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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설치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설치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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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억 원이었던 재산은 10년 동안 어떻게 두 배가 됐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향한 각종 의혹이 언론을 통해 연일 쏟아지면서 인사청문회가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과거에도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총리직을 수행했을 뿐 아니라, 진영을 넘나들며 여러 정부에서 일해온 경력 덕에 상대적으로 무난한 청문회가 예상됐으나 분위기가 점차 바뀌는 모양새다. 그러나 해명에 적극 나서는 대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물론 당사자 역시 말을 아끼면서, 의혹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핵심은 재산 형성과 이해충돌이다. 지난 2012년 공직에서 물러날 당시 약 40억 원이었던 한 후보자의 재산이 약 80억 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공직에 없었던 10년 동안 재산이 두 배 가까이로 증식한 것인데, 이 과정이 석연치 않다.

무역·통상 관련 공직에 있는 동안 미국계 대기업에 임대료 받아

최근 새롭게 불거진 건 부동산이다. 7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1989년부터 1999년까지 약 10년 동안 본인 집을 미국계 대기업 2곳에 임대하며 6억원 대의 임대수익을 얻었다. 본인 명의의 서울 종로구 단독 주택을 글로벌 통신업체인 AT&T와 글로벌 정유업체인 엑슨모빌(당시 모빌)의 한국 자회사 모빌오일코리아에 빌려주고 해마다 약 6000만 원 가량의 임대료를 받은 것이다. 특히 모빌오일코리아의 경우 1995년 9월부터 1999년 9월까지 채권최고액 1억6980만 원의 근저당권도 설정되어 있었다.

당시는 그가 상공자원부와 청와대, 통상산업부 고위 관료 등으로 재직하며 외국과의 통상 관련 업무를 수행하던 시절이다. 이는 미국계 기업들로부터 고액 월세를 받던 시기라, 일각에선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다. 2007년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고액의 임대 수익만 쟁점이 됐을 뿐, 임차인이 누군지 드러나지 않아 이해충돌 관련 논란은 없었다.

한 후보자가 본인 자택을 약 100억 원대 매물로 내놓았던 것도 논란이다. <서울신문> 기사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30년 넘게 소유해왔던 서울 종로구 소재 자택을 100억 원에 달하는 가격에 매물로 내놓았다. 이 주택은 그가 주미대사 시절 외국인에게 임차해 임대 소득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다만, 실제 거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면적으로 환산하면 3.3㎡(1평)당 5000만 원 수준의 가격으로, 해당 주택 단지 시세(3.3㎡당 2000만~3000만 원)의 약 두 배 수준이다.

그가 1989년 4월 본인 명의로 등기 이전할 때의 가격은 3억8000만 원이었다. 거래가 성사된다면 시세 차익만 90여억 원이 되는 셈이다. <서울신문>은 인근 부동산 업계의 입을 빌려 "총리를 세 번 배출한 집"으로 '총리 프리미엄'까지 언급했다. 청문회준비단은 한 후보자의 주택 임대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부동산에 일임해 진행된 것"이라며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한 후보자가 본인의 장인으로부터 해당 주택을 매입할 때 쓴 자금이, 바로 모빌오일코리아로부터 3억 여원의 월세를 '선납'으로 받아서 충당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김앤장 고액 연봉' 문제 되자 "무역협회장 때도 그 수준 받았다" 해명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나온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나온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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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연봉 관련 의혹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우선 그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고문으로 재직했는데, 고문료가 연 18억 원 이상으로 확인이 됐다.

로펌으로부터 고액 연봉을 받아온 것이 논란이 되자, 후보자는 "직전 한국무역협회장 할 때도 연봉을 그 수준으로 받았다"라고 해명해 논란을 키웠다. 그는 2012년 2월 주미대사에서 물러난 직후부터 약 3년 동안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역임했는데, 이 기간에도 18억 원 이상의 연봉을 챙겼다고 말한 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3월 말부터 약 1년 동안은 S-OIL의 사외이사로 위촉되어 활동하면서 약 8200만 원 급여를 별도로 받았다.

김앤장 관련 의혹은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론스타와도 연결된다. 그가 총리 후보자에 지명되기 직전인 지난 1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했던 지난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그가 김앤장의 고문으로 있으면서 총 1억5000여 만 원을 수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법무법인 김앤장은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매각을 은폐한 책임자"라고 주장하며, 한 지명자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한 후보자는 기자들에게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이 나오면 설명을 할 것"이라며 "론스타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정부의 정책 집행자로서 관여를 한 부분은 있지만, 김앤장이라는 사적인 직장에서 (론스타 문제에)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 저는 그 일에 관여된 적이 없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5일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한덕수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 또는 국무총리와 론스타와의 접점이 수면 위로 불거진 것이 2015년 5월이었다"라며 "그 당시 대한민국 정부와 론스타는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과정에 있었는데 그중에 증인신문 절차가 있었다. 그 증인 중 1명으로 한덕수 현 후보자가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 자격으로 소환되었다는 얘기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해충돌과 관련한 새로운 정황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정의당, 비판 목소리 높이는데... 인수위 "당선인 측에 물어라"

이를 두고 민주당은 공세의 고삐를 강하게 쥐었다. 오영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한 후보자의 대가성 부동산 거래의혹까지 국민께서 이해해주시리라 믿느냐'라는 제목 브리핑을 통해 "의심되는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마치 윤석열 당선자 부친의 집을 김만배씨 누나가 매입했다는 것에 대해 '우연이다 몰랐다'고 변명하는 모습과 똑같다"라며 "당선자와 총리 후보자 모두, 대가성 부동산 거래에 대해 모르쇠하기로 (말을) 맞췄나보다"라는 지적이었다.

또한 "인수위는 고위공직자 7대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기준이 원칙이라고 강조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라며 "윤 당선자는 '말만' 앞세우지 말고, 국민 앞에 인사 검증 기준부터 공개하시라"라고 요구했다. 이어 "인수위는 한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쳤는지부터 국민께 소상히 밝혀야 한다"라며 "민주당은 새 정부 내각 구성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들로 구성했는지, 직무역량·공직윤리·국민검증 3대 원칙과 기준에 맞춰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 또한 같은 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에게 의혹의 꼬리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지명자는 예외 없이 '몰랐다', '인사청문에서 밝히겠다'는 모범답안만을 내놓고 있다. 책임 있는 해명을 통해 실체를 밝히기보다, 인사청문의 정쟁을 통해 실체는 가리고 정치적 다툼만 드러내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명자의 궁색함을 대신해서 인수위원회가 답해야 한다"라며 "인수위가 그 원칙에 따라 총리 지명자를 검증했는지 여부, 또 월세 선납금을 포함해 검증 기준인 불법적 재산 증식 의혹에 대한 검증 결과를 소상히 밝히시라. 밀실 검증, 부실 검증의 의혹을 인수위원회가 직접 거두시기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신용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이 나오자 "한 후보자에 대한 것은 인수위가 관여하지 않는다"라며 "그쪽의 별도 인사청문회 검증단? 이름을 정확히 모르겠는데 그쪽에 물어봐야 한다"라고 답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인선에 대한 건 인수위 대변인실이 입장을 낼 수 있는 게 아니라, 당선인 대변인실 입장을 물어야 한다"라며 "한 후보자의 의견은 인사검증위 쪽 의견을 받아야 한다"라고만 반복했다.

정작 당선인 측은 "청문회를 통해 설명하겠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관련 기사: 당선인 측, 한덕수 고액연봉 논란에 "청문회때 설명").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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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덕수, #이해충돌, #재산증식,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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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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