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관련 이미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관련 이미지. ⓒ 쇼박스


 
 
수학을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들이 있다. 휴먼 드라마나 SF 등 장르는 달리했을지언정 해당 소재의 영화들 대부분은 여전히 대중에게 어렵다고 인식된 해당 학문을 최대한 친근하게 담아내려 한 흔적이 강했다. 개봉을 곧 앞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또한 그 계열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성적의 학생을 모아놓은 한 특수목적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이 영화는 저소득층 가정이자 교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한지우(김동휘)가 우연히 교내 경비원(최민식)를 만나게 되며 전환점을 맞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새터민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인민군'으로 불리는 경비원은 아이들과 말도 섞지 않고 시종일관 굳어 있는 표정으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한다. 그러던 중 수학 성적 때문에 전학까지 고민하게 된 지유의 숙제를 대신 해주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 일부를 드러낸다. 북한에서 내로라하는 학자였던 그는 지유와 그의 단짝 보람(조윤서)과 소통하게 되면서 서서히 마음 문을 연다.
 
상업 기획 영화라는 틀에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각 캐릭터 간 성격과 매력이 분명하고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다는 게 장점이다. 학생 엘리트들 집단에서 발생하는 왕따 문제는 성적과 경제력 제일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의 어떤 일면을 반영한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는 복지 정책이 오히려 계급화나 서열화로 비뀌어 작동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식인데 그런 학생을 또다른 소수자이자 아웃사이더인 새터민이 보듬는다는 게 꽤 감정적으로 묵직하게 다가온다.
 
경비원 리학성의 과거 상처를 영리하게 배치하며 영화는 중후반부까지 제법 극적 감동과 긴장감을 함께 가져간다. 조금 더 극적인 사건을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지만 국가 시스템 안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거나 차별의 대상인 한 어른과 또다른 약자이자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져 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관련 이미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관련 이미지. ⓒ 쇼박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한 장면.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한 장면. ⓒ 쇼박스


 
이 때문에 취향 차원에서 호불호를 갈릴지언정 이야기와 캐릭터, 주제 의식 간 균형감만큼은 근래 개봉했던 한국상업영화들보다 뛰어난 편이다. 수학 자체를 더 매력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했으면 하는 아쉬움과 일부 장면에서 단조로운 앵글 배치 등 연출적인 면이 아쉽긴 하지만 각종 혐오와 배타적 문화가 팽배한 요즘 한국 사회를 떠올려 보면 시의성 면에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첫 스크린 데뷔인 김동휘라는 배우와 베테랑 최민식 간에 호흡도 안정적이다. 인지도나 경력을 따졌을 때 이런 조합은 자칫 배우 간 힘의 불균형을 보일 수도 있는데 적당하게 힘을 뺀 최민식과 나름 진솔하고 진실하게 연기하려 한 김동휘의 노력 덕에 아쉬움이 상쇄된다. 청소년 관객들에겐 단순히 꿈만 강요하는 게 아닌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자세로 어려움을 극복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게 할 법하고, 어른들에겐 책임지는 자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할 것이다.
 
한줄평: 주제와 캐릭터, 이야기 면에서 고른 균형감이 돋보인다
평점: ★★★☆(3.5/5)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관련 정보

감독: 박동훈
출연: 최민식, 김동휘, 박병은, 박해준, 조윤서
제작: ㈜조이래빗
제공 및 배급: ㈜쇼박스
러닝타임: 117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2년 3월 9일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최민식 김동휘 조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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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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