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불나방이 개벤져스를 누르고 슈퍼리그 잔류를 위한 청신호를 밝혔다. 개벤져스는 챌린지리그 강등의 아픔을 맞이했다. 7월 13일 방송된 SBS 축구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는 불나방 vs. 개벤져스의 승강전이 펼쳐졌다.
 
슈퍼리그가 국대패밀리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2~4위팀인 액셔니스타, 월드클라쓰, 구척장신까지는 차기 시즌 슈퍼리그 잔류가 확정된 상태, 남은 것은 불나방과 개벤져스의 순위결정전이었다.
 
<골때녀>는 신설 '챌린지리그'의 출범과 함께 1+1 승강제 도입을 선언했다. 슈퍼리그 6위팀은 챌린지리그로 강등되고, 챌린지리그 1위팀은 슈퍼리그로 승격된다. 슈퍼리그 5위팀은 챌린지리그 2위팀과 승강플레이오프를 치러야 슈퍼리그 잔류를 결정짓는다. 한편 챌린지리그는 지난 시즌 슈퍼리그 진출에 실패한 원더우먼, 탑걸, 아나콘다와 함께 새로운 신생팀이 또 하나 추가될 예정이다.

순위결정전의 의미가 중요해지면서 양팀 모두 긴장감이 역력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에게 강등위기의 굴욕을 맞이한 불나방 하석주 감독은 승강전을 앞두고 "1골-1승이 절실하다"면서 의욕을 불태웠다. 아주대의 감독이기도 한 하석주는 "U리그(대학)에서는 9연승 중인데, 여기만 오면 골도 안 들어가고 승리도 없다. 눈치가 보여서 <골때녀>가 방송되는 날은 사우나도 편하게 못 간다"고 한탄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개벤져스 조혜련은 동갑내기인 박선영을 만나 "저번에 우승팀인데 왜 5, 6위전까지 왔냐"고 깐족거린 일화를 공개했다. 조혜련은 분노의 콧김을 내뿜는 박선영의 표정까지 그대로 재현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개벤져스 멤버들은 질색하며 "왜 상대를 도발해서 투지를 자극하냐"고 조혜련을 원망했다.
 
경기를 앞두고 불나방을 응원하기 위하여 김광규, 최용준, 김부용 등 <불타는 청춘> 남성멤버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국대패밀리 우승멤버이자 김병지의 아내 김수연과, 김혜선의 독일인 남편 스테판은 개벤져스를 응원했다.
 
시작부터 치열한 공방전 펼친 양팀

양팀은 경기 시작부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양팀 모두 1-2-1 다이아몬드 전술을 구사하며 불나방은 조하나, 개벤져스는 이은형을 각각 원톱에 배치하는 변화를 줬다.
 
독기를 품은 불나방은 강한 전방압박으로 개벤져스의 빌드업을 차단하며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개변져스는 김민경의 강력한 킥인을 앞세운 세트피스로 조금씩 반격의 실마리를 찾았다. 어느 때보다 몰입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독려하는 하석주의 모습에,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이영표, 최진철, 조재진, 백지훈 등 축구 후배들은 웃음을 참지못했다.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던 전반 7분, 불나방의 공격에서 서동주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운 킥인을, 중앙에 있던 조하나가 완벽한 위치선정에 이어 가볍게 왼발로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슈퍼리그 조별리그부터 시작하여 3경기 만의 첫 득점이었다. 감격한 불나방 선수들은 하석주 감독과 얼싸안았고 날갯짓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나눴다.
 
작전타임 이후 재정비를 거친 개벤져스는 만회골을 위하여 공세로 나섰다. 후반들어 개벤져스가 역습 상황에서 김혜선이 올려준 크로스가 김민경의 단독 찬스로 연결되며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심판은 노골을 선언했다. 김혜선이 공을 올려주기 전에 이미 터치아웃이 선언되며 심판이 휘슬을 분 상태였다. 개벤져스 벤치가 비디오 판독을 요구하며 강하게 어필했으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중계 리플레이 화면에는 터치아웃을 선언한 심판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 드러났다.
 
아쉽게 동점골을 놓친 개벤져스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프리킥 찬스에서 김민경이 슈팅 대신 측면으로 살짝 흘려준 볼이 이은형의 단독 찬스로 연결됐지만 골키퍼 안혜경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삽시간에 골문 앞에 양팀 선수들이 모두 몰리는 대혼전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송은영의 클리어링 미스를 틈타 김민경이 기습적으로 날린 중거리 슈팅이 살짝 골문을 벗아났다. 오나미의 측면 돌파에 이어 낮게 연결해준 패스는 김민경에게 연결되기 전에 안혜경이 차단했다. 불나방의 역습 상황에서 상대의 패스를 가로챈 신효범이 두 번이나 슈팅을 날렸으나 모두 골키퍼 조혜련의 정면으로 향했다.
 
