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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인천 신포시장. 신포시장 인근에는 복잡한 시장통과 달리, 봄날 햇볕 스민 여유로운 골목이 있다. 이곳엔 반백 년 이상 손님을 맞고 있는 가게가 자리한다. 다정한 주점 '대전집'과 털실처럼 포근한 가게 '송현모사'다.

맛 고수들이 줄이어 찾는 '대전집'
 
대전집의 메뉴는 스지탕과 녹두 빈대떡, 두부전 딱 세 종류다. 이 집의 메뉴인 스지탕은 특별한 맛을 자랑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아낸 맛의 조화로 술안주엔 최고로 정평이 나 있다.
 대전집의 메뉴는 스지탕과 녹두 빈대떡, 두부전 딱 세 종류다. 이 집의 메뉴인 스지탕은 특별한 맛을 자랑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아낸 맛의 조화로 술안주엔 최고로 정평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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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 곳, 대전집(대표 최재성, 58세)의 역사는 1972년도부터 시작됐다. 최 대표의 어머니가 적산가옥을 주점으로 개조해 문을 열었다.

"당시 이 일대에선 골목 땅값을 우리 가게가 올린다고 했을 만큼 장사가 잘됐다고 해요. 어머니는 장사하신 돈으로 인하대에 10년 동안 장학금도 기부하셨죠."

최 대표가 가게를 이어받은 건 1990년대 중반이다.

"IMF 때였는데 그땐 생계를 위해 절실했죠. 아이도 있었고 가정을 책임져야 했으니까요. 대학교 때 어머니 대신 잠시 가게를 본 적 있는데 매출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거든요. 그땔 생각했는데 막상 맡고보니 막차를 탄 거였더라고요. 서울에만 있어 그걸 파악하지 못했죠."

그러다 5~6년 전부터는 먹는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방송 섭외가 줄을 이었다. 수요미식회에 출연했던 요리연구가 박찬일 셰프가 여러 차례 이곳을 방문했고, <한국인의 밥상>, <6시 내 고향>,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등 방송 출연도 잦았다. 덕분에 최근엔 젊은 손님들이 더 많을 만큼 가게 풍경도 바뀌었다.

맛 전문가와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 집만의 맛과 넉넉한 음식량이다. "식당에 가면 밥양이 적은 게 싫었어요. 누구나 먹는 양의 차이가 다르잖아요. 제 경우 곱창을 좋아하는데 언젠가 곱창 가격이 올랐을 때 곱창가게에서 가격은 무서워 못 올리고 대신 음식량을 확 줄였더라고요. 그게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빈티지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 곳, 대전집은 1972년도부터 시작됐다. 최 대표의 어머니가 적산가옥을 주점으로 개조해 문을 열었다.
 빈티지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 곳, 대전집은 1972년도부터 시작됐다. 최 대표의 어머니가 적산가옥을 주점으로 개조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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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집의 메뉴는 스지탕과 녹두 빈대떡, 두부전 딱 세 종류다. 메뉴가 적은 데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음식의 질을 높이려는 최 대표의 의지가 담겨있다.

그중 대표 메뉴인 스지탕은 특별한 맛을 자랑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아낸 맛의 조화로 술안주엔 최고로 정평이 나 있다.

"어머니 요리방법을 좀 탈피해 보려고 조미료를 아예 넣지 않았더니 대번에 맛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조미료를 대체할 수 있는 걸 연구하다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육수에서 제대로 된 맛을 찾았어요."

스지는 소의 힘줄을 가리키는 일본말이다. 고집 센 사람을 쇠심줄이라 했을 만큼 질긴 식재료다. 그만큼 요리시간도 길다. 핏물 빼고 끓여서 기름 제거한 후 삶는 시간까지 대략 7시간. 이렇게 준비한 스지에 감자 등 부재료를 넣고 육수를 부어 끓이는 음식이 스지탕이다.

최 대표의 어머니가 스지탕을 메뉴로 내놓은 배경에는 개항장이었던 지역의 역사와도 맥락이 닿아 있다.

"어머니가 대전에서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일본인들은 갔지만 그 흔적은 남아 있었다고 해요. 스지탕을 아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음식을 부활시켜보라는 요구가 많아 내놓게 되었대요."

최 대표의 어머니가 가게를 운영했을 당시 이 일대 다른 음식점에선 스지탕이란 음식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단다.

스지라는 음식명칭은 우리 어머니가 최초로 쓰셨다고 해요. 당신이 그러시더라고요. 다른 집도 이 음식을 했지만, 외래어라 다른 명칭을 썼는데 그 명칭도 애매해서 그냥 스지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다고요. 그러다 스지탕이 보편화 되면서 다른 집도 스지로 바꾸어 썼다고 해요."
 
대전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재성 대표.
 대전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재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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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스지탕 만큼은 최고가 되기 위해 인천처럼 일본인이 머물렀을 만한 도시를 찾아 부산, 군산, 목포도 직접 방문했다.

