나, 교부금 논란의 중심에 열악한 우리나라 고등교육재정 상황이 있다는 것이다. 입학생 수 급감으로 인해 다수 대학이 운영위기와 존립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는 등록금 인상이라는 쉬운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려 한다. 대학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면 재정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러나 물가 상승으로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이 때 가계에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결국 그 동안, 고등교육계의 계속되어 온 요구에도 대학의 교육재정 확충에 미온적이었던 정부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한국의 고등교육재정은 GDP 총액 대비 약 0.6%에 불과해, OECD 회원국 평균인 GDP 1%에 턱없이 못 미친다. 열악한 정부 예산지원도 법률에 따라 편성되기 보다는 기획재정부의 연도별 예산편성에 기대고 있다. 대학별로는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3년 단위 대학평가를 통해 지원되는 일반재정에 목을 맬 수밖에 없지만, 일반재정의 경우 기재부가 용도처를 제한하고 있어, 이마저도 대학 운영에 필요한 직접 경비로는 쓸 수가 없다.

이번 교부금 논란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가 부족하나마 3조6천억 원의 추가 고등교육재정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점은 다소 고무적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으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기보다는, 고등교육뿐만 아니라 유·초·중등부문에서도 함께 요구하고 있는 별도의 고등교육재정 확충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에만 맡겨두기보다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같은 별도 입법을 통해 최소 OECD회원국 평균 이상, 더 나아가서는 세계 10위 경제규모에 맞게 OECD 회원국 상위 20개국 평균인 GDP 1.2%를 목표로 현 정부 임기 내 고등교육 재정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본다. 교부금 문제,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논의를 통한 합의와 공공성 강화를 통해 풀어나가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병국씨는 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태그:#교부금, #지방교육재정, #고등교육재정,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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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대학노동조합에서 정책실장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우리나라 대학들의 위기상황 극복과 고등교육재정의 안정적 확충, 사학의 민주적 운영과 대학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교육시민단체들과 함께 노력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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