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화 부산국제청소년어린이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상화 부산국제청소년어린이영화제 집행위원장.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부산이 영화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데 그에 걸맞은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부산에 터를 잡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제를 이어가는 게 의무기도 하고, 예산을 확대할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걱정과 애정이 교차하는 토로였다. 이젠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세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아래 비키, BIKY)의 김상화 집행위원장은 그간 품고 있던 아쉬움과 고민을 털어놨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며 전통을 이어오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알려졌다지만 코로나 19 팬데믹과 더불어 예산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진 채 운영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겐 두꺼비 아저씨로 통하는 그는 그만큼 고민이 깊어 보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아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는 7개 국제영화제 중 비키는 예산 규모로만 치면 10억 원 미만으로 서울여성영화제와 함께 가장 작은 축에 속한다. 100억 원이 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10분의 1수준이지만 매년 170편 안팎의 영화를 초청해 상영한다. 상영 편수만 놓고 보면 다른 국제영화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참여 인원과 소재 특성상 오프라인 행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코로나 19로 아이들과 청소년이 중심인 오프라인 행사를 전면 취소하며 차질을 빚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작품 초대 등 프로그램은 상당히 안정적이다"라고 김상화 위원장은 자신감을 보였다. 학교 및 교육 기관의 단체 관람이 크게 줄었고, 거리두기 방침으로 예년의 3분의 1수준 정도만 관객을 들일 수 있게 돼 티켓 판매 자체는 줄었지만 올해 1회, 2회차 상영은 대부분 매진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상영)에서 아시아 프리미어(아시아 최초 상영)의 수도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다. 올해도 180편 중 119편 정도가 프리미어 상영작이다. 여기에 배급 사업에도 역점을 두기 시작했다. 전국 시도 교육청 지원을 받아 영화를 수입해서 네이버와 협업해 무료로 상영하고 있다. 또 각 교실과 기관, 가정에서 영화를 보고 공부할 수 있는 교보재도 개발 중이다."
 
 제16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현장.

제16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현장.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특히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GV(관객과의 대화), 그리고 지난해 자체 사이트로 진행했다가 일부 상영 문제를 겪은 온라인 상영도 보완해서 진행 중이었다. 

"(경쟁 부문인) 레디 액션 부문이나 단편 영화를 묶어서 온라인 상영을 시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상영 방식의 다변화도 요구되는 상황이고 18세 이하 영화인들은 (학교를 빠지면서) 부산으로 오기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실시간 상영을 못했는데 올해는 그나마 실시간으로 하게 됐다. onfif 라는 플랫폼을 이용 중인데 결제 방식에 문제가 생겨 일단 무료로 해보기로 했다." 

이 지점에서 김 위원장은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편견이나 인식 부족을 느꼈음을 고백했다. 본래 국내 OTT 업체와 온라인 상영을 협의 중이었는데 끝내 무산된 사연을 전하며 그는 "비키가 협력 사업하는 데에 이점이 없다는 건데 이런 사회적 편견과도 싸워야 하는 현실"이라며 말을 이었다.

"국내 영화인 중에서도 비키에 적합하다 싶어 초청하면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있다. 어린이용 영화로 낙인찍히는 게 싫다는 거지. 우리로선 아쉽지만 일정 부분 이해는 한다. 다만 와서 영화들을 보시면 어른들이 보기에도 좋은 게 많은데 그 장벽이 좀 있는 것 같다. 예산 문제도 사실 하나만 삐걱하면 영화제 운영 자체가 어려운 수준이다.

부산시도 그렇고 한국 사회가 미래 세대에 투자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내 영화 시장이 세계 5위권이라는데 그에 걸맞게 미래 세대에게도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삶의 방식, 영화 생태계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그걸 대비하기 위한 실험을 하려면 기본적인 지원은 있어야 한다. 예전엔 전 세계 청소년영화인들을 초대한 국제청소년영화 캠프나, 해외 게스트를 중심으로 한 부대 행사를 하곤 했는데 지금의 예산 수준이라면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라도 재개가 어렵긴 하다."


그럼에도 올해 비키는 '다시 어린이 인권 선언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비롯해 부마항쟁 특별전 등을 새롭게 마련해 아동, 청소년 인권 확대 흐름에 발맞추려 했고, 1회 때부터 고집한 어린이 청소년 집행위원인 '비키즈' 활동을 이어가도록 해, 성인 영화인과 함께 두 축으로 행사의 주체가 되도록 했다. 비키즈는 영화제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시상식, 어린이청소년영화인의 밤 등의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데 18세 미만으로 구성된 집행위원들이, 본선 심사에도 참여한다. 어른들은 이걸 도와주는 역할이다. 이처럼 비키는 한 지붕 아래에 18세 미만 영화인들과 기성 영화인들, 즉 두 세대가 함께 일한다. 시상식을 일요일에 주로 했는데 평일에 하면 학교에서 잘 안 보내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데에도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세대 영화제의 필요성
 
 제16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현장.

제16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현장.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국내에서 명멸했던 여러 세대 영화제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있었다. 경기도 고양과 안양 등에서 어린이영화제를 진행했지만 3회를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서울 구로에서도 어린이영화제를 진행 중인데 김 위원장은 "같이 소통하고 협의하면서 진행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지금 아이들이 영상 세대잖나. 이들이 영상 언어를 제대로 읽을 수 있게 하는 미디어 교육이 절실한데 학교 교육 안에선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그래서 세대 영화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비판적 리터러시가 가능하도록 돕는 게 세대 영화제의 역할 중 하나다. 직접 행사를 주도하고 영상을 비판할 무대와 기회를 주는 거지."

부산 해운대를 중심으로 북구와 중구와 연계해 행사를 꾸리는 것도 부산 전 지역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고른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김상화 위원장은 "사실 지금 예산으로는 이렇게 일을 벌이는 게 어려운데 스태프들과 여러 사람들의 헌신 덕"이라며 "더이상 이런 구조로는 힘들다. 그간 행사를 잘 다져놨으니 부산시가 이제 응답할 차례"라고 현실적 지원을 강하게 호소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 5일 비키는 문을 열었다. 8일간 이어지는 행사에서 어떤 작품을 챙겨보면 좋을까. 김상화 위원장은 개막작인 <고릴라별>을 비롯해 청소년 활동가를 다룬 <그레타 툰베리> 등을 언급했다. "사실 이런 영화들은 어른들이 먼저 봤으면 한다"며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도 있고, 미국 중심이 아닌 다양한 나라의 영화를 통해 그 문화를 이해할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유엔 가입 국가가 190개를 넘는데 영화를 좋아한다는 분들도 겨우 대여섯 개 국가 외의 영화를 접하기 어렵다. 영화제를 통해 더많은 소통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 안에 존재하는 차이를 차별로 이끌어 가는 게 아닌 그 차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쪽으로 끌고 가려면 우리 같은 영화제를 통해 다른 관습, 문화를 돌아볼 기회를 가져야 한다. 영화만큼 좋은 게 없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김상화 비키 BI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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