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은 대단한 특권이다. 그것이 자기 자신이든, 남의 인생을 돕는 것이든. 그리고 성공이란 실패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4월 20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특집으로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바꿔낸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검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윤석열 당선인, 가수에서 변호사가 된 이소은, 직장 오래 다니는 법 명언의 주인공인 은행원 이성엽, 댄서에서 디자이너가 된 임세아씨가 출연했다.
 
논란이었던 윤 당선인 출연, 정치색 빼고 일상 얘기
 
 tvN <유 퀴즈 온더 블럭>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더 블럭> 한 장면. ⓒ tvN

 
윤석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첫 자기님으로 등장했다. 베테랑 MC 유재석도 긴장한 기색을 드러내며 "사뭇 저희 촬영장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 건 사실이다"라고 이야기하자 윤 당선인은 "그럼 안 나올 걸 그랬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워지겠죠? 많이 도와달라"며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었다.

윤 당선인은 오전 6시에 기상하여 전화, 문자, 기사, 브리핑 등으로 일과를 시작하며, 늦으면 새벽 3시까지도 서류와 자료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유재석이 당선인을 향한 질문 중 혹시 국가적인 보안사항이 있을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워하자, 윤 당선인은 "제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국민들께서도 아셔야 할 것 아니겠나"며 호탕한 모습을 보였다.
 
대선 후보 때부터 먹방으로 화제가 된 윤 당선인은 촬영 전날에도 하루에만 네 끼를 먹었다고 이야기하며 음식으로 대화를 물꼬를 텄다. 윤 당선인은 음식과 소통의 관계에 대하여 "누구나 먹는 얘기를 하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다 먹고살려고 하는 짓 아닌가"라고 밝혔다.
 
대통령 당선을 실감하는 순간에 대하여 윤 당선인은 "지금도 선거중이라는 꿈을 꿀때가 있다. 깨어나보면 선거는 이미 끝나있다. 선거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그때가 그리워지기도 한다"고 답했다. 대선 당시 큰 화제가 되었던 SBS 개표방송에서 A.I 윤석열이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에 대하여 윤 당선인은 "그건 저도 봤다. 좀 어색하더라"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윤 당선인은 정당 대선후보→대통령 당선인이 되면서 경찰→경호처로 달라진 경호의 무게와 수위를 보면서 차이를 실감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당선인이 되면서 윤 당선인은 최초의 검사출신-1960년대생-최다 반려동물 보유자-최다 몸무게 등 여러 가지 기록을 세웠다.
 
윤 당선인은 사법시험만 무려 9수 경력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어릴 때 목사-교수 등을 꿈꿨다는 윤 당선인은 검사라는 직업에는 원래 관심이 없었다고.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사법연수원을 마칠 때만 해도 변호사 개업을 먼저 생각했으나, 공직생활을 경험해보라는 지인들의 권유로 시작된 검사 생활을 이렇게 오래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최근 대통령 취임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고백했다. 선거 때만 하더라도 긴장 안 하고 잠도 잘잤지만 오히려 선거가 끝나고나서 숙면을 잘 못 이룬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잘살 수 있는 편한 결과를 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
 
윤 당선인은 "대통령은 고독한 자리"라는 생각을 밝히며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어록인 '모든 책임은 여기에서 끝난다'를 언급했다. "많은 사람과 상의도 하고 고민도 하지만, 결국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들의 기대도, 비판과 비난도 한몸에 받는다. 열심히 하고 그에 따른 책임과 평가를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 당선인의 예능 방송 출연에 대하여 일각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논란의 여지를 의식한 듯 제작진과 MC 모두 평소보다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정치 현안에 대한 민감한 이야기는 일절 나오지 않았고 출연분량도 20분이 채 되지 않을 만큼 그동안 출연했던 다른 유명 게스트들에 비하면 오히려 짧은 편이었다.
 
