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보호자 : "내가 밥을 주는데 왜 저(주인)를 지배하려들죠?"
훈련사 : "밥을 차려서 바쳐주는 대상이니까요."
 
보호자 : "제가 진짜 사랑해주는데 왜 우울증에 걸리죠?"
훈련사 : "진짜 잘해주면 미치죠. 스토커들도 자신이 '사랑'하는 줄 알아요."

 
동상이몽(同床異夢), 보호자는 자신의 행동을 반려견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자 선의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정작 올바른 정보와 교육이 결핍된 사랑은 오히려 모두에게 비극을 부르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 3월 28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서는 '카네코르소 특집' 1탄으로 대형견 카네코르소 3세 장군이와 믹스견 5세 행복이가 고민견으로 등장했다.
 
카네코르소는 근육질 몸매에 성인 수컷이 45kg에서 50kg, 암컷이 40kg에서 45kg이 나가는 대형견이다. 이탈리아어로 개를 의미하는 카네와 라틴어 '지키다'를 뜻하는 코르소가 합쳐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경찰견, 사냥견으로도 활약을 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마피아들이 경비견으로 많이 애용해서 '마피아견'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강형욱 훈련사는 사납고 공격성이 강한 견종으로 알려진 카네코르소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보호자를 지키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원맨독의 상징이다. 원맨독은 내 주인 한 사람 이외에 친화되지 않는다. 3개월 짜리가 얼굴로 달려드는 것도 본 적이 있다. '너 진짜 큰일 내겠다' 싶었다"고 설명하며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견종임을 예고했다.
 
카네코르소 장군이의 '두 얼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이날의 의뢰인인 부부 보호자들은 카네코르소 장군이와 믹스견 행복이를 동시에 키우면서 각기 다른 고민에 봉착해 있었다. 장군이의 문제점은 사람에게 수시로 달려드는 공격성과 성인도 통제가 어려운 괴력이었다. 장군이는 외부인은 물론 작은 체구의 아내 보호자에게도 수시로 마운팅을 걸거나 집요하게 달려들어서 위험천만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남편 보호자가 있을 때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얌전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남편 보호자는 아내가 장군이에게 올바른 훈육없이 무조건적인 사랑만 주는 것을 우려했다. 실제로 아내는 "덩치는 큰데 저한텐 아직 아기같다"며 어릴적부터 길러온 장군이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아내는 애견호텔을 운영하면서 카네코르소의 매력에 빠져 남편을 일 년 가까이 설득하여 결혼 프로포즈 선물로 입양을 받았다고.
 
아내는 남편의 만류에도 장군이를 사람처럼 대하는가 하면, 일반 사료 대신 비싼 고급 육류와 유기농 원재료로 직접 만든 생식을 먹이는 데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아내는 생식 관련 원어 서적까지 구매하여 공부할 만큼 열성을 보였다. 지켜보던 MC들은 "저러면 한 달에 식비로만 몇백만 원은 들겠다", "먹는 걸로는 우리나라에서 상위 2% 안에 들 것"이라며 감탄과 헛웃음이 교차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아내는 남편의 계속된 우려와 문제제기에도 전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프로그램을 보니 강형욱 훈련사님이 견주를 혼낼 때가 있더라. 저는 그걸 간절히 원한다"는 바람을 밝히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경규는 사람과 반려견이 같은 위험에 놓였을 때 반려견의 처지에 더 동정심을 느끼는 반응이 많았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하며, 그 이유로 더 보호가 필요한 약자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내가 남편보다 장군이를 더 챙기는 것도 같은 심리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이경규와 허영지가 먼저 보호자 부부의 집을 방문했다. 장군이는 남편 보호자가 있을 때는 얌전한 모습을 보이다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바로 사람에게 달려들어 올라타려고 하며 위험한 장면을 연출했다. 부부의 집안 냉장고는 반려견 전용과 반려견+사람용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반려견용은 각종 고급재료들이 꽉 차 있었다. 매일같이 고급 생식을 누리는 반려견에 비하여 정작 남편 보호자는 간단한 즉석식품으로 허끼를 때울 때가 많다고 고백하여 모두를 웃프게 했다. 

