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충남의 산골 마을을 중심으로 가뭄 피해를 호소하는 농민들이 늘어가고 있다. 충남 홍성군 장곡면의 경우 지난 4월 26일 비가 내린 뒤로 비 소식이 없다.
특히 농업용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산골 마을의 다랑논과 밭을 중심으로 가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3일 홍성군 장곡면을 찾았다. 일각에서는 가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장곡면에 사는 농민 A씨는 "일부 산골 마을의 논에서는 급한 대로 수돗물을 끌어다 논에 물을 대는 경우도 있다"며 "밭에서는 고구마가 말라 죽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26일에 비가 아주 조금 내렸다. 물론 그전에도 워낙 가물어서 소량의 비로는 해갈이 안 됐다"고 덧붙였다.
장곡면 농민 B씨도 "가뭄이 최악이다. 고구마와 미니 단호박을 심었다. 밭에 물을 대는 스프링 쿨러를 설치하지 못해 주전자로 물을 주고 있다"며 "비닐하우스는 아직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노지(야외)의 경우 상황이 심각하다. 고구마와 단호박 잎이 말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장곡면 농민 C씨는 "내 나이가 이제 80살이다.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데 다 말라 죽게 생겼다. 경운기로 30번 정도 물을 실어다가 고구마 밭에 주었다"며 "너무 가물어서 그런지 잎이 타들어 가고 있다. 군청에서 관정이라도 파 주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평야 지역 논의 경우 아직 여유가 있다. 저수지에서 끌어올 물이 남아 있어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년에 가뭄이 발생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친환경 농업 전문가인 주형로씨는 "저수지에 물이 남아 있어 평야에 있는 논의 경우 가뭄이 심각하지 않다. 하지만 모(벼)를 다 심고 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저수지에 담겨 있던 물이 거의 소진돼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경고했다.
주씨는 "현재 충남에 있는 거의 모든 저수지 바닥에 퇴적물이 쌓여 있다. 저수용량이 시간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며 "저수지 바닥의 흙을 퍼내서 가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충남에는 극심한 가뭄이 닥쳤다. 당시 홍성군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기우제까지 지내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