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정을 해석하고 다채롭게 표현하는 일, 배우라는 직업을 대표하는 정체성이자 가장 큰 매력이다. 배우들이 진심을 다해 표현할 때 가사처럼 대사처럼 들리고 노래는 이야기로 다가오는 마법같은 순간이 이루어진다.
 
3월 21일 방송된 JTBC <뜨거운 씽어즈>(아래 뜨씽즈) 2회에서는 전편에 이어 합창에 도전하는 출연자 15인의 자기소개 무대가 펼쳐졌다. '50년차 배우'인 윤유선이 다음 주자로 등장했다. 알고보니 윤유선은 여중생 시절 합창단 경력은 물론 캐롤 앨범 발매 경력까지 있었다. 윤유선은 쑥쓰러워하면서 "독창은 무섭지만, 합창은 같이 만들어가는 하모니니까 든든한 마음이 든다"며 지원 이유를 밝혔다.
 
윤유선이 선택한 자기소개곡은 신효범의 '사랑하게 될줄 알았어'였다. 풋풋하고 순수한 느낌이 묻어나는 무대에 출연자들은 그 시절 감성을 떠올리며 추억에 빠졌다. 공동감독이지만 나이로는 <뜨씽즈>에서 가장 어린 최정훈(잔나비)은 "어릴 때 어머니의 차 안에서 많이 들어본 노래다.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라고 칭찬했지만, 출연자들은 오히려 최정훈의 발언에 세대차이를 실감하고 충격에 빠진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윤유선은 실제로 음악감독이 공개되기 전부터 실제 최정훈의 찐팬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합창단원 중 공식 막내인 최대철이 등장했다. 최대철은 연극배우 시절 극심한 생활고로 연기를 포기할 것까지 고민하던 시기에 우연히 첫 연속극이었던 <왕가네 식구들>에 캐스팅되었고 나문희와도 첫 호흡을 맞추게 된 인연을 소개했다. 최대철은 자신의 인생을 한 편의 영화에 비유하며 "태어날 때 첫 신, 죽을 때 막신이고 감독도 배우도 최대철이다. 제게는 이 한 신(뜨거운 싱어즈)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서 너무 나오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대철은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열창했다. 최정훈은 "1절을 부를 때 손을 떠시더라.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진정성이 느껴져서 마음이 뭉클했다"고 평가했다. 김문정은 "이 노래는 세상에 들이대는 나의 당당함을 보여주는 노래다. 1절 때는 자신감이 부족해보였는데 2절이 되니 돌변하셨다. 앞으로 저희 합창단에서 에이스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실 것 같다"며 호평했다.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 JTBC

 
우현은 하얀 가죽재킷으로 의상까지 환복하고 무대에 나섰다. 서민적인 극 중 이미지와 달리 우현은 학창시절 '연세대 박남정'으로 불리웠고, 가수 박진영의 팬클럽 회원이었다는 의외의 면모를 드러냈다. <스트릿우먼 파이터> <쇼미더머니> 등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애청자라는 우현은 "제일 감명깊었던 게 실패를 두려워하지않고 '도전하는 사람들'이었다. 언젠가 나도 그런 기회가 오면 도전해봐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박진영 덕후답게 우현의 선곡은 '날 떠나지마'였다. 노래와 함께 격렬한 댄스까지 소화해낸 우현은, 노래 중간에는 <스우파> 프라우드먼의 피눈물 퍼포먼스를 깨알같이 오마주하고 아이돌같은 엔딩포즈를 선보이는 등 시종일관 디테일이 살아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열정 넘치는 우현의 무대에 모두가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김문정은 "손짓 하나에 그루브가 있다. 이런 끼를 어떻게 숨기고 사셨는지 모르겠다"며 감탄했고, 의외의 미성과 리듬감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우현은 "술을 안 마시고 맨정신에 완창한 건 처음이다"라고 고백했다.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 JTBC

 
이서환은, 결혼식 단골 축가로 유명해진 정인의 '오르막길'을 선보였다. 동료들에게도 비교적 인지도가 생소한 배우였던 이서환은 "힘든 시간을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 노래가 그 시간 동안의 좋은 기억만 생각나게 해줬다"고 고백했다. 최대철처럼 이서환도 오랜 무명시절을 거치며 처절할 정도의 생활고를 겪었지만 "돈을 벌어올 거면 당신 꿈이랑 연관된 일을 해"라는 아내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고. 이서환은 "이제는 밥벌이가 가능할 정도의 50이 되었다는 게 너무 좋다"고 밝히며 끊임없이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드러냈다.
 