하지만 지켜보던 강형욱은 장군이가 아내 보호자에 대한 소유욕이 언제든 공격성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호자 부부와 고민견을 만난 강형욱은 장군이의 반응들을 분석하며 강한 '지배욕'이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같은 보호자지만 장군이가 남편에게는 전혀 하지 않고 아내에게만 하는 행동이기도 했다. 아내가 밥을 주는 자신을 왜 지배하려는 거냐고 의아한 반응을 보이자, 강형욱은 바로 '밥을 차려서 바쳐주는 것'이라며 장군이의 시각에서 전달하며 아내를 당황하게 했다.
 
강형욱은 남편 보호자가 잠시 자리를 비우게 한 뒤 아내 보호자와 장군이에 대한 통제훈련을 진행했다. 남편이 사라지자 장군이는 아내의 통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강형욱은 "아내 보호자를 지키려고 경계심이 올라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내가 "안 지켜줘도 되는데"라고 의아해하자 강형욱은 정색하며 "그럼 안 지켜줘도 된다고 매일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잘못하면 1년 뒤에는 못 키울 수 있다"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강형욱은 한 발 더 나아가 심각한 이야기를 꺼냈다. "잘못하면 1년 뒤에는 장군이를 여기서 못 키울 수 있다. 보호자님이 장군이의 생과 사를 결정하지 못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라며 냉정한 쓴소리를 건넸다. 강형욱은 "이제는 장군이에게 줬던 많은 애정은 줄여야 한다. 지금처럼 키우면 조만간 누군가를 물 수 있다. 밥도 만들어주지 말고 사료를 주라. 차라리 그 시간에 훈련을 더 열심히 하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어 "보호자님이 못 키우게 되면 이런 개를 누가 키울 수 있을까. 다른 데 보내야 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 보낼 데가 없다"고 강조하며 현실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이제껏 많은 견주들을 상대로 조언해왔던 강형욱이 이 정도까지 혹독하게 돌직구를 날린 것도 보기드문 장면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강형욱의 수위 높은 쓴소리에 아내 보호자는 당황하여 눈시울을 글썽였다.
 
"죽을 때까지 장군이를 키우고 싶다"는 아내 보호자에게 강형욱은 "그럼 죽을 때까지 노력하셔야 된다"고 진지하게 강조했다.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저 퍼주기만 하는 사랑만이 아니라 강인한 마음과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려는 것이었다.
 
강형욱은 장군이가 견종의 특성에 비하여 운동량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견주들이 자신의 역량이나 키울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개를 입양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준 장면이었다. 강형욱은 "장군이에게는 애정도 있고 냉소적이면서도 합리적인 '리더'같은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또 하나의 고민견인 행복이는 집안 곳곳은 물론 심지어 자신의 잠자리, 밥그릇에까지 마킹(배변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강형욱은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다. 사람으로 따지면 초우울증같은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번에도 아내 보호자는 "내가 진짜 잘해주는데 왜?"라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곧바로 강형욱은 "스토커들은 사랑하는 게 왜 죄냐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사랑을 주는 게 필요하고, 그 사랑안에는 '가르치는 것'도 포함된다"라고 설명하자 아내는 말문이 막혔다.
 
또다른 변수는 반려견 문제를 둘러싼 부부간의 갈등이었다. 솔루션이 진행되며 남편은 반려견에 대한 과도한 애정을 내세워 자신이 들어줄 때까지 각종 요구가 끊이지 않는 아내에 대한 서운함으로 그동안 쌓여왔던 스트레스가 결국 폭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분위기가 냉랭해지자 강형욱이 중재에 나섰다. 아내는 "무뚝뚝해도 결국은 다 해준다"며 뒤늦게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드러냈다.
 
부부 보호자는 야외로 자리를 옮겨 산책훈련과 리드줄 통제법 등을 진행했다. 모든 솔루션을 마치고 다시 모인 자리에서 남편 보호자는 "여러 모로 감사한 시간이었다"면서도 "카네코르소를 반려할 계획을 가지신 분들은 이 방송을 보고 정말 신중하게 고민하셨으면 좋겠다"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소감을 밝혔다.

대형견 한 마리를 키우면서 부부 보호자가 함께 겪어야 했던 고충들, 반려견의 문제가 사람의 문제, 사람간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아마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던 수많은 애견인들에게도 공감대를 자아낼 만한 이야기였다. 능력과 책임이 뒷받침되지 않은 사랑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생을 초래하는 심각한 가해가 될 수도 있다.
개는훌륭하다 카네코르소 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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