윤 당선인의 인간적이고 소탈한 모습이나 대통령직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언급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다만 기존 언론이나 방송이나 이미 다뤄진 에피소드에 비하여 좀더 새롭거나 깊이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월급이라는 금융치료 받으면 퇴사 욕구 사라져"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tvN

 
은행원 이성엽씨는 5년 전 <무한도전>에 출연하여 유재석과의 인터뷰에서 '한 직장 오래 다니는 비결'에 대하여 '빚을 내면 된다'는 어록으로 큰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빚이 있으면 아무리 치사하고 더러워도 직장을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
 
이성엽은 별 생각없이 가볍게 던진 말이 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짤로 돌아다니고 있더라고 밝혔다. 이성엽은 "그때 모습이 너무 못생기게 나왔다"며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제가 무한도전으로 데뷔했고, 유퀴즈는 복귀작이다. 유퀴즈가 고정프로그램이 되는데 영향력을 끼친 한 사람으로 한 번쯤 섭외가 올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며 여전한 입담을 과시했다.
 
유재석이 빚 어록이 작장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고 언급하자, 이성엽은 "빚이란 직장인에게 평생가는 동반자"라고 설명하며 "직장인들이 사실 큰 낙이 없다. 지금도 마이너스 통장은 제 친구다. 옛날에 흉년 때 꺼내쓰는 구휼미처럼 든든한 존재다"며 거침없는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성엽은 그나마 직장생활의 낙은 "돈"이라고 솔직하게 밝히며 성과급이나 보너스가 나오면서 수영, 댄스 같은 소소한 취미생활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즉석에서 최근 배운 걸그룹 댄스를 선보이는 쇼맨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어느덧 입사 7년차가 되었다는 이성엽은 초기에는 의욕이 넘치고 칭찬이 고팠다면, 요즘은 "회사에서 제 이름이 안 불렸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이성엽은 하지만 다른 직장인들처럼 사표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며 "월급이라는 금융치료를 받으면 퇴사 욕구가 사라진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폭소를 자아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는 "욕심 안 부리고 열심히 일하다가 정년퇴직하고 싶다. 은퇴후에는 민박집을 하고 싶다. 이름은 벌써 '엽집남자'라고 정해놨다"고 소박하지만 확실한 목표를 밝혔다. '나에게 월급이란?'이라는 질문에는 "거친 사막을 헤쳐온 나에게 주는 오아시스"라는 또 하나의 명언을 남기며 직장인들의 공감대를 자아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tvN

 
가수에서 뉴욕 변호사로 변신한 이소은이 다음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서방님'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소은은 학업 성적도 우수한 '엄친딸'로 유명세를 탔다.
 
이소은은 가수에서 변호사가 된 이유에 대하여 "어릴 때부터 연예계라는 사회만 알고 자라다보니 대학 졸업 즈음에 변화를 줘야겠다는 절실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한 부친이 민주화 운동 전력으로 직장에서 부당 해고를 당한 사례를 계기로 언급하며 그 사건 이후 "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삶을 바꿀수 있는 거니까"라고 고백했다.
 
10년의 음악 커리어를 포기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영어로 법을 공부한다는 것도 어려운 과제였다. 이소은은 로스쿨 중간고사에서 꼴찌를 기록하고 펑펑 울기도 했다고. 하지만 이소은의 부친이 이메일로 "처음부터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너는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지, 언젠가 누구보다 잘해낼 것이라고 믿는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격려한 게 이소은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소은은 변호사 공부를 하던 3년간 남들보다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손을 책에서 놓지 못했고 밤을 새운 날도 많았을 만큼 피나는 노력을 했음을 고백했다. 지인들이나 음악 무대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이소은은 "내 선택을 후회할까봐" 한동안 연락조차 끊고 살았다고 설명했다.
 
이소은은 로스쿨 졸업 이후 뉴욕 로펌에서 일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밝혔다. 미국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멋지게 변론하는 변호사들의 모습은 0.01%에 불과하고 대부분 책상에서 사무 업무와 자료 조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면서 한때 번아웃이 오기도 했다고.

하지만 이소은은 우연히 망명신청을 한 난민의 변호 사건을 맡게 되며 동기부여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이소은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특권이라는 사실이 숭고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다행히 재판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이소은의 부모님은 특이하게도 이소은이 실패할 때마다 오히려 축하카드를 보냈다고 한다. "이 실패가 5~6년 뒤에는 너에게 가장 큰 기회로 다가올 것이니 오히려 좋은 경험"이라는 격려의 의미였다. 이소은도 그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실패 이력서'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돌아보니 '내가 시도해봤던 이력서'에 가까워진 것을 깨닫게 되며 더 의미가 있었다.
 
