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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일(3월 9일)을 일주일 앞두고 남겨두고 대선구도가 변하고 있다. 정치 담론 시장에서 '무조건 정권교체' 프레임이 고개를 숙이고 '더 나은 정치교체' 프레임이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이제까지는 정권교체론이 20대 대선전을 압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집값 폭등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이은 성추문 사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내로남불' 논란 등이 시민의 불만을 불러일으키면서 '묻지마, 정권교체'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됐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25일 오후 서울 상암 SBS 오라토리움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제2차 초청후보자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25일 오후 서울 상암 SBS 오라토리움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제2차 초청후보자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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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2월 25일 열린 선관위 주최 정치 분야 토론회를 기점으로 다른 분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토론회에서 각 후보에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의 필요성에 동의를 구하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동감을 표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만이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의 정치개혁 주장은 정권교체를 정치교체로 바꾸려는 "정치적 쇼"라면서 냉담하게 반응했다. 자연스럽게 정치개혁, 통합정부를 둘러싸고 이-안-심 대 윤의 3대 1 구도가 형성됐다. 

이런 기류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강화됐다.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모색해왔던 윤석열 후보는 지난 27일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고 책임을 국민의당과 안 후보에게 떠넘겼다. 이로써 사실상 윤-안 단일화는 소멸 국면에 들어갔다.

이 틈을 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그날 저녁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다당제 연합정치를 뼈대로 하는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틀 전 안철수 후보가 '토론회에서 국민통합 정부, 연합정치의 열쇠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그것을 채택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하자, 이재명 후보가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약속한 터였다.

이와 함께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정치권 안팎 인사들의 원호 사격도 잇달았다. 윤여준 전 장관, 법륜스님 등 20여 명은 3월 1일 국민통합, 연합정치를 위한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김영호 전 산자부장관,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유홍준 문화재청장 등 33명의 지식인도 이날 정치교체, 시대교체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선언을 발표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도 <오마이뉴스> 인터뷰 등을 통해 정치개혁 없는 무조건 정권교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회동한 후 이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회동한 후 이동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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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오후엔 김동연 새로운 물결 대선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만나 통합 정부 구성을 위한 정책연대에 합의했다. 그리고 그다음날인 2일 김동연 후보는 후보직에서 물러나며 "합의가 일으킨 '기득권 정치 타파'의 불씨가 들불로 번져가도록 더 큰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밝혔다. 

이-김 연대가 이 후보와 안-심 후보까지의 '넓은 연대'로까지 발전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흐름은 무조건 정권교체만을 외치며 정치개혁을 외면해온 윤 후보가 고립 내지 포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 왜 윤석열 후보는 막판에 고립, 포위되는 처지에 몰리게 됐을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초반 정권교체 바람이 워낙 셌기 때문에 정치개혁 등을 준비하지 않아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방심이 아니었을까 여겨진다. 실제 윤 후보 쪽은 교육, 여성, 복지 등 각종 직능단체가 보내는 정책질의서에 대부분 답변을 하지 않았다. 또한 2월 25일 토론회 이후 국민의힘과 윤 후보는 민주당발 정치개혁론에 '선거용' '정치쇼' 등의 기조로 일관했다. 이런 현상만 봐도 정치개혁, 즉 집권 이후의 개혁 플랜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진영통합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진영통합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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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필자는 상대 후보 흠집내기로 일관한 양대 진영의 이전투구 선거전에서 사회 각계의 인사들이 '이건 아니다'라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도 정치개혁론이 힘을 얻게 한 요소라고 본다. 이들은 선거 뒤에 통합정부, 연합정치를 하지 않으면 '정치적 내전' 상황이 계속되면서 나라가 엉망이 될 것이라는 걱정 속에서 통합과 연합 정치의 메시지를 강하게 발신했다.

이런 흐름과 요구에 이재명 후보는 화답했고, 윤 후보는 외면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응의 차이가 막판 대선구도를 '윤 대 비윤 연합'으로 바꿔놨다고 본다. 이와 함께 정권교체 프레임이 약해지고 정치개혁 프레임이 강해졌다.

하지만 누가 이기더라도 역대 가장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만큼, 마지막에 누가 웃을 것인지는 아무도 단정하기 어렵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재명 후보 직속 외교특보단의 오태규 공동단장입니다.


태그:#20대 대선, #선거구도 변화, #선거 프레임 , #정권교체, #정치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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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설위원실장과 오사카총영사를 지낸 '기자 출신 외교관' '외교관 경험의 저널리스트'로 외교 및 국제 문제 평론가, 미디어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일관계를 비롯한 국제 이슈와 미디어 분야 외에도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1인 독립 저널리스트를 자임하며 온라인 공간에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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