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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30만명대로 올라선 지난 29일 서울 은평구 서북병원에서 의료진 등이 코로나19 환자를 옮기고 있다.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30만명대로 올라선 지난 29일 서울 은평구 서북병원에서 의료진 등이 코로나19 환자를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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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코로나에 확진돼 1개월 동안 혼수상태에 있었던 A씨는 음성 판정을 받은 지 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사에 복직하지 못했다. 심각한 기억력 감퇴와 무기력증, 호흡 곤란, 근력 손실 등을 겪어서다.

A씨는 "직장인들 보통 업무 정보는 쉽게 암기하고 기억하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된다. 겨우 생각을 짜내야 2~3시간 전에 나눈 대화를 기억한다"며 "폐 일부가 섬유화돼 쉽게 숨이 가빠져 일상 대화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난 나은 편"이라며 "같이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장치)를 달았던 확진자 4명을 아는데 다 집 밖을 나오지 못한다"고 전했다. 폐 손상에 더해 에크모 치료 후유증인 근력손실, 신경손상 등으로 예전처럼 거동할 수 없어서다. 지난해 7월~10월 3개월 넘게 에크모 치료를 받았던 B씨의 부인은 "장치 뗀 지 3개월 후까지 손 떨림이 심하고 다리 처짐도 심해 걷질 못 했다"며 "재활 치료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 후 3개월 넘어서까지 관련 증상이 계속되는 '코로나 후유증(Long Covid)'과 관련해 정부가 실태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31일 오후 정례브리핑을 열고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는 국내 14개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60세 미만 기저질환이 없는 확진자 등 약 1000명 대상을 목표로, 확진 후 3개월 및 6개월째에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방법(WHO조사법) 으로 후유증을 조사 중"이라며 "올해 하반기 중간결과를 분석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 결과와 관련해 "국립중앙의료원, 경북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의료원 등 국내 의료기관과 협력해 실시한 후유증 조사 결과 피로감, 호흡곤란, 건망증, 수면장애, 기분장애 등 증상이 가장 흔하며 20~79% 환자에게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2020년 1월~2021년 6월 동안 확진된 입원환자 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피로(31.7%), 운동시 호흡곤란(17.1%) 등의 증상이 관찰됐고, 일부 환자는 확진 후 19개월까지도 증상을 앓고 있었다.

경북대병원 연구진이 2020년 2월~3월 확진돼 내원한 환자 17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129명(75.9%)에서 12개월까지 1개 이상 후유증이 관찰됐다. 이 중 81명을 추가 조사한 결과 64명이 21개월 시점에도 건망증(32.1%), 피로감(30.4%), 수면장애(23.5%) 등을 겪고 있었다.

2021년 4~10월 확진된 입원환자를 조사한 연세의료원 연구진에 따르면 후유증은 경증보다 중증 환자에서 발생률이 높았다. 경증 환자 경우 피로감이, 중증 환자는 호흡곤란 증상이 가장 흔하게 발견됐다. 후유증 증상이 3개월 이상 발견되는 평균 발생률은 약 20%로 추정됐다.

이상원 단장은 또 "국내 연구진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이용한 분석에서는 감염자 19.1%가 후유증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후유증 양상은 기저질환, 중증도, 입원여부, 조사 방식 등에 따라 차이가 있어 보다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진용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등이 분석한 이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환자 2만1615명과 인플루엔자 환자 238만696명 등의 심평원 데이터를 추적 조사한 결과 코로나 환자 4139명(19.1%)이 1개 이상 후유증을 경험했고 기분장애, 치매, 심부전, 탈모 등에 대한 상대적 위험률이 인플루엔자 환자에 비해 높은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대본은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방역정책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피해 분석과 적극적인 예방 및 치료법 개발을 위해 코로나19 빅데이터를 연구기관에 개방한다"며 "이를 통해 코로나19의 효과적인 치료 기술, 예방법, 후유증, 이상반응 등의 분석이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 후유증을 다른 진단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하나 이상의 증상이 감염 후 3개월 이내에 발생해 최소 2개월 동안 지속하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관련 증상엔 피로, 호흡 곤란, 인지 기능 장애, 기타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증상 등이 있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기침, 관절·가슴 통증, 수면 문제, 미각·후각 상실, 우울증,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손상 등도 후유증 증상이라 밝히고 있다. 보건국은 "일부 확진자는 장기 손상에 따라 장기적인 호흡 곤란, 심장 합병증, 만성 신장 손상, 뇌졸중 및 길랑-바레 증후군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일부는 다기관 염증 증후군을 경험한다. 또 SARS(사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휴식을 취해도 극심한 피로가 개선되지 않는 복합 만성 피로 증후군이 발견됐는데 코로나 확진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밝혔다.

태그:#코로나 후유증, #방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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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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