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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오른쪽)가 1976년 3.1민주구국선언 재판이 있는 날에는 피고인 가족들과 함께 보라색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 이희호 여사 생애사진 100선 이희호 여사(오른쪽)가 1976년 3.1민주구국선언 재판이 있는 날에는 피고인 가족들과 함께 보라색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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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사와 재판과정에서 사제단에 관해 집중적으로 심문했다. 1심 재판에서 함세웅 신부에 대한 문답이다.

문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어떠한 단체인가?
답 : 복음정신과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기 위한 자발적인 사제들의 모임으로 350여 명의 사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1974년 7월 5일의 '성년 반포에 즈음하여'라는 한국 천주교 주교단 사목교서도 특히 개인과 단체와 국가는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모든 인간의 기본 권리를 존중해야 함을 강조했다. 때문에 사회정의를 가르치고 사회문제 각성에 대한 필요성을 사람들에게 일깨워 주며 모든 인간의 기본권을 거듭 강조함은 교회의 의무요 책임이다. 특히 교회의 지도자들인 주교들과 성직자들은 이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 사제단은 바로 이를 실천하기 위해 모인 사제들의 자발적인 단체다.

사제들은 재판정에서 당당하게 소신을 밝혔다. "3.1절 기도회 사건에 어떻게 관여했는가"란 신문에 문정현 신부의 답변이다. 
76년 3월 1일 암울했던 유신시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일형 박사(앞줄 오른쪽) 등과 함께 서울 명동에서 유신철폐를 위한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왼쪽이 김옥두 전 의원이고 김대중 뒤로 부인 이희호씨와 권노갑 전 의원이 보인다).
▲ "원조 촛불" 정치인 김대중 76년 3월 1일 암울했던 유신시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일형 박사(앞줄 오른쪽) 등과 함께 서울 명동에서 유신철폐를 위한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왼쪽이 김옥두 전 의원이고 김대중 뒤로 부인 이희호씨와 권노갑 전 의원이 보인다).
ⓒ 김대중평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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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라는 말을 나에게서 떼어내면 나는 죽은 시체와 같다. 1937년 비오 11세 교황께서 발표한 교서인 <정치와 인간>을 감명깊게 읽었다. 교회는 계속해서 정치, 경제, 문화생활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이 1971년 대통령 선거 때 처음으로 성명서를 냈으나 빛을 못 본 일이 있다. 그 후 주교단에서 '오늘의 부조리를 극복하자'고 했고 지학순 주교님이 사상 처음으로 '정치정의를 실천하라'는 데모까지 하였다. 

 신현봉 신부의 법정투쟁 모습이다.

"아이고! 아이고!"
 (신부님이 곡을 하자 재판장이 말했다.)
"뭣하는 짓이오"
(그에 대해 신부님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죽었기 때문에 조의를 표하는 거요"
(하고 답하였다.)

종교인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기 위해 정보정치를 일삼고 있는 정부의 만행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현 정권은 월남사태를 잘알 텐데 역이용하고 있다. 주권을 가진 국민이 정부에 반대 못한단 말인가? 입만 뻥긋해도 총화유신을 저해하는 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현 정권은 북괴를 너무 이용해 먹고 있다. 박 정권은 1970년대부터 김일성 때문에 유지되고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 검찰의 강력한 제지가 있었다.)

공소장에 보면 '종교행위를 빙자해서'라고 되어 있지만 우리의 주장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것은 종교인의 의무요 권리다. 유신헌법은 자연법과 인간 양심에 어긋나기에 민주국가의 법으로 인정될 수 없다. 

장덕필 신부의 발언이다.

나는 성직자로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예언자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힘써왔다. 사회에의 참여는 당연하다. 1심 때도 재판부는 불행히도 진실을 외면하였다. 2심도 1심과 똑같다. 그리스도의 최후 말씀으로 끝맺겠다.

"주여,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나이다.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루가 23, 34)

함세웅 신부의 발언이다.

1심 판결의 소감을 말하면 다음과 같다. 커다란 닭장에서 닭들이 편안히 지내고 있는데 한밤중에 박쥐가 닭장으로 침입하여 이, 벼룩과 함께 소란을 피웠다. 이에 닭들은 밤중이니 가만히 조용하게 있든지 아니면 나가 달라고 하자 박쥐는 오히려 화를 내면서 밤이라고 하여 왜 활동을 못하느냐면서 긴급조치 9호 위반, 국가변란죄, 사실 왜곡 등으로 오히려 닭들을 기소하였다. 올빼미인 검사가 기소하고 판사인 부엉이는 올빼미인 검사가 기소한 대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닭은 하도 억울해서 꼬끼오 하면서 훼를 치고 우니 새벽이 온 것이다. (재판장이 비유를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주석 2)         


주석
2> 이상 인용문, <암흑 속의 횃불(2)>, 80~83쪽.(발췌)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연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민주주의, #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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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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