뮤지컬 경력자답게 이서환은 전문 뮤지션들에게도 어려운 노래로 꼽히는 '오르막길'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찬사를 받았다. 최정훈은 "노래가 이서환 본인 이야기의 연장선처럼 들렸다"고 평가했다. 김문정은 "고생하셨다. 한 걸음씩 오르막을 열심히 오르셨다는 게 노래에서 느껴졌다. 이제는 그 오르막길에서 신선한 바람도 느끼시길, 이제는 이서환씨를 기다리는 무대가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며 격려하자 이서환은 눈시울을 붉혔다.

가수 권인하가 다음 주자로 올라왔다. 온라인에서 '천둥호랑이'라는 별명이 생긴 배경에 관하여 2001년 박효신과 함께 한 무대에서 폭풍성량을 과시했던 영상이 10여년이 지나 뒤늦게 재발굴되며 역주행한 사연을 밝혔다. 권인하는 세월에 따라 변화하는 대중음악의 흐름을 따라잡기 위하여 지금도 한 곡을 수백번씩 끊임없이 연습할만큼 노력파의 면모를 드러냈다.
 
유일하게 현역 베테랑 가수이자 음악 감독으로도 손색없는 경력자가 굳이 합창에 도전한 이유에 대하여, 권인하는 "제 보컬의 거칠고 강한 이미지를 걷어내고, 함께 어우러지는 소리를 맞춰가는 게 큰 공부가 될 것 같아서"라고 겸손하게 고백했다. 권인한의 자기소개 선곡은 유미의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로 역시 역주행으로 뒤늦게 인기를 끈 노래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김문정은 "부르고 싶은 노래는 다 부를 수 있어서 좋겠다"며 권인하의 폭넓은 소화력을 칭찬했다. 이어 "(음악가로서) 저희 합창단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주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준면은 나문희와 영화 <하모니>에서 공연하면서 실제 배우들의 합창 지도를 맡았던 인연이 있었다. 나문희는 "박준면은 마치 원주민(현지 사람들처럼)처럼 노래를 잘한다"고 극찬했다. 박준면은 "나문희 선생님이 이 프로그램을 하게 된 이유다. 영화할 때도 나문희 선생님 때문에 버텼다"며 돈독한 인연을 공개했다.

박준면은 "음악에 진심이다. 제게는 휴식공간과 같다"이라며 깊은 애정을 고백했다. 블루스와 재즈를 좋아한다는 취향에 맞게 김건모의 '서울의 달'을 소울풀한 감성으로 소화해내며 감탄을 자아냈다. 나문희는 두 손을 번쩍 들고 박준면의 노래에 깊이 빠져들었다. 김문정은 그런 나문희의 모습에 "노래를 하는 것도, 감상평을 남기는 것도 부끄러워하실 필요없다. 음악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는 것이 합창의 첫 걸음"이라며 격려했다.

