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작 <고릴라 별>의 한 장면.

제16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작 <고릴라 별>의 한 장면.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차별과 편견의 대상들이 서로를 아끼고 품어줄 수 있을까. 흔히 사회적 약자로 보호받을 대상으로 묘사되곤 했던 보육원 아이와 홀로 삶을 살던 중고물품상 여성이 가족이 되는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다. 

제16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아래 비키, BIKY) 개막작으로 선정된 애니메이션 <고릴라 별>은 입양을 기다리는 소녀 요나와 그를 입양한 한 고릴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비키에서 애니메이션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건 이례적인데, 영화가 품고 있는 메시지나 시의성 면에서 충분히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다고 주최 측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친부모에게서 떨어진 뒤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입양을 기대하거나 기다린다. 요나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시간이 지나며 그 기다림에 지치거나 실망한 나머지 보육원 생활 자체를 즐기는 시기에 접어드는 아이들도 있기 마련. 영화는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나름 정을 나누고 어른들의 세계와 담을 쌓아가는 보육원 아이들의 모습을 제법 밝게 묘사하고 있다.

시청 공무원은 이 보육원이 달갑지 않다. 입양 실적을 올리라며 보육원 책임자를 압박하고, 나아가 보육원을 허물고 자신의 이름을 딴 호화 워터파크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그 와중에 사람의 형상이 아닌 한 고릴라가 보육원을 찾고 단번에 요나를 입양해간다. 크고 거친 생김새, 대화에 서툰 고릴라를 두고 아이들과 보육원 관계자는 겁에 질리지만 무슨 일에선지 요나 만큼은 태연하다.

고릴라와 요나가 주변의 방해와 압력을 이겨내고 참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얼핏 평이한 주제의식으로 볼 수 있지만 <고릴라 별>이 반영하고 있는 주제의식과 별개로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캐릭터들 면면을 보면 그리 단순한 소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약자로 늘 대상화되거나 객체로 남아 있던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만큼 어떤 영화들보다 구체적으로 소외된 자들의 마음을 오롯이 들여다 볼 수 있다.

요나를 입양한 고릴라 또한 요나에겐 엄마이지만 사회적으론 온갖 편견과 멸시에 시달리는 대상이다. 인간의 말을 쓰고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같은 사람의 얼굴이 아닌 고릴라로 표현한 건 특정 민족 중심, 특정 인종 중심의 배타적 문화를 꼬집는 은유로 이해할 수 있다. 인종차별, 난민 혐오, 나아가 나와 모습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배척 등. 혐오의 시선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살아온 캐릭터가 바로 이 고릴라인 셈이다. 
  
 제16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작 <고릴라 별>의 한 장면.

제16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작 <고릴라 별>의 한 장면.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이 영화는 한국계 스웨덴인 린다 함박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유명 작가 프리다 닐슨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감독 스스로도 한국에서 태어난 뒤 어린 나이에 스웨덴으로 입양이 된 경우기도 하다. "나의 뿌리를 찾는 과정만큼 흥미롭고 설레는 일은 없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자전적 경험을 물씬 반영했음을 알린 바 있다.

시청 공무원, 보육원 관계자, 그리고 고릴라까지. 이 작품엔 크게 세 종류의 어른이 나온다. 이들이 요나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을 보고 나면 한국이나 북유럽의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이나 비슷한 사회문제를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이상의 혐오나 차별은 안된다. 잔잔한 <고릴라 별>을 통해 온 가족이 함께 생각해볼 거리가 많아질 것이다.
고릴라 별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비키 보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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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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