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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2월 유신헌법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당시 궁정동 투표소에서 아버지 박정희와 함께 참석한 박근혜 대선후보
 1975년 2월 유신헌법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당시 궁정동 투표소에서 아버지 박정희와 함께 참석한 박근혜 대선후보
ⓒ <경향신문>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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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이 4월 15일 발표한 <김상진군 의혈에 붙여>라는 성명은 비록 제도언론에서는 일절 보도가 통제되었으나, 복사되어 학생들과 시민들이 돌려보는 문건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농대생 김상진군이 뿌린 의혈 앞에 충격을 금할 길 없다. 드디어 폭압의 도를 극한 현 정권의 비리와 폭정은 불의에 대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끈질기게 투쟁해온 이 민족의 밑바닥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청년 학도들의 항의를 휴교, 휴강, 제적, 무기정학으로 짓누르며 민주회복과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애쓰는 종교인 등 민주 애국인사들을 무더기 구속 및 연행하는 사태에 처하여 민주와 사회정의를 갈망하는 온 국민은 박 정권의 단말마적 말기증상을 통탄하는 한편 저들에 대한 분노를 한층 더 이성적으로 가다듬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김상진군은 조국의 민주회복과 사회정의의 제단 위에 꽃다운 의혈을 뿌렸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풍토, 이것이 곧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강력한 세력이라고 믿는다."고 말한 김군의 마지막 유서와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장〉은 김군의 의혈이 무엇을 위해 뿌려졌는가를 웅변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죽음으로서 바라옵나니, 이 조국을 진정 사랑하는 마음에서 바라옵나니, 국민된 양심으로 진실로 진실로 엎드려 바라옵나니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이 나지 않도록, 더 이상의 혼란이 오지 않도록 숭고한 결단을 내려 달라"는 피맺힌 김군의 절규, 이 절규를 위정자들이 참회하는 자세로 경청하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맛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와 평등의 민주사회를 향한 결단의 깃발을 내걸어 일체의 정치적 자유를 질식시키는 공포의 병영국가가 도래했음을 민족과 역사 앞에 고발코자"(김군의 양심선언 중에서) 결행된 김군의 의거를 우리는 비통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민주와 민권을 위한 그의 의혈이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온 국민과 더불어 엄숙히 선언하는 바이다.

우리는 더욱이 당국이 김군의 친우 청년학도들이 하려던 김군의 추도식을 못하도록 막고 김군의 시신을 화장해버린 폭거에 통분을 금치 못하면서 장례식 방해와 시체를 오욕하고 강도를 서슴치 않은 저들의 만행을 전 국민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3.1독립운동과 4.19 민주혁명의 면면한 정신적 줄기를 타고 내린 민주 민족 정기는 김상진군의 의거로 나타났다. 자유민주를 갈망하는 모든 국민은 김군이 세워놓은 이정표를 따라 매진함으로써 부정 불륜한 독재를 청산하고 민주회복의 대업을 이루고야 말 것이다. (주석 4)


주석
4> 앞의 책, 463~464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함세웅, #함세웅신부, #정의의구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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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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