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20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은 토크 예능이 있었던가. 바로 지난 20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대한 이야기다. tvN 간판 프로그램이면서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선보여 인기를 얻어왔던 <유퀴즈>가 안타깝게도 갑론을박의 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출연을 놓고 마치 지난 대선을 방불케 하는 보수-진보 지지세력의 갈등이 재현되는가 하면 출연자 선정 과정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이어지면서 방송 연예계를 넘어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말았다. 한쪽에선 "왜 섭외한 거냐?"라는 비판이 쏟아지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출연자 홀대 아니냐?"라는 극과 극 반응이 엇갈리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기존 방영분과 달랐던 출연자 등장·내용 구성
 
 지난 20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20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20일 방영된 <유퀴즈> 150화의 시작을 알리는 화면 구성과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금일 초대손님을 소개하면서 이어진 화면 속 자막은 "무수히 반복된 보통날 속, 예기치 못한 날의 기습"이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비, 눈이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치는 배경 화면과 더불어 "제150화 어느 날 갑자기"라는 회차 제목이 어두 컴컴한 하늘을 비추며 소개됐다. 

스튜디오에 차례로 모습을 보인 MC 유재석과 조세호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팽배했다. 그리고 이어 윤 대통령 당선인이 등장했다. 한주전만 하더라도 유재석이 조세호를 구박하는 멘트로 유쾌하게 시작했던 반면, 이번만큼은 되려 두 사람이 초대손님 앞에서 긴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내용 없던 방송, 급조된 편성이었나
 
 지난 20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20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윤석열 당선인은 웃으며 긴장한 두 MC에게 "그럼 제가 안 나올 걸 그랬나"라며 농담을 건네는 등 경직된 분위기를 완화시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날의 미묘한 분위기는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을 정도였다. 

이번 <유퀴즈>에서 소개된 윤 당선인의 에피소드는 새로울 게 없었다.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이야기, 검사시절 밥 총무를 했다는 에피소드 등은 지난해 SBS <집사부일체>를 비롯,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보통 특정 1인을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토크 예능이라면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앞서기 마련이다. 수집된 자료를 방송 곳곳에 활용하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소개되기 마련이지만 <유퀴즈>에선 그런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내용 자체가 이렇다 보니 윤 당선인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서 충분한 시간적 여유 없이 급하게 마련된 방영분인가라는 의구심까지 생기게 했다. 

지지 성향별 극명한 차이, 환영받지 못한 방영분
 
 지난 20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20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유퀴즈>를 두고 윤 당선인의 지지자와 그렇지 않은 시청자 사이 극과 극 반응도 눈길을 끈다.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선 "달랑 20분도 안 되는 내용이 뭐냐", "제작진 일하기 싫은 티 팍팍 낸다"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또한 "유재석도 알고보니 좌빨이다"라는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험한 말로 유재석을 비난하는 글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반대로 그의 출연을 반대하는 진보 성향 시청자 쪽에선 "왜 출연시킨 거냐, 본인 이미지메이킹 하나?"부터 "대선 TV 토론은 핑계 대며 피하더니만 홍보 목적 프로 출연은 냉큼 한다"라는 등 냉소적인 견해가 주를 이뤘다. 결과적으로 <유퀴즈> 윤 당선인 편은 누구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한 방영분이 되고 말았다.

물론 차기 대통령에 취임하는 정치인의 예능 프로 출연은 크게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두고 이어지는 잡음들이 파장을 키우고 있다. MC 유재석을 향한 악플이 이어지는가 하면, 프로그램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대선을 두고 지지 세력 간 극명한 갈등 및 양분 현상이 빚어졌음을 고려할 때 거물 정치인 출연이 결코 해당 프로그램에 득 될 게 없다는 걸 <유퀴즈>가 다시 한번 증명했다. <유퀴즈> 측은 정말 이런 파장은 예상하지 못한 걸까. 제작진과 방송사 측 속내가 내심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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