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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번 한국전 참전비 앞에 선 최종곤 회장
 멜번 한국전 참전비 앞에 선 최종곤 회장
ⓒ 스텔라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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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호주 이민자가 호주 연방총독으로부터 국민훈장을 받았다. 1978년 1월 호주로 이민을 온 뒤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 꾸준하게 봉사해 온 최종곤 한국전참전비관리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최종곤 위원장은 지난 2016년 10월 '제10회 세계 한인의 날'을 맞아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바 있다. 

최종곤 위원장은 2022 OAM(Order of Australia, 호주국민훈장) 수훈자로 선정됐는데, 이 훈장은 호주 사회를 위해 뛰어난 공을 세운 업적이 인정되는 호주 시민이 선정된다. 1975년 2월 14일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를 맞으면서 호주 정부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권유하면서 시작된 유서 깊은 훈장이다.

최 위원장은 2019년 5월 2일 멜번 시내 인근 매리비농(Maribyrnong)시에 있는 쿼리 파크(Quarry Park) 소재 한국전참전비 설립을 위해 수 년에 걸쳐 헌신했다. 참전비 건립 이후에도 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이 참전비는 디자인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조홍주 멜번분관 총영사의 뜻에 함께하며 건립추진위원장이 돼 한국은 물론 호주의 다른 도시, 뉴질랜드 그리고 미국과 세계 곳곳의 지인들을 직접 찾아 다니며 설명하고, 자금을 마련하는 등 동분서주해 건립을 완성시켰다는 평가다.

멜번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참전비를 세울 것이라는 애초의 계획이 나왔을 때 반신반의하거나 언제 그 일이 이뤄지겠느냐고 했던 일부 의견들을 뒤로 하고 예정보다 훨씬 앞당겨 참전비를 완공했다. 당시 한국의 피우진 보훈처장을 비록해 호주 정·재계 고위급 인사, 한국전 참전 호주용사 등을 초대해 개막식을 갖기도 했다.

마리비농 시청에서는 특별히 내세울 상징이 없던 쿼리 파크에 아름다움과 의미를 동시에 가진 참전비를 세워 랜드마크로 만들었다. 또한 '우방국으로서의 도움에 감사를 표할 줄 아는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만들며 양국 관계를 더더욱 돈독히 하는데 일조한 했다. 그러던 중 호주 보훈처와 함께 최종곤 위원장을 호주훈장 수훈 후보로 추천했다.

추천 관련 서류들은 이미 3년 전에 등록됐으나 그간 코로나 팬데믹 상황 등으로 진척이 없다가 이번 2022 영국여왕탄신일(Queen's Birthday)에 맞춰 선정 발표가 났다.
 
멜번근교 마리비농 쿼리 파크에 세워진 참전비는 예술적으로도 인정을 받은 작품이다.
 멜번근교 마리비농 쿼리 파크에 세워진 참전비는 예술적으로도 인정을 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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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보훈처와 마리비농 시청은 최종곤 위원장에 대해 "참전비 건립에 큰 공을 세웠을 뿐 아니라 이를 계기로 한국전 참전 호주용사들을 위한 보살핌과 행사를 지속적으로 이어왔으며 한인골프연맹 회장으로서 골프 꿈나무들에게 미국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스포츠 분야에서도 큰 공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인사회에도 큰 헌신을 했다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크고 작은 행사에 언제나 물심양면으로 협조를 해왔으며 특히 1990년대 중후반, 제 20대 한인회에서는 부회장으로 봉사했고 한인회관 건립을 위해 여러차례 성금을 쾌척했다.

또한 지난 2021년 문을 닫기 전까지 운영했던 서울하우스에는 한국을 알리기 위해 호주를 방문한 정치인, 스포츠 선수, 연예인들을 위해 아낌 없는 지원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초부터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지난해까지 멜번 평통을 지회로 승격시키고 지회장으로도 활동했다. 

최 위원장은 "누구라도 형편이 되면 했을 일을 한 것인데, 대한민국 대통령 훈장에 이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호주의 총독으로부터 훈장을 받게 되니 정말 기쁘고 감격스럽다"라며 "또한 남은 시간 동안에도 지금까지보다 더 봉사하라는 뜻도 담긴 것 같아 새삼 어깨가 무거워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자와 함께 궂은일을 도맡았던 아내 서정금씨 역시 "가문의 영광이라는 말이 실감이 된다"면서 "무슨 일을 맡으면 하루 스물네 시간을 그 일에 매달리고 잠을 설치며 고민하는 걸 보면서 왜 저러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인정을 받고 호주의 국민훈장까지 받게 되니 솔직히 큰 보람과 뿌듯한 감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인사회에서 호주국민훈장 수훈자가 나왔다는 것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호주사회에서 한인은 소수에 속하기 때문이다. 공적의 깊이를 보여준 쾌거라는 평가다. 최 위원장은 웃으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남은 시간, 필요한 곳에, 조용하게 봉사를 계속해야겠지요. 건강 잘 지켜 그 일을 하겠다는 것이 이제 남은 꿈입니다. 이만한 시간을 살아오다 보니 더불어 살고 사회를 위한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기쁨을 주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최종곤 위원장과 배우자 서정금씨 슬하엔 프로골퍼인 아들 현(마이클 초이)씨와 딸 은아씨가 있다. 

한편, 최 위원장 외에 2022 호주국민훈장 수훈자로는 테니스 영웅 애쉬 바티(Ashleigh Barty), 프로 골퍼 아담 스콧(Adam Scott) 등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스타들을 비롯해 로버트 맥클리랜드(Robert McClelland) 전 연방하원의장, 카르멘 로렌스(Carmen Lawrence) 전 서호주 주총리, 래리 앤소니(Larry Anthony) 전 국민당 연방총재 등 정치인들과 군인들도 있다.

태그:#호주멜번, #호주국민훈장, #자랑스런 한국인, #참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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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민 45 년차. 세상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고 그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사를 찾아 쓰고 싶은 사람. 2021 세계 한인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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