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간판 손흥민이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질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직관할 수 있게 됐다. 토트넘은 지난 4월 14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하여 올여름 프리시즌 한국 투어가 확정된 가운데, 7월 13일 K리그 올스타팀을 상대로 첫 친선 경기를 치른다고 발표했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이번 내한은 쿠팡과 피치 인터내셔널이 주최하는 '쿠팡 플레이 시리즈'의 일환이다. 프로연맹과 쿠팡 플레이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뉴미디어 중계 등 다양한 협력관계를 공유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번 친선전에는 손흥민을 비롯하여 안토니오 콘테 감독 해리 케인, 위고 요리스, 세르히오 레길론, 에릭 다이어 등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토트넘 선수단이 모두 방한하여 최상의 전력으로 경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토트넘의 손흥민이 2022년 4월 3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뉴캐슬의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토트넘의 손흥민이 2022년 4월 3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뉴캐슬의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 AP Photo/ 연합뉴스

 
현재 한국축구의 아이콘이자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무대인 EPL에서도 최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월드클래스 선수다. 또한 토트넘의 여성팀인 토트넘 위민에는 여자축구대표팀의 조소현도 있다. 손흥민은 그동안 태극군단의 유니폼을 입고 A매치에서 수많은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정작 소속팀인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기회는 많이 없었기에, 국내 축구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기회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하여 몇 년간 대형 이벤트를 직관할 기회가 부족했던 스포츠팬들에게, 손흥민과 토트넘의 세계적인 스타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희소식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고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일단 이벤트 경기를 위하여 K리그 전체가 동원되는 모양새에 대한 유감이다.
 
토트넘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클럽임은 분명하다. 손흥민의 존재로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특정팀과의 경기를 위해 K리그가 올스타팀까지 꾸려서 맞이하는 게 과연 맞는가 하는 의문이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두 가지 문제가 따라붙는다. 첫째는 K리그와 국내 선수들이 자칫 토트넘의 내한 이벤트를 돋보이 게 하는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느 점이다. 두 번째는 K리그 구단과 선수들이 가뜩이나 빡빡한 일정 속에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이다. 아무래도 이벤트의 특성상 친선경기의 주인공은 손흥민이라는 슈퍼스타와 토트넘 측이 될 수밖에 없다. 

K리그 올스타를 어떤 식으로 구성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말 그대로 각 구단을 대표하는 에이스들로 선발한다면 사실상 국가대표팀이나 마찬가지다. EPL의 위상이 K리그보다 높다고 하지만, K리그 전체가 주객전도까지 감수하며 동참을 강요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공교롭게도 세계적인 슈퍼스타와 유럽 인기클럽이 방한하여 K리그 올스타와 친선 경기를 벌였던 이벤트들은 구설수에 휩싸인 전례가 있다. 2010년 바르셀로나(스페인)는 K리그 올스타와의 친선 경기를 앞두고 간판스타였던 리오넬 메시(현 PSG)의 출전 여부가 논란이 됐다.
 
당시 바르셀로나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현 맨체스터 시티)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특별한 사유도 없이 메시를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구설수에 올랐고 경기를 기대했던 한국팬들을 무시한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과르디올라의 발언 이후 경기 취소표가 속출하는 등 여론이 발칵 뒤집히자 주최 측은 황급히 설득에 나섰고 바르셀로나는 결국 입장을 바꿨다. 논란의 중심이던 메시는 전반 교체로 짧게 경기에 출전했지만 고작 16분을 소화하고 다시 교체되어 물러났다.
 
2019년에는 유벤투스와 K리그 올스타간의 경기에서 그 유명한 '호날두 노쇼' 사태가 터졌다. 유벤투스는 대회 주최사와 호날두가 45분 이상 경기에 출전하는 조항을 계약에 포함시켰지만 벤치에 머물며 워밍업조차 하지 않은 호날두는 끝내 결장하며 불성실한 태도로 한국 팬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또한 호날두만이 아니라 유벤투스 선수단은 당초 예정되어 있던 시간을 넘어서 경기장에 도착했고 킥오프가 무려 50분이나 지연됐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뛴 K리그 올스타들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또다른 우려는 가혹한 일정에 따른 K리그 선수들과 구단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올해는 카타르 월드컵을 비롯하여 아시안게임-동아시안컵 등 각종 일정이 계획돼 있다. 아무래도 국가대표급 선수라면 K리그 올스타에도 뽑힐 가능성이 높은데 무더운 여름, 여러 대회 일정이 겹치는 7월에 이벤트 경기까지 나서야 한다면 체력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모든 선수는 구단의 소중한 자산이다. 손흥민이 토트넘과 국가대표팀에서 존중을 받는 것처럼, 모든 K리그 선수들도 각자 자신의 소속 클럽과 팬들에게는 소중한 존재다. 또한 K리그 구성원들이 대거 동참해야 하는 이벤트라면, K리그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축구 열기를 부흥시키자는 취지의 이벤트가 자칫 누군가의 희생이나 부담을 강요하는 모양새로 왜곡되는 것은 경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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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토트넘 K리그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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