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골때리는 그녀들> 시즌2의 1차 리그전이 약 4개월 여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종료됐다. 4월 7일 방송된 SBS <골때녀>에서는 리그 1위를 노리는 FC 개벤져스와 슈퍼리그 진출을 위한 마지막 희망을 잡으려는 FC의 원더우먼의 최종전이 펼쳐졌다.
 
원더우먼은 슈퍼리그 진출을 위해 대량득점 승리가 필요한 상황. 하지만 상대는 선두팀인 우승후보 개벤져스였다. 이천수 원더우먼 감독은 다득점을 위하여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공격적인 전술을 예고했다. 5전 전승에 도전하는 개벤져스는 전반에 고전하던 슬로우스타터를 벗어나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붙여 경기를 주도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FC 개벤져스에게 행운의 골이 터졌다. 전반 12초 만에 김승혜의 킥인이 골대 앞 위치하던 황소윤의 발에 걸려 그대로 FC 원더우먼의 골망을 가르고 말았다.
 
이른 선제실점에 잠시 당황한 원더우먼이지만 이른 시간에 만회골을 뽑아냈다. 전반 2분 조혜련의 골킥을 받은 주명이 커트하여 하프라인에서 기습적으로 롱킥을 시도한 것이 골문을 향했다. 골키퍼 조혜련이 다급하게 펀칭해냈지만 바로 쇄도한 송소희가 허벅지로 2차슈팅을 시도하여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기세를 탄 원더우먼은 자신감을 가지고 개벤져스를 밀어붙였다. 전반 6분, 원더우먼의 킥인 상황에서 김희정이 하프라인에 멀찍이 처져있는 송소희에게 패스했다. 송소희가 기습적으로 때린 중거리포가 골대 구석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가며 원더골을 만들어냈다. 리드를 내준 개벤져스는 전반 막판 파상공세를 펼치며 여러 차례 골문을 두드렸지만 만회골은 터지지 않았다. 전반은 원더우먼이 2-1로 경기를 역전시키며 하프타임에 돌입했다.
 
후반 들어서도 양팀은 양보없는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쳤다. 선두를 지키기 위하여 동점골이 절실한 개벤져스나, 대량득점을 위하여 추가골이 필요한 원더우먼 모두 조급한 마음에 골문에서 마무리가 되지않았다.

후반 8분 요니P의 스로잉으로 공이 한 번에 전방의 송소희에게 연결됐다. 송소희가 이어준 패스를 황소윤이 원터치로 다시 리턴 패스를 건넸고 수비가 황소윤에게 몰린 틈을 타 송소희가 골키퍼와 완벽한 일대일 찬스를 맞이했다. 송소희가 침착하게 깔아찬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다시 한번 개벤져스의 골망을 열며 3-1로 점수차를 벌렸다.
 
송소희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총 8골로 시즌2 리그전 득점 단독 선두에 등극했다. 송소희는 이후로도 두 번의 득점찬스를 더 맞아했지만 한 번은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고, 한 번은 상대 킥인을 차단하여 골키퍼 조혜련이 전진하여 비어었는 골대에 논스톱 슈팅을 시도한 것이 간발의 차이로 골문을 벗어나며 포트트릭에는 실패했다. 양 팀은 끝까지 양보 없는 공수 육탄전을 선보인 끝에 결국 3-1 원더우먼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양팀 모두에게 아쉬움이 남는 결과가 됐다. 개벤져스는 이미 슈퍼리그 진출을 확정했지만 최종전 패배로 전승 행진이 좌절되며 액셔니스타에게 골득실에서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액셔니스타는 어부지리로 1위를 확정했다. 

원더우먼은 초반 충격의 2연패후 3연승을 내달렸지만 정작 슈퍼리그 진출에는 실패했다. 원더우먼은 송소희의 득점왕 등극과, 개벤져스전 승리로 1차리그에서 기존팀에 승리한 첫 신생팀이 되었다는 것으로 작은 위안을 삼았다.
 
감독 이천수는 아쉬운 탈락에도 선수들을 둥글게 한데 모아 함께 포옹하고 격려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송소희는 "이제 축구구나. 내가 축구를 몰랐었구나"라고 느꼈다면서 "처음에 기존팀에게 대패를 당하고 마지막 경기에서 최강팀을 멋진 경기로 이기게 되어서 마무리를 잘해서 다행이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최종 리그 순위는 1위 FC 액셔니스타(4승 1패), 2위 벤져스(4승 1패), 3위 구척장신(3승 2패), 4위 FC 원더우먼(3승 2패), 5위 FC 탑걸(1승 4패), 6위 아나콘다(5패)로 상위 3팀은 슈퍼리그 진출권을 획득했는데 모두 시즌1부터 참가했던 기존 팀들이고 이번 시즌에 새롭게 가세한 신생팀들은 모두 탈락했다.
 