경기 종료가 임박해오며 시간에 쫓긴 개벤져스는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진영까지 넘어온 조혜련이 김승혜의 코너킥을 이어받아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습 슈팅을 날렸지만 송은영의 수비에 막혔다. 불나방은 조혜련이 전진한 틈을 타 패스를 차단하여 박선영이 노마크 찬스를 얻을뻔했으나 김혜선이 엄청난 운동능력으로 달려와 공을 걷어내며 위기를 모면했다.
 
양팀은 막판까지 치열한 공방을 펼쳤으나 골은 더 이상 터지지 않았다. 불나방은 마지막까지 물러서지 않고 끈질긴 압박으로 개벤져스의 공격전개를 차단했다. 경기는 결국 조하나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낸 불나방의 1-0 승리로 끝났다. 불나방 멤버들은 서로 얼싸안고 승리의 여운을 즐겼다.

조하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좋다. 한 골과 1승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감독님을 위해서 제가 골과 승리를 선사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하석주는 "대표팀에서 골 넣은 것보다 더 기쁘다. 팀원들 서로의 마음들이 와 닿아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라며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개벤져스 멤버들은 또다시 패배와 강등의 아픔에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혜련은 "왜 항상 마음대로 안될까"라고 아쉬워하면서도 "지금까지 쌓아온 성이 무너진 것 같지만, 그래도 세상 끝난 건 아니다. 올라가야지, 올라왔다가 떨어지면 또 올라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포기하지않고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초창기 향수 느끼게 한 라이벌 매치

<골때녀>의 역사를 함께해온 원년 팀인 불나방과 개벤져스의 라이벌 매치는 오랜만에 초창기의 향수를 느끼게 했다. 두 팀은 역사적인 파일럿 시즌에서는 결승에서 만나 불나방이 승리했고, 정규편성 이후 첫 시즌에서는 개막전에서 만나 개벤져스가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며 우승팀인 불나방을 유일하게 이긴 팀이 됐다.

그리고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승강전에서 만나 또한번 불나방이 승리하며 개벤져스를 챌린지리그로 강등시키는 기묘한 악연을 이어가며, <골때녀>의 대표적인 라이벌 구도로 자리매김했다.
 
두 팀은 <골때녀>라는 프로그램이 탄생하는 데 있어서 큰 영향을 미쳤다. <골때녀>의 시작이 바로 <불타는 청춘>에서 박선영을 비롯한 여성 출연자들과 제작진이 축구 대결을 펼치는 에피소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했다. 불나방은 서동주를 제외하고 모두 <불타는 청춘>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골때녀> 제작진 역시 <불타는 청춘>에서 넘어온 멤버들이 다수다.
 
불나방은 40~50대 이상의 '화려한 독신' 여성 연예인들이 나이와 신체적인 한계를 딛고 중년의 저력을 보여주는 팀이다. 개벤져스는 개그우먼 출신들 특유의 끈끈한 팀워크가 돋보인다. 박선영처럼 실력이 뛰어난 멤버들도 일부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수구성이나 색깔 모두 축구 자체에 최적화된 팀이라기보다는, 끈끈한 패밀리십을 바탕으로 같은 취미와 동질감을 공유한 '동반자들'에 가까운 분위기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런데 이로 인하여 불나방과 개벤져스는 <골때녀>의 방향성이 변질되면서 가장 손해를 본 팀들이기도 하다. 본래 <골때녀>의 매력은 '축알못' 여성 멤버들이 좌충우돌하면서 서서히 생활축구의 재미에 눈을 떠가는 과정에 있었다. 그런데 시즌2에 접어들며 초반의 인기와 화제성에 도취된 <골때녀>가 무분별한 신생팀 창단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선수영입이 속출하며 팀 간 밸런스가 급격하게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 국대패밀리를 비롯하여 월드클라쓰, 원더우먼같은 팀들은 그 특성상, 선수영입이 자유롭고 이미 실력이 월등한 멤버들을 섭외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렇게 되면 불나방과 개벤져스처럼 멤버들의 연령대가 높거나, 축구경력이 짧은 초보들 위주로 구성된 팀들, 그리고 팀 콘셉트에 맞춰 선수 영입의 폭이 제한이 걸린 팀들은 상대적으로 점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골때녀>는 시즌2에 접어들며 출연자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고, 초보들의 성장기보다는 몇몇 실력이 걸출한 멤버들(이정은, 송소희, 정해인 등) 위주로 지나치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며 초심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골때녀>에 열광한 것은 출연자들에게 처음부터 프로같은 높은 수준을 기대했기 때문이 아니다. 조혜련, 이현이, 바다처럼 처음 시작할 때의 실력은 월등하지 않더라도, 진심으로 축구를 즐기고 도전할 줄 아는 출연자들의 '성장서사'가 준 감동 때문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골때녀>가 무리하게 규모를 키우는 데만 치중하면서, 초반의 순수하게 축구의 매력에 눈을 떠가던 소소한 공감대와 잔재미는 사라지고, 어느덧 과도한 경쟁과 실력의 '빈부격차'만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다소 맥빠졌던 시즌2의 결승전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아가자기했던 불나방과 개벤져스의 승강전은, 지금 <골때녀>가 놓치고 있는게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골때녀 개벤져스 불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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