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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전국방과후강사 노동조합 위원장, <꿈꾸는 유령 방과후강사 이야기> 저자
 김경희 전국방과후강사 노동조합 위원장, <꿈꾸는 유령 방과후강사 이야기> 저자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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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전국방과후강사 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난 것은 지난 20일 오후. 그는 경기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학원보다 안전한 곳은 학교, 방과후학교를 열어 주십시오'라는 글귀가 적힌 큼지막한 손팻말이, 그가 교육청 앞에 서 있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팔일 전인 12일부터 시작했으니 힘들 만도 한데, 그의 목소리에서는 지친 기색을 찾을 수 없었다. '언제까지 할 계획'이냐고 묻자 그는 고민하는 기색 없이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라고 답했다.

"(저는) 코로나19 이후 지금까지 19개월 동안 0시간 수업했어요. 1시간도 수업을 하지 못한 거죠. 수도권이 특히 심한데, 5개 학교와 계약을 하고는 단 한 곳에서도 수업을 하지 못한 강사가 있는 실정입니다. 이것이 서울, 경기, 인천에 있는 4만 여 명의 방과후강사들 현실입니다. 경기도와 서울 교육청 앞에서 무기한 시위를 하는 이유입니다."

김 위원장이 '방과후강사'라는 세계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5년. 딸아이 담임선생 추천을 받은 게 계기가 돼 16년째 독서논술 강사로 살아가고 있다. 학습지 회사 연구실에서 독서·논술·역사 교재를 10여 년간 집필한 경력이 독서논술 강사 토대가 됐다.

지난 4월에는 학교 비정규직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꿈꾸는 유령 방과후강사 이야기>(호밀밭)라는 책을 펴냈다. 책에는, 저자 자신과 동료 강사들이 겪은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생계 문제로 벼랑 끝에 몰린 방과후강사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한 비인격적인 대우, 부당한 지시, 갑질 등 다양한 문제가 담겨 있어, 방과후강사들의 상처투성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최초의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경기도교육청에 이어 지난 23일부터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노동조합 결의에 따라 하는 시위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20일 당일 대면 인터뷰와 전화 통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루어졌다.

"유령처럼 존재감 없는 현실을 깨닫게 됐다"
  
책 <꿈꾸는 유령 방과후강사 이야기> 표지
 책 <꿈꾸는 유령 방과후강사 이야기> 표지
ⓒ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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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통해 꼭 알리고 싶은 게 무엇인가?

"학교에서 유령처럼 존재감 없는 게 바로 방과후강사라는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이런 불합리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고용 안정도 이루고, 유령이 아닌 떳떳한 교육노동자로 인정받겠다는 갈망도 있었다.

이 책은 저 혼자 쓴 게 아니다. 전국 12만여 명 방과후강사와 함께 썼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방과후학교가 만들어진 뒤 지난 26년간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이자 고백이고 일기다. 교육감님, 장관님, 교감·교장 선생님,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책을 읽고 공감하면 좋겠다."

- 방과후강사를 '꿈꾸는 유령'이라 표현했다.

"책에도 쓴 내용인데, 유령이라는 말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특수고용직 또는 프리랜서 직군이라 노동자로서의 법적인 신분 보장을 못 받는다는 의미도 있다.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가 다쳐도 산재처리가 되지 않고, 십 년 이상 근무하다 그만둬도 실업 급여 한 푼 없다.

이런 말을 하면 교사들은 교원자격증을 따지 않았고 임용고시도 보지 않았는데 그런 대우는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고 방과후강사의 열악한 근무 조건과 환경이 정당화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교사조차 방과후강사를 유령 취급하는데, 다른 직군의 사람들이 방과후강사의 어려움을 이해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비록 유령 같은 존재지만 그래도 우리는 꿈을 꾸고 있다는, 또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있다는 희망적인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꿈꾸는 유령'을 제목에 넣은 것이다."

"2학기에는 방과후학교 대면 개강해야"
      
- 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방과후강사들 삶은 현재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저도 코로나19 이후 지금까지 19개월 동안 단 1시간도 수업을 하지 못했다. 2학기에는 방과후학교를 대면 개강해서 강사들이 정상적으로 수업을 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다. 만약 학부모 요구나 교장 판단에 따라서 수강생 인원 제한을 둘 경우에는 강사료를 인상해야 한다. 또 방과후수업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학교와 교육청이 나서서 강사들을 소상공인긴급지원금 대상자로 선정하도록 해야 한다."
 
- 수업을 하지 못했으니, 수입도 없을 텐데?


"당연히 강사 수입은 0원이다. 수도권 초등학교 1학기 대면 수업 비율이 고작 20%, 그래서 수도권 방과후교사들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5개 학교와 계약서를 쓰고는 단 한 곳에서도 수업을 못한 교사가 있는 실정이다. 소득이 없지만 언제 수업을 재개할지 몰라 새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다. 이것이 서울, 경기, 인천에 있는 4만 여 명의 방과후강사들 현실이다.

그래서 대부분 택배, 학교 방역 같은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직을 한 강사도 30% 정도나 된다. 방과후강사 월평균 수입이 216만 원에서 코로나19 이후 13만 원으로 줄었다는 조사 결과(2020년 9월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자체조사)도 있다."
 
방과후강사노동조합 김경희 위원장이 방과후강사의 생계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방과후강사노동조합 김경희 위원장이 방과후강사의 생계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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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하다보면 보람도 있지만, 어려운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

"조합원들과 함께 투쟁해서, 그 결과 방과후강사들도 올해 7월부터 고용보험을 적용받게 됐다. 법적인 노조로 인정받아 지난 2019년 9월에는 신고필증도 받았고, 그 덕에 다음 달부터 경남교육청과 단체 교섭을 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조합원들 생계가 더 어려워졌지만, 그런데도 노조에 대한 필요성을 깨닫고 가입하는 분이 많아 조합원 수가 코로나19 이후 두 배로 늘었다. 이럴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반면, 활동을 하다보면 가까이 지내던 동료들과 오해가 생기거나 인간적 갈등을 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노조를 떠나면서 인간적인 관계마저 단절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정말 힘들다."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방과후강사를 하게 됐나.

"딸 담임 선생님 추천으로 2005년부터 방과후강사를 시작했다. 학습지 회사 연구실에서 독서·논술·역사 교재를 10여 년간 집필한 경험이 방과후강사라는 일을 하는 데 바탕이 됐다. 서울, 김포, 고양, 파주 등 약 20여 개 학교에서 16년째 독서토론과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올해도 김포 나비초, 파주의 운정초와 계약을 한 상태지만, 수업은 단 1시간도 하지 못했다(하하)."

태그:#김경희 전국방과후강사 노동조합 위원장, #꿈꾸는 유령 방과후강사 이야기,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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