이소은은 지금도 영어 에세이 집필과 인터뷰쇼 제작, 탄자니아 봉사활동 등 바쁜 일상속에서 끊임없이 또다른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었다. 이소은은 "실패해도 또 해볼 것"이라며 의욕을 드러내며 "한국에서는 다수였지만 미국에서는 소수였다. 지금도 아티스트와 변호사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떤 카테고리에 속해야하는가라는 혼란이 있었다. '그럼 내 카테고리는 내가 만들어야지'라고 결심한 것이 나를 도전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소은의 '실패 이력서'와 임세아의 도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tvN

 
'원조 스우파' 임세아씨는 아이돌 그룹 신화의 댄서 출신으로 현재는 한국인 최초로 디올의 패턴 디자이너가 된 독특한 경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패턴 디자이너는 디자이너가 제작한 의상 스케치를 받아 옷의 입체적인 볼륨과 라인을 잡고 디자이너의 도안을 실제로 구현하는 작업이었다.
 
건축에 비유하면 디자이너가 도안을 구상한다면 패턴 디자이너는 설계-시공-후반작업에 해당하는 역할을 맡는 것. 유명 회사들이 지정된 의상점에서 판매하는 맞춤형 의복을 '오트 쿠튀르'라고 하며 이 컬렉션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해당 시즌의 유행을 결정하는 지표가 된다고.
 
임세아는 불문학도에서 댄서→디자이너라는 이색적인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었다. 댄스팀 스위치의 멤버였던 임세아는 DJ DOC, 싸이, 신화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하며 개인 팬클럽까지 있었을 만큼 유명세를 떨쳤다. 특히 신화의 '브랜드뉴'에서 선보인 뽀글머리 패션을 하고 선보인 털기춤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임세아는 파리로 온 2005년 이후로 춤을 추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MC들의 요청에 녹슬지 않은 댄스 실력을 선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임세아는 댄서로 활동하다가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 끝에 26살에 파리의 의상전문학교에 자원하며 디자이너의 길로 전향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었고, 안되면 그냥 돌아오면 되지"라는 각오로 무작정 도전했다고. 파리에 연고도 없이 홀로 외로움과 싸우면서도 그녀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임세아는 "죽을 만큼 힘든데, 그걸 몇 번 겪다보면 언젠가는 되더라. 그 경험을, 그런 순간들을 믿었다"며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을 설명했다.
 
임세아가 각고의 노력 끝에 제작한 드레스는 샤를리즈 테론, 다코다 패닝, 제니퍼 애니스톤, 시고니 위버, 제니퍼 로렌스, 레이디 가가 등 헐리우드 유명 배우들의 선택을 받았다. 특히 테론은 임세아에게 직접 다가가 비쥬를 해주며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위버는 임세아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유명 잡지 인터뷰에서 직접 언급하며 극찬해줬던 고마운 인연이었다.
 
임세아는 "댄서로서 지낸 6년이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힘든 건 하고 싶지 않았는데 더 힘든 곳으로 왔다"고 웃으면서 디자이너로 보낸 지난 17년의 시간을 돌아봤다. 야근과 철야, 재작업의 연속인 패턴 디자이너의 고단한 삶속에서도 막상 작업물이 나왔을 때의 책임감과 뿌듯함에서 보람을 얻는다고. 임세아는 "시고니 위버같은 배우들은 너무 친절하고 우아하다. 이런 분들을 제일 멋있게 만들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임세아는 파코 라반에 입사하여 기성복쇼 론칭기념 만찬에 참석했을 때 "내가 이 프랑스 사회의 일원이 되었구나"라는 것을 실감하며 신기하고 감격스러웠다고 밝혔다.

앞으로 임세아는 패턴 디자이너로서의 목표에 대하여 "훗날 한국에서 입체 패턴과 오토 쿠튀르를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에서 이성엽, 이소은, 임세아까지, 자신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스스로를 설명하는 카테고리를 개척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유퀴즈 윤석열 이소은 임세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