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쏜다>의 한 장면

<뭉쳐야 쏜다>의 한 장면 ⓒ JTBC

 
JTBC <뭉쳐야 쏜다>가 악수 중의 악수를 뒀다. 

지난 27일 방송 말미에 등장한 예고편은 <뭉쳐야 쏜다>(아래 '뭉쏜') 제작진의 안일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농구대단치' 특집을 준비하면서 왕년의 스타들을 소환했는데, '기아차' 멤버로 강동희 전 감독이 얼굴을 비춘 것이다.

강동희는 1990년대 한국 농구를 대표했던 레전드이자 원주 동부(현DB) 감독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렸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은 뜬구름처럼 사라졌다. 이제 강동희란 이름 앞에는 '승부조작'이라는 범죄가 새겨져 있을 뿐이다. 강 전 감독은 2011년 2월과 3월 브로커 등에게 4700만 원을 받는 대가로 정규리그 일부 경기에서 후보 선수들을 기용하는 수법으로 승부조작을 했다. 

2013월 8월, 이와 같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개월, 추징금 4700만 원이 선고됐다. 같은 해 9월 KBL 상벌위원회는 강 전 감독을 제명 조치했다. 현직 프로팀 감독이 승부조작에 연루된 건 처음이었기에 농구 팬들은 엄청난 배신감과 상실감을 동시에 느꼈다. 이런 강 전 감독을 '농구대잔치 추억의 스타'로 소환해야만 했을까. 시청자들의 반응은 '불쾌'로 뒤덮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화들짝 놀란 <뭉쏜> 제작진은 강 전 감독이 나오는 예고편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JTBC 관계자는 "과거 농구대잔치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대중 정서에 부합하지 못하는 섭외로 걱정을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강 전 감독의 출연 분량은 통편집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도대체 누가 강 전 감독의 섭외를 추진했던 걸까. 통편집은 논란을 피해가려는 면피책에 가깝지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분명 제작진이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 

강동희 전 감독의 방송 출연과 관련해서는 불과 1년여 전에도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9월 강 전 감독은 허재와 함께 SBS <인터뷰게임>에 출연했었다. 당시에는 승부조작 사실에 대해 설명한 후 이를 반성하고 사죄하는 콘셉트였기에 출연이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그의 입장을 지나치게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뭉쏜>은 완전히 다른 무대이다. 강 전 감독이 추억의 '농구선수'로서 다시 코트에 서는 것이기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최근 분위기로 볼 때 다수의 농구 팬들은 강 전 감독의 복권(復權)도 복귀도 원하지 않는다. 

"강 전 감독이 국가대표 선수로서 각종 국제 대회에 출전해 국위선양에 기여한 점과 징계 후에도 지속해서 강사로 활동하며 후배 선수들을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하나 현시점에서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스포츠 환경 조성을 위해 본 안건을 기각하기로 했다." 

한편, 강동희의 <뭉쏜> 출연은 얼마 전 있었던 강 전 감독의 명예 회복 시도와 묘하게 겹친다. 당시 강 전 감독 본인을 비롯해 10개 구단 감독을 포함한 농구인들은 탄원서를 제출했고, 이에 KBL은 6월 15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강 전 감독에 대한 제명 징계 해제안을 두고 심의를 벌였다. 격론이 이어졌고, 결과는 기각 결정이었다. KBL은 "앞으로 이 시안에 대해 재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탄원서 제출과 방송 출연의 시점 중 어느 것이 빠른지 알 수 없지만, 두 가지 일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다는 점은 우려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물론 강 전 감독은 법적 처벌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프로스포츠협회 부정방지 교육 강사, 장학금 조성, 봉사 등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며 살아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가 저지른 승부조작이란 범죄를 깨끗하게 지우긴 어렵다. 

승부조작은 스포츠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팬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최악의 범죄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승부조작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이 스포츠판에 복귀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뭉쏜> 제작진은 강 전 감독 섭외 및 출연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뭉쳐야 쏜다 강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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