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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건보건단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용관님
 노동안건보건단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용관님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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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15년째입니다. 국회 앞에 농성 텐트를 치고 계절이 두 번 바뀌고 있습니다. 두 활동가가 곡기를 끊은 지 23일째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회에 마지막 경고를 하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국회는 지금까지 뭘 했습니까? 왜 아직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까?

자유와 평등과 적폐 청산을 외치며 촛불정권을 탄생시킨 지 5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촛불정부 문재인 정권과 180석 민주당은 정권이 다 하도록 뭐하고 있다가 차별금지법 하나도 제정하지 못했습니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과 분노를 참을 수 없으며 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나마 며칠 전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주민 의원이 중심이 되어 차별금지법 입법계획이 논의되고 공청회 계획이 수립되었다고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에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한가하게 공청회니 반대 여론이니 핑계대지 말고 집권 여당으로서 임기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통과시켜 주십시오. 문재인 정권이 차별금지법 하나도 제정하지 못한 부끄러운 정권으로 역사에 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국민의힘에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특정 종교단체 등 일부의 주장을 앞세워 발목 잡는 일을 당장 멈추고 법 제정에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차별금지법을 반대한 정당으로 발목이 잡힐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할 이유나 필요성, 중요성, 정당성은 차고도 넘칩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것이고, 모든 사람에게 예외가 없어야 합니다. 인종, 지역, 성, 계급 등 모든 영역에서 평등하고 인간다운 존엄을 누리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며 시민의 기본적인 인권입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차별은 금지되어야 합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이고 이를 침해하는 것은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적 불평등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젠더 갈라치기, 성소수자 차별, 장애인 이동권과 기본권 요구 외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최저임금 훼손, 지역 차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등 제대로 시정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이어야

특히 지난 대선에서 성별, 나이, 지역 등 차별과 혐오, 젠더 갈라치기가 두드러졌습니다. 차별과 혐오를 시정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이를 조장하고 갈라치기 하는 공약으로 표를 얻는 것을 보면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활동하는 유가족인 저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이 더욱 절실한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일터에서 차별받지 않고 죽지 않게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합니다.

차별은 일터의 위험을 약자에게 떠넘기고 가리고 증폭시키는 요인입니다. 목소리 없는 이들에게 떠넘겨진 위험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위험을 막기 위한 소통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차별받는 노동자는 죽음에서마저 차별받게 되는 것입니다.

목숨을 건 위험한 일은 외주화되어 하청업체 비정규직에 전가되고 있습니다.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더 많이 죽습니다.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마저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노동 현장의 차별이 없어져야 노동자가 더 안전합니다. 모든 노동자가 안전한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생명안전사회를 위해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꼭 필요합니다.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이어야 합니다. 차별과 평등을 두고 저울질하지 마십시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님입니다.


태그:#차별금지법, #평등하고 인권다운 삶, #문재인정권, #촛불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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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황상기 씨의 제보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전자산업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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