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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1년 6개월, 우리 사회는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급변한 상황을 맞닥뜨린 곳은 병원 현장 아닐까 싶은데요. <오마이뉴스>는 보건의료노조와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해 발표한 '보건의료노동자 노동실태 조사' 내용을 네 차례에 걸쳐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 이전기사 : 간호사들 '번아웃' 유발하는 병원 내 고질적 문제 http://omn.kr/1uq1p

의료기관의 교대제는 불규칙적이고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동적이다. 교대근무와 야간근무가 발암물질로 규정되고 있지만,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당하는 업무 특성상 24시간 근무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야간근무를 축소하고 노동휴식권을 충분히 보장하며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제가 필수임에도 현실은 정반대다.

2021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난 간호사 직종의 3교대 근무자를 중심으로 근무형태별 노동실태를 살펴본다. 

3교대 간호사, 모든 면에서 노동실태 최악

3교대 간호사의 인력수준, 안전보건, 일 생활 균형, 업무량-노동강도 만족도가 다른 근무형태 대비 최저 수준이며, 그중에서도 '일 생활 균형'과 '업무량-노동강도' 만족도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인력수준 만족도는 전체 간호사 평균 23.3%로 인력 부족 상황이 매우 심각한 가운데, 3교대 간호사의 만족도는 21.5%로 가장 낮았다.

일 생활 균형 만족도 역시 유독 3교대 간호사만이 41%로 평균치인 46.1%에 미달해 통상근무자와 야간근무전담자가 60% 이상의 만족도를 보이는 것과 상당한 차이가 관측됐다. 안전보건 만족도는 통상근무자만 61.6%로 평균 56.7%보다 높은 반면, 3교대 55.5%, 야간근무전담 51.7%, 2교대 50.4% 순으로 나타나 야간근무와 장시간근무가 안전보건 불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조사됐다. 

업무량-노동강도 만족도는 평균 33.8%에 불과한 가운데, 이 역시 3교대근무자 만족도는 30.8%로 평균에 미달했으며 야간근무전담자 45.7%, 통상근무자 42.8%에 비해 만족도가 낮았다. 

현 근무형태별 1년 미만부터 10년 이상까지 근무기간에 따른 만족도를 살펴보면, 모든 항목에서 근무기간 1년 미만 응답자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는데, 이는 1년 미만 간호사의 절반 정도가 이직하는 상황을 감안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력수준 만족도는 3교대를 제외한 통상근무, 2교대, 야간근무 전담 등이 3~5년 미만까지 감소한 뒤 소폭 증가하는 반면, 3교대의 경우 1년 미만 36%를 제외하고 약 20% 내외의 수준이 지속됐다. 

안전보건 만족도는 3교대 간호사에게서 가장 높은 하락률을 보였는데, 1년 미만 74% 이후 계속 하락하여 10년 이상은 46.6%로 장기근무자일수록 안전보건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일 생활 균형 만족도의 경우 통상근무자는 근무기간에 따른 특별한 변화 없이 약 60% 수준인데 비해, 3교대근무자는 1년 미만 48%에서 8.5%p 하락한 이후 약 40% 수준이 지속되었다. 

업무량-동강도의 경우 통상근무와 2교대는 1~3년에 가장 낮은 수준에서 점차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나, 3교대의 경우 1년 미만의 43.5%을 제외하고 근무기간과 상관없이 30% 전후의 낮은 만족도가 지속됐다. 

종합하면 3교대 외 타 근무형태는 주로 근무기간 1~5년에 낮아졌다가 점차 개선되는 패턴이나, 3교대의 경우 모든 항목의 만족도가 근무기간에 따른 변화 없이 최저 수준으로 지속되는 경향이다. 이는 1년 내 신규간호사 이직률 45.5%가 반영된 결과로 근속기간에 따른 전문성-숙련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열악한 노동실태를 보여준다. 
  
3교대 간호사 5명 중 4명 이직 고려, "번아웃" 심각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난 7월 29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더위를 식혀 주는 아이스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다.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난 7월 29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더위를 식혀 주는 아이스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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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형태별 이직 고려율은 3교대가 80.1%로 5명 중 4명은 이직을 고려하는 매우 높은 수치다. 이직 고려율은 3교대 80.1%, 야간근무 전담 70.7%, 2교대 68.2%, 통상근무 64.6% 순으로 나타난 가운데, '인력수준', '안전보건', '일 생활 균형', '업무량/노동강도'에 대한 만족-불만족 여부는 이직 고려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수준에 만족하는 간호사들의 이직 고려율은 59.7%인데 비해 인력수준에 불만족하는 간호사들의 이직 고려율은 81.1%로 21%p 격차를 보였다. 같은 방식으로 이직 고려율 격차를 살펴보면, 안전보건 약 15%P(만족 69.5%, 불만족 84.7%), 일 생활 균형 약 22%P(만족 64.4%, 불만족 86.1%), 업무량-노동강도 약 23%p(만족 60.7% / 불만족 83.9%)의 격차를 보였다.

3교대 간호사의 응답 결과를 살펴보면, 인력수준 만족 응답자의 이직 고려율은 65.1%, 불만족 응답자의 이직 고려율은 84.2%로 약 19%p 격차를 보였으며, 안전보건 약 13%p(만족 74.2% / 불만족 87.5%), 일 생활 균형 약 19%P(만족 68.8% / 불만족 88%), 업무량/노동강도 약 21%p(만족 65.8% / 불만족 86.5%)의 격차가 확인되었다. 