<골때녀>는 여성 연예인-스포츠스타-셀럽들로 구성된 팀들이, 국내 예능 최초 '여자축구 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을 표방했다. 작년 2월 설 연휴특집 파일럿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정규편성까지 성공했고 어느덧 시즌 2에 접어들며 높은 인기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시즌2 리그전에서는 각종 논란으로 유독 많은 구설수에 오르며 이전의 호평을 깎아먹은 시기이기도 했다. 특히 가장 큰 위기는 '조작 논란'이었다. 지난 12월 방송한 FC 구척장신과 원더우먼의 경기 내용이 실제와 다르게 편집을 통하여 일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누리꾼들의 의혹 제기 끝에 SBS는 결국 편집 조작이 있었음을 시인하며 공식 사과와 해당 제작진 문책 및 교체, 재발 방지 등을 약속하고 고개를 숙여야했다.
 
하지만 <골때녀>의 인기비결이었던 스포츠 예능 특유의 리얼리티와 진정성이 훼손된 데 분노한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폐지 주장까지 할 만큼 비판 여론이 거세했다. SBS는 시청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전후반 진영교체', '중앙점수판 설치', '경기감독과 입회', '경기 주요 기록 홈페이지 공개' 등을 약속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경기진행에 약속했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에 도취되어 무리하고 성급한 리그 확장과 강행에 따른 부작용도 많았다. <골때녀>는 정규 편성 이후 리그제가 도입되며 경기수가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방영 기간 중 일부 출연자들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으며 촬영이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2에서도 부상자 관리와 안전불감증에 대한 제작진의 안이한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신생팀이 대거 가세하며 리그 규모가 더 커졌지만, 늘어난 경기수에 비하여 팀당 6명 보유, 5명 출전이라는 한정된 선수층을 고집하다가 한두 명만 다쳐도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속출했다. 엄연히 본업이 있는 연예인 출연자들인 오정연, 장진희, 간미연, 이영진, 조혜련 등은 경기 중 부상을 입거나, 혹은 부상을 참고 억지로 경기에 뛰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존 팀과 신생팀 간 수준차도 예상보다 컸다. 시즌1와 시즌2는 편의적으로 구분했지만 방송은 공백기 없이 방영되었고, 1년 가까이 호흡을 맞춘 기존 팀에 비하여 급조된 신생팀들은 짧은 기간동안만 손발을 맞추고 바로 리그전에 투입되어야 했다. 우려한 대로 신생팀들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기존팀들과 개인기량과 조직력에서 큰 차이를 드러냈다.
 
걸그룹 출신으로 구성된 탑걸과 아나운서들로 구성된 아나콘다는 이미 리그 개막 전부터 최약체로 예상되었다. 결국 두 팀 간 맞대결(탑걸 승)을 제외하면 나머지 경기에서 전패를 당하며 수준차이를 절감했다. 원더우먼은 초반 기존팀에게 2경기 연속 대패를 당한 끝에 리그 후반부에야 어느 정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조작 논란을 부른 왜곡된 편집도 결과적으로 팀간 전력차로 인한 방송의 재미 반감을 만회하기 위하여 저지른 무리수라는 점에서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결국 시즌 중반에는 계속된 부상자 속출과 팀간 전력불균형 문제 때문에 '와일드카드' 규정을 신설하여 팀당 추가 선수 1명씩을 투입하는 촌극을 빚어야 했다. 하지만 기존팀과 신생팀의 전력격차를 뒤집기는 쉽지 않았고 슈퍼리그에 진출한 3팀은 모두 기존 팀들이었다.
 
또한 리그를 거듭하며 점점 진지한 승부가 강조되면서 유쾌하고 아기자기한 예능적 분위기가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반응도 있다. 파일럿과 시즌1까지만 해도 '절대자' 박선영을 비롯하여 신효범, 이경실 등 40~50대 이상의 중년 멤버들도 다수였다. 서투르지만 열정을 넘치는 축알못 등의 좌충우돌하는 성장과 도전은 프로그램 서사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리그의 수준이 향상되면서 멤버들의 실력편차가 더 뚜렷해졌고 연령대가 더 젊어지어지면서 신생팀이나 나이 많은 중년 멤버들, 혹은 축구 초보들의 진입 장벽은 더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 선수도 아닌 연예인 출연자들이 축구를 못하거나 실수한다는 이유로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과도한 비난을 듣고 상처받는 상황이 잇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골때녀> 다음 주에는 시즌2 올스타전이 예고됐다. 화제성에 고무된 지나친 욕심은 오히려 초심을 망가뜨리는 독이 되기 쉽다. 흔들렸던 <골때녀>가 앞으로 다가올 슈퍼리그에서는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골때녀 원더우먼 개벤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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