박준면은 합창단에 참여하기전부터 솔리스트 성향이 강하여 합창에서는 자칫 튈 수 있다는 데 고민했다. 김문정도 이에 공감하면서도 "영화속에서 하모니를 이룬 것처럼 같은 과정에 도전해보자"고 격려했다. 최정훈은 "장르 따라 목소리를 확 바꿀 수 있으니 합창 보이스도 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후한 저음이 돋보이는 '예고 교장' 이병준이 다음 주자로 등장했다. 이병준은 뮤지컬 경력도 다수인 실력자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무대가 줄어들면서 노래라는 걸 잊고 살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병준은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로 인생의 연륜과 품격이 느껴지는 무대를 꾸몄다. 무대에 흠쩍 빠져든 김영옥은 "마이 웨이를 부른 사람 중 최고였다"며 극찬했다. 김문정은 "저희 합창단의 막강한 슈퍼 베이스다. 합창단의 받침이 되어줄 단단한 소리를 가지셨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우미화는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연습하다가 지나간 추억들을 떠올리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극배우로 오랜 무명시절과 생활고를 버틸 수 있었던 건 함께 무대를 했던 동료들 덕분이었다며 "같은 길을 걷는 동료들의 존재 자체가 힐링이 된다.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감동적이다"라고 밝혔다. 동료 배우들은 노래에서 전해지는 우미화의 진심을 느끼고 모두 함께 공감했다.
 
최정훈은 "음악이라는 것이 한 편의 이야기 같다. 많이 들었던 노래인데도 가사의 의미에 몇 배나 더 집중하고 공감하게 됐다"고 평했다. 김문정은 "음색이 따뜻하다. 어떤 음역대든 음색을 유지하는 게 장점이다. 그리고 귀가 되게 좋으시다. 노래 특히 힙창은 잘 부르는 것만큼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미화를 칭찬했다.
 
단원 중 유일하게 비연기자 출신인 MC 전현무가 무대에 올랐다. 노련한 MC로서의 모습과는 달리 유난히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전현무는 '노래 한 곡을 완곡해보는 게 평생 소원'이라고 밝혔다. 전현무는 평소의 유쾌한 모습을 접어두고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열창했다. 단원들은 처음보는 전현무의 진지한 모습에 호평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문정은 "오늘의 중요포인트는 안 웃겼다는 것"이라고 평하며, 예능에서의 가벼운 이미지 때문에 걱정했지만 의외로 음색이 곱고 저음도 침착하게 잘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무대에서 내려온 전현무는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한숨을 돌리며 부담이 컸음을 보여줬다.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 JTBC

 

마지막 순서로 이종혁이 무대에 올랐다. 긴장감에 선글라스를 썼다 벗었다를 반복한 이종혁은 "선생님과 선배님들을 가깝게 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고, 해가 안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록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종혁은 부활의 '론리 나잇'을 선곡했다.
 
엄마 미소를 지은 김영옥은 "처량맞는 것만 듣다가 신이 나니 너무 좋다"고 평가하며 바로 앞선 무대를 펼쳤던 전현무를 좌절하게 했다. 최정훈은 이종혁이 포인트구간을 놓치지 않고 손가락 제스처를 했던 장면을 언급하며 "음악적 센스가 있다"고 평했고, 김문정은 "이종혁은 순간적으로 끌어올리는 에너지가 있다"고 호평했다. 이어 "합창단원들이 전체적으로 다양한 소리가 있어서, 앞으로 어떤 곡을 하든 다양한 소재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모든 무대를 마치고 출연자들은 각자 의미있는 소감을 남겼다. 우현은 "연기를 통해 만나면 다른 사람이 되어서 연기를 하니까 '그 사람'을 잘 모른다. 그런데 오늘은 노래를 통하여 인생의 한 단면을 짧은 시간에 본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병준은 "정확한 음정과 박자가 노래의 전부가 아니다. 삶을 노래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자체로 정말 행복을 느낀다. 그래서 다음 시간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바로 <뜨거운 씽어즈>의 주제를 함축한 듯한 표현이었다.
 
김영옥은 "15명이나 되는 사람을 모아서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오늘 와서 보니 각자 다른 매력에 신기하고 깜짝 놀랐다. 나는 옆에서 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릴지라도 함께 좋은 시간을 가질수 있게 된 게 너무 행복하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문정은 "켜켜이 쌓아놓은 감정을 직업으로 가진 분들이라 모든 가사가 대사로 들리고, 노래는 이야기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이제는 비디오(연기)가 아니라 오디오(합창)로 감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뜨씽즈 합창단의 의욕적인 시작을 다짐했다. 합창단은 다음주 공식 창단식과 첫 연습, 그리고 대망의 첫 합창곡 공개를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뜨거운싱어즈 김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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