불만족할수록 이직 고려율이 상승하는 양상은 근무형태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관측되나, 3교대 근무자의 경우 각 항목의 만족 여부에 따라 이직 고려율 격차가 상대적으로 낮은 특징이 확인된다. 즉, 타 근무형태에 비해 근무환경에 만족하더라도 이직 고려율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3교대 간호사의 이직 고려에 미치는 다른 주요 이슈를 시사하는 것으로, 이미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직무소진(번아웃)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3교대 간호사의 직무소진(번아웃) 평가 결과, 지금의 일을 하는 이유는 월급을 받기 위함이라는 비율이 84.2%로 가장 높았고, 육체적으로 소진 82.8%, 내일 출근하기 싫다 78.8%, 정신적으로 소진 78.3%, 자주 일을 그만두고 싶다 72.9% 순으로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3교대 간호사 절반 정도가 업무 집중이 어렵고(47.1%), 업무에 대한 어떤 의미나 열정을 못 느낀다(48.1%)고 답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특이할 점은 '업무 관련 조언이나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라거나 '업무 처리를 미룬다'라는 응답은 각각 6.5%, 7.9%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는 3교대 간호사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소진되어 출근하기 싫은 감정과 자주 일을 그만두고 싶은 극한의 직무소진(번아웃) 상태에서도 본인 업무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의 열정과 노력의 자세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업무 자긍심과 장래성・비전에 대한 긍정률은 각각 80.5%와 62%로 18.5%P의 격차를 보이는데, 환자의 생명을 돌보는 업무에 대한 자긍심에 비해 업무의 장래성・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인력 늘리고 비정상적인 교대제 바꿔야   
 
보건의료노조는 6월 23일 2시 세종정부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9월 산별총파업 돌입을 예고 했다. 전국에서 모인 2천여 조합원들은 결의대회를 마무리하며 참가자 전원이 방호복과 단결,투쟁의 머리띠를 매고 보건복지부를 향해 요구안을 담은 현수막을 부착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보건의료노조는 6월 23일 2시 세종정부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9월 산별총파업 돌입을 예고 했다. 전국에서 모인 2천여 조합원들은 결의대회를 마무리하며 참가자 전원이 방호복과 단결,투쟁의 머리띠를 매고 보건복지부를 향해 요구안을 담은 현수막을 부착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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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사 직종의 근무형태별 응답 결과를 통해 인력 부족으로 임계치를 넘어선 의료현장의 노동실태를 살펴보았다. OECD 평균의 절반 수준도 못 되는 부족한 인력은 최악의 야간교대 근무조건을 만들고, 높은 이직률, 업무량 증가와 노동강도 강화, 직무소진(번아웃)으로 이어져 또다시 인력 부족을 낳는 악순환이 수십 년간 누적되고 있다. 보건의료노동자가 힘들고 소진되면 환자도 안전하지 못하다.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1999년에 도입된 이후 20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은 간호등급제 인력 기준을 근무조별 실제 환자를 간호하는 1인당 환자 수로 전환하고, 등급 기준을 세분화하는 등 인력 문제를 제도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하며, 정부 차원에서 간호인력 확충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교대근무를 위해 야간근무를 축소하고,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3교대 간호사의 월평균 밤 근무 개수는 6개 43.7%, 7개 20.8%로 6~7개에 집중된 가운데, 밤 근무 업무량이 많다는 응답은 53.7%로 절반이 넘는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2007년에 야간근무와 교대근무를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교대근무자의 야간근무는 근무일과 업무량 모두 축소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3교대 간호사의 노동조건을 살펴보면 ① 근무시간과 ② 근무표가 준수된다는 동의율이 각각 58.9%, 61.9%인 한편, ③ 자유로운 휴가/휴식 사용과 ④ 결원 발생 시 제때 인력이 충원된다는 동의율은 각각 36.4%, 36.1%에 불과했다. 또한 ⑤ D(낮 근무)-E(저녁 근무)-N(밤 근무) 근무조별 인력이 적당하다는 의견은 43.2%로 부정 비율이 56.8%에 달했다. 지속 가능한 교대근무제를 위한 인력확충의 필요성이 다시금 확인되며, 충분한 휴식권이 부여될 수 있도록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제 도입이 시급하다.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의료현장의 교대근무제를 근본적으로 체질 개선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의료현장에서 3교대 간호사의 인력수준, 안전보건, 일 생활 균형, 업무량/노동강도에 대한 만족도가 최저 수준이고, 이직률과 직무소진(번아웃)도 가장 심각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3교대 간호사의 최근 3개월간 하루 평균 연장근무 경험이 30분 미만인 경우가 24.3%이고, 30분~60분 미만이 46.8%, 60분 이상인 경우도 29%로 집계됐다. 

보건의료산업은 24시간 노동을 하며 야간노동, 고강도노동, 장시간노동, 감정노동, 인력집약노동 등의 특성을 갖는다. 환자 안전을 위한 의료서비스 질·전문성·숙련도 향상과 장기근속과 이직률 감소, 일과 생활의 균형, 노동자 건강과 안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보건의료산업부터 주4일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사회 기능 및 국민 일상 유지를 위해 필수노동을 제공하는 의료인력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받으며 필수노동 보호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현장의 인력 확충과 근무조건 개선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방역 안보를 구축하는 필수 조건이라는 인식 아래, 전향적으로 접근하고 제도적 대안을 획기적으로 마련하여 시행해야 한다. 

태그:#보건의료노조,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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