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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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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대선후보 토론회를 보고 답답함과 아쉬움이 남았다. 왜 여전히 4명의 후보만이 나오는 걸까 하는 아쉬움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정책도 이해 못 하는 후보와 성폭력 2차 가해자를 선본에 그대로 두냐는 질의에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는 후보를 보며 한숨이 나왔다. 이재명을 지지하는 여성선언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하던 새벽 5시, 핸드폰에 <조선일보> 속보가 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 8시 예정"

아, 사태가 더 나빠지겠구나.

사태가 나빠진다는 의미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 사회 제도권 정치를 퇴보로 이끈 양당체제를 강고하게 하는데 촉매 역할을 할 것이란 뜻이다. 다른 하나는 87년 대선 이래 줄곧 한국 사회 정치를 좀먹어온 비판적 지지의 잔재가 판칠 것이라는 의미다. 군부독재 시기를 거친 한국 사회의 특성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자유주의 보수정당과 자유주의 수구정당이 제도권 정당정치를 잠식해왔다.

현대 사회는 다원화되고 다양해지고 있지만 거대 양당체제는 그것을 수렴하지 못한다. 아니 안 한다. 페미니즘과 생태주의 등 현대사회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만드는 시각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과 같은 소수자 인권에 무감할 뿐 아니라, 코로나와 기후위기 같은 재난에 대해서도 낡은 국가통제식, 성장위주의 친기업 정책으로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사회변화를 쫓아가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백래시와 혐오 정치에 기대어 표를 구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뒤로 돌리는 정책을 공공연하게 말하는 대선 후보들이 줄 잇는 사태까지 낳았다.

진보정당에 투표, 사표 아닌 제도권 정치개혁의 시작
 
지난 2월 17일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제출된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선거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2월 17일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제출된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선거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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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계급의 세력화, 페미니즘의 정치세력화, 생태 정치의 세력화는 지지부진했다. 무엇보다 정치의 주체인 사람들이 자신의 지향과 맞는 사람, 자신의 이해를 대변하는 후보가 아니라 최악을 막기 위한 차악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정치행태를 조장하는 논리와 담론이 문제다. 그에 기반 한 투표가 양당체제를 유지 강화시켰다.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치는 사라지고 기업을 위한 정치만이 유지될 것이다. 주류만이 살고 비주류, 사회적 소수자들은 차별과 억압을 감내해야 하는 세상에 균열을 내지 못할 것이다.

사표방지라는 말에 더 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 정의당, 노동당, 진보당, 녹색당 등이 있지만 그동안 사표방지라는 논리로 지지하는 진보정당이 있어도 선거에서는 투표하지 않게 만드는 거짓 정치학이 떠돌아다녔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에 투표할 때, 주권자들이 지지하는 정치와 정책이 힘을 발할 수 있다. 아니,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야 말로 죽은 투표, 사표가 아닌가.

어떤 이는 말한다. 당신이 진보정당에 투표하면 여가부 폐지나 전술핵 배치 등을 운운하는 윤석열이 당선되는 결과를 낳을 거라고! 겁박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적으로 노동자와 여성, 성소수자와 장애인, 이주민, 난민의 인권을 외면해온 지난 5년간의 민주당 문재인 정권이 책임질 일이지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당신들이 저지른 과오는 당신들이 책임지라고 말하자.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자.

제도권 정치의 개선을 바란다면 자신의 정책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에 투표해야 한다. 한국 사회 불평등 체제와 차별의 구조를 없애겠다는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비정규직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후보, 차별금지법을 즉각 제정하겠다는 후보, 강간죄 성립요건을 협박과 폭력이 아니라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데 찬성하는 후보, 생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펴지 않겠다는 후보, 차별받는 여성들이 없도록 구조적 차별시정을 위해 제도개선을 하겠다는 후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없도록 법제도를 개선하고 인권교육을 하겠다는 후보, 일하다 더 이상 죽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개정하겠다는 후보를 택할 때, 보수정당의 정책도 바뀔 수 있다.

지난 2012년과 2017년 보수양당이 비정규직 제도 개선 정책과 페미니즘 지지를 내세운 것은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열망이 득표 결과에 드러나게 하자. 진보정당의 득표가 적다고 보수 정치인들이 조롱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 최소한 다른 사회를 꿈꾸는 진보정당이 성장할 때 다른 세상의 가능성은 조금씩 커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보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사표가 아니라 제도권 정치개혁의 시작이 될 것이다. 최악을 막고 난 후에 현재의 여당이 정치개혁을 할 것이라고 헛된 기대는 지난 5년 문재인 정부로 충분하다.

주권자로서 정치적 의지 드러내는 선거 만들어야
 
지난 2월 7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청사 외벽에 투표 참여 홍보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 2월 7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청사 외벽에 투표 참여 홍보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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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의 진보정당이 진보정당으로서의 운영과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동자의 계급적 이해와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책과 실천을 꾸준히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나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 편법에 합류했던 일부 진보정당의 과오는 진보정당운동을 후퇴시켰다. 그러나 그것이 자유주의 보수정당을 선택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 뜬 자들의 도시>에서처럼 백지투표가 무능하고 반민중적인 정치에 대한 의사표시였듯이, 자신의 지향하는 정책과 맞닿는 후보가 있다면 진보정당에 투표하라. 만약 그런 후보가 아무도 없다면 소설처럼 백지 투표를 하라.

제발 반윤석열이 민중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인양 정치공학을 들이밀지 마라. 최악을 막겠다며 차악의 후보를 선택하는 일만 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치 생태계를 변화시키려면 홈쇼핑하듯 몰아치는 저들의 정치공학에 더 이상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주권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선거를 만들어야 한다.

체제 전환은 거리와 광장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외치면서도, 제도권 정치에 있어서는 여전히 자유주의 정당에 투표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왜곡과 아이러니. 광장의 정치와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하는 정치가 이반되는 모순된 정치 수행을 더 이상 반복하지는 말자.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입니다.


태그:#대선, #정치,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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