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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12월 20일 합천군청에 ‘일해공원 명칭 변경 주민발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생명의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12월 20일 합천군청에 ‘일해공원 명칭 변경 주민발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 고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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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군민들이 공들여서 주민발의를 한 만큼 합천군은 송구한 마음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지명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생명의숲'이 아니어도 좋다. 지명위원회에서 군민들에게 이름을 공모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라."

생명의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가 20일 합천군청에 '주민발의 청원서'를 내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두환(1931~2021)씨 고향 사람들이 '일해공원 명칭 변경 주민발의'를 접수한 것이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지난 6일 '주민발의'를 선포한 지 보름만에 지역 유권자의 1/50(800여 명)이 넘는 1400여 명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자연인공 지명정비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정', '합천군 지명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 '합천군 조례 제정 및 개폐 청구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주민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민발의 청원서를 통해 "군사반란과 광주민주화운동 민간인 학살로 법원의 판결과 역사적 평가를 받은 생존 인물인 범죄자 전두환의 아호 '일해'를 공원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은, 현행 법령 등에서 정한 지명 부여 기본원칙에 위반된다"고 했다.

이들은 "일해공원이라는 명칭은 국민 정서에 반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역갈등을 유발하고 있으며, 합천군과 군민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천군민운동본부는 "관련 법령과 조례 등에서 규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합천군 지명위원회를 개최하고 '일해공원'의 이름을 '새천년생명의숲'으로 변경하는 고시지명(안)을 심의·결해 주시기 바란다"고 청원서에 밝혔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주민발의에 맞춰 낸 자료를 통해 "주민발의는 지명의 제정·변경 등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며 "올해가 가기 전에 군민의 목소리를 전달하여 새해를 맞이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주민발의를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해공원이 관련법과 규정을 어기고 절차조차 건너뛴 것이라 군수는 지명을 다루는 지명위원회를 열어서 심의해야 할 사항이었다"며 "군수가 지명위원회를 개최하면 생업에 바쁜 군민들이 동분서주하며 주민발의를 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주민들을 편안하게 하려고 세금 들여서 그 행정을 맡겨놓은 것인데 도리어 주민을 힘들게 하니 밥 팔아 똥 사먹는 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행정은 늘 입만 열면 법과 절차를 부르짖다가 왜 이 사안은 법과 절차대로 해달라는 요청에도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무 말이 없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주민발의 청원인을 모집하면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공원이름에 다양한 제안을 듣게 됐다"며 "그 중 하나가 '남명공원'으로 하자는 제안"이라고 전했다.

남명 조식(南冥 曺植, 1501~1572) 선생은 외가가 있던 합천에서 태어났고, 조선시대 성리학자이며 '영남학파의 거두'로 알려져 있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마침 합천군의회는 남명 조식선생 역사 교과서 수록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고 일해를 고집하는 대표적 단체인 유림도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닌가라는 의견이었다"고 했다.

또 이들은 "어떤 이는 사람 이름은 또 다른 분란을 낳을 수 있으니 황강의 고운 모래를 상징하는 '은모래 공원'이 어떠냐며 예쁜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공원은 부자든, 빈자든, 보수든, 진보든 계급계층 이념과 관계없이 모두가 어울리고 쉬는 공간으로 공동체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며 "이름 하나 때문에 그 기능을 못하고 있으니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해공원 명칭 고수 주장'에 대해, 이들은 "지금처럼 공원 이름을 두고 힘과 힘으로 맞서는 것은 합천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고 토론을 통해 타협의 기회가 있다면 찾고자 한다"고 했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토론회, 공청회 어떤 형식이든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갖기를 원한다"며 "민의를 수렴해야 할 의회가 주관을 하든, 언론사가 되었든 우리는 대화의 자리를 마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합천지역 농민회, 여성농민회, 가톨릭농민회, 공무원노조, 전교조, 농협노조, 노무현재단,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으로 구성돼 있다.

주민발의에 대해, 합천군청 관계자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합천군은 경남도비 지원을 받아 2004년 황강 쪽에 '새천년생명의숲'을 조성했고, 2007년 전두환씨의 아호(일해)를 딴 '일해공원'으로 바꾸었다.
 
생명의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12월 20일 합천군청에 ‘일해공원 명칭 변경 주민발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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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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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전두환, #일해공원, #합천군, #새천년생명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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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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