"군산과 목포에는 스지가 없었어요. 맛의 고장인 전라도에 왜 없을까 궁금했죠. 결론은 나주곰탕 등 탕으로 음식문화를 형성해나간 것으로 짐작이 되더라고요. 실제로 전라도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설득력 있는 얘기래요. 부산은 일본처럼 많긴 한데 유부나 어묵과 함께 스지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어요. 맛도 간장 베이스라 달죠. 우리 집 맛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더라고요."

최 대표는 앞으로 70세까지는 혼자서 장사를 이어갈 생각이다.

"어느 손님이 30대 초에 우리 집에 와 소주 한잔 드신 적이 있는데 이렇게 좋은 술안주는 처음 먹어봤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최고죠. 그 맛에 장사하는 보람을 느껴요."

■ 대전집
○ 가는 길 : 인천 중구 우현로 39번길 7
○ 영업시간 : 오후 4시~10시
 

100년 가게의 꿈을 향해, 송현모사
 
송현모사에서 판매하는 털실들
 송현모사에서 판매하는 털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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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모사는 채유미(52), 장재영(57) 부부가 운영하는 털실 도·소매점이다. 바느질, 뜨개질 등 손끝이 야무졌던 채 대표의 어머니가 주변인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1962년 문을 열었다. 채 대표는 90년대 초부터 어머니를 도우며 일 해왔고, 사위인 장재영 씨는 퇴직 후 2017년부터 합류했다.

60년 넘게 이 가게가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머니때부터 지켜온 신용과 노하우, 고객에 대한 정성어린 서포트 때문이다. 가게 성장의 밑거름이기도 하다.

"저희 가게는 단골 고객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저희를 대신해 광고를 해 주시죠. 덕분에 전국에서 손님이 오세요."

송현모사는 규모면에서도 전국에서 손꼽힌다. 뜨개실뿐만 아니라 관련 부자재까지 모두 취급한다. 없는 건 구해서라도 손님에게 안겨주기에 사실상 손님이 찾는 물건 중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손님을 통해 자연스레 동향 파악이 되죠. 또 고객의 요구를 맞춰주기 위해 어느 정도 재고는 갖고 있어야 해요. 실제로 지금 꺼내면 이런 것도 있었구나 싶을 만큼 옛날 실도 있는데 예전 실은 색도 예쁘고 양이 많으면서 가격도 저렴해 이런 실만 찾는 마니아들도 있죠."
 
1962년 문을 연 신포시장 송현모사. 60년 넘게 가게가 건재할 수 있었던 배경엔 오랫동안 지켜온 신용과 노아후,고객에 대한 정성어린 서포트 때문이다.
 1962년 문을 연 신포시장 송현모사. 60년 넘게 가게가 건재할 수 있었던 배경엔 오랫동안 지켜온 신용과 노아후,고객에 대한 정성어린 서포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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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부부의 딸이 합류하면서 모바일 세대에 맞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한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유튜브에서는 뜨개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 방문이 어려운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홍보 효과도 있지만, 유튜브 운영 역시 손님을 위한 배려 차원이에요. 가게가 성장하는 것도 어렵지만 지속되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현재 60년을 넘었으니 앞으로 100년까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송현모사에는 뜨개질 강사가 항상 상주해 있다. 판매될 물건의 샘플 작업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손님들에게 서비스차원에서 뜨개질 개인 강습을 제공해 주고 있다.

"단골 중심으로 움직이는 가게이다 보니 최선을 다하는 거죠. 처음엔 코도 못 잡던 손님들이 나중엔 선생님 수준까지 향상되는 경우도 많아요. 서두르지 않고 마음을 비운 채 뜨다 보면 점점 실력이 느는 것 같아요. 첫 작품이 완성되면 자랑하러 오는 손님도 많죠."

오래된 가게인 만큼 재미난 일도 많다. 그중 손님 중에는 3대가 함께 가게를 방문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딸에게 떠준 옷을 딸이 고이 간직했다 자신의 딸에게 입혀 방문한 적이 있어요. 뜨개실은 통풍만 잘 되면 썩지 않기 때문에 대를 이어 입을 수 있는 옷이 되죠."
 
현재 송현모사를 운영하고 있는 채유미(오른쪽), 장재영 부부
 현재 송현모사를 운영하고 있는 채유미(오른쪽), 장재영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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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 모두 심성이 좋고 밝다"며 "뜨개질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세미를 뜨는 할머니 손님이 있는데, 그분이 어느 날 수면제 50알이 든 병을 가게에 가지고 오셨더라고요. 수면제를 드셔야 잠이 드는데 뜨개질로 수면제를 대체하셨다면서요."

설렘을 갖고 가게를 찾는 손님과 그런 손님을 진심으로 맞아주는 주인 덕분에 송현모사의 이야기는 실처럼 길게 이어지고 있다.
 
■ 송현모사
○ 가는 길 : 중구 제물량로 166번길 20
○ 영업시간 : 연중무휴(설날, 추석 제외)
 

김지숙 I-view 객원기자 jisukk@hanmail.net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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