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법원 전산계 공무원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합니다. 하청업체가 아무리 바뀌어도 우리는 공무원과 직접 소통하고 지시받아 일합니다. 심지어 공무원들이 우리 업무에 만족하는지 서비스 만족도 조사도 합니다.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지난 1일부터 일손을 놓은 법원의 전산직 하청 노동자들이 부산지방법원 앞에서도 공개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과 창원 등 영남권에서 10여명의 노동자가 참석했다. 주말을 제외하면 이틀째 파업 중인 이들은 "법원이 원청의 책임을 다하고,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사법부 역사에서 전산직 하청노동자의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전국 170여개 법원·등기소 등에서 등기전산, 법원정보시스템의 운영 유지보수를 맡아왔다. 과거 법원 직원들이 하던 업무를 대신하면서 '전산운영자'로 불린다.
(관련기사: 사법부 역사상 최초 하청노동자 파업 "법원갑질 못 참겠다" http://omn.kr/1zkia)
노조는 파업의 이유로 '법질(법원의 갑질)'을 지목했다. 법원이 전산직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낮은 인건비를 감내하고 법원의 각종 업무를 수행해왔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들은 "중간 착취 분쇄"라는 구호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표현했다. 법원 전산직 창원 쟁의대책위원 A씨는 "법원이 하청업체와 계약하면 최초 책정된 사업비에서 최대 40%를 할인율이라는 이름으로 삭감하고, 업체는 또 중간에서 착취를 한다"라고 말했다. A씨는 "이 자료를 요구했지만, 법원이 공개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전산직 노동자들은 상시지속 업무에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민간 고도의 기술 활용 분야'이자 '장기적 사안'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공무직 전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 쟁의대책위원 B씨는 "법원과 용역업체는 1년 혹은 2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우리는 그때마다 고용, 경력을 걱정하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파업 참가자들은 마지막에 낭독한 공동 성명에서 "신뢰를 회복할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라며 법원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호소했다. 동시에 이들은 "이 기회를 살리지 않는다면 오늘 남도 끝에 모인 노동자들의 분노가 내일은 국민적 분노로 확산할 것"이라며 법원에 경고장도 날렸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법원이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제헌절을 앞두고 15일 법질행위를 부당행위라고 판결하는 행사를 연다"라며 "이외에도 각 법원 앞 1인시위, 실태조사 결과 발표, 증언대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파업을 놓고 법원은 "사업 예산 범위 내에서 조달청의 경쟁 입찰을 거쳐 사업자를 선정하며, 협력업체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한 적이 없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언론에 보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와 관련해선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대법원 11억 넘게 중간착취... 노동부는 삼권분립 황당 답변" http://omn.kr/1zk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