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발신제한> 조우진 인터뷰 이미지

ⓒ CJ ENM

 
"조우진이 장르다."

영화 <발신제한>을 본 한 관람객은 포털사이트 영화평 란에 이렇게 썼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첫주 최다 관객을 동원한 <발신제한>은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올 여름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 특히 조우진은 데뷔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가치를 유감 없이 증명했다. 22일 화상 인터뷰로 그를 만났다.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발신제한>은 은행센터장 이성규(조우진 분)가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출발한 평범한 출근길에 한 통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작품을 통해 데뷔 22년 만에 처음으로 주연으로 도약한 조우진은 사실 촬영에 임하기 전엔 자신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시나리오를 받고 주인공 역할을 제안 받았을 때 그는 "잘할 자신이 하나도 없었다. 감사한 기회이지 않나. 분량도 많고 문을 열고 닫는 역할이니까. 게다가 (이성규는) 인간으로 살면서 경험해볼까말까 한 상황에 맞닥뜨린 인물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조차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사람은 역시나 이번 작품을 통해 연출감독으로 데뷔한 김창주 감독이었다. 조우진은 "사람이라는 게 참 희한하게 감독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다. 감독님이 워낙 열정적이셨고 저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셨다. 사전에 대본리딩 하면서 감독님과 많이 상의하고 장면을 연구하는 과정을 거쳤다. 감독님께서 저를 데리고 가지 않으셨다면 저는 못버텼을 것"이라며 김 감독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화 <발신제한> 조우진 인터뷰 이미지

ⓒ CJ ENM

 
극 중에서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해도 터진다고 이성규에게 경고한다. 목숨을 구하고 싶으면 40억 원을 보내라는 협박은 덤이다. 보이스피싱일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주인공은 눈 앞에서 회사 동료의 차가 폭발하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야 이 모든 게 진짜라는 걸 알아차린다. 조우진은 궁지에 몰렸으면서도 아이들을 애써 안심시키려는 평범한 가장의 얼굴을 세밀하게 표현해낸다. 그는 이성규란 인물과 그의 상황을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굉장히 복잡다단한 감정의 인물이지 않을까 했는데 그럴수록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적확한 감정에 적당한 농도, 밀도로 연기한다면 (관객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신에 정확한 감정의 농도는 무엇일까. 이런 고민을 촬영뿐만 아니라 그 전부터 계속 했다. 저 혼자는 해낼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감독님과 상의도 많이 했다. 제가 잘 집중해서 표현한다면 어떻게든 설득력을 지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더 캐릭터 연구보다는 상황 연구를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전에는 이런 작품에 이런 캐릭터가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면, 이번에는 그런 식으로 분석할 시간도 없었다. 대신 인간 조우진이라면, 어떻게 할까? 제가 그렇게 집중하고 몰입해야 보시는 분들도 공감하시기 쉽지 않을까 했다. 조우진이라는 사람을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보시는 관객분들도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으로 감정이입 하시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개봉 하루 전이었던 인터뷰 당일, 이미 온라인에는 시사회에서 공개된 영화에 대한 호평과 조우진의 연기력 칭찬이 쏟아지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그는 "꿈만 같다.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너무나 많은 호응을 해주셔서 감개무량하다"면서도 "들뜨지 않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생각나는 말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인 것 같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조우진의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첫 주연 영화 시사회에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란 조언을 들었다며 연락처를 뒤적였던 귀여운 고백을 털어놓기도 했다.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저한테 보내주시는 응원은 감사히 받아들이지만 들뜨고 흔들리고 그럴까봐 (두렵기도 하다). 주변에서 배우한테도 뜻깊은 날이니까 (시사회) 초대를 많이 하라고 하더라. 시국도 그렇고 낯 뜨겁기도 하고 다들 촬영 때문에 바쁠까봐 연락을 주저하다가, 결혼식 이후로 가장 많은 연락을 돌렸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많이 와주시기로 하셨다. 살 떨리는 기분인 와중에 차분하게 하려고 한다."
 
 영화 <발신제한> 조우진 인터뷰 이미지

ⓒ CJ ENM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조우진이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영화 <내부자들>부터였다. 재벌가의 숨은 행동대장 조상무로 분한 그는 서늘하고 권태로운 표정으로 극악무도한 대사를 내뱉으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 이후 <더킹> <남한산성> <국가부도의 날> < 1987 > <서복>, 드라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수많은 작품에서 선과 악을 넘나들며 천의 얼굴을 보여준 그는 유달리 묵직한 악역을 많이 맡기도 했다. 

"제 개인적인 취향은 어둡고 농도 짙은, 센 영화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주인공들도 어둡고 대척점에 선 인물들도 어둡다. 그런 취향도 (시나리오 선택에) 반영이 되는 것 같다. '길티플레저' 같은 것이라고 할까. 평소에 잘 못하는 나쁜 짓, 나쁜 말을 영화를 통해 할 수 있다. 맹자의 성선설을 믿지만 (인간에게) 어떤 지점들은 다 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그런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그렇다고 영화에서 나쁜 짓을 할 수 있어서 선택한 건 아니고 캐릭터들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 확실한 목적이 있고 목표가 있으니까, 악인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연기하면서는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다."

인터뷰 내내 조우진은 칭찬에 쑥스러워 하면서도 "<발신제한> 속 자신의 모습이 100%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또다시 숙제를 받은 기분이라는 그는 다음 영화에서 더 잘하겠다는 다짐을 벌써부터 하고 있었다. 영화 팬들이 조우진의 차기작을 늘 기대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처음에는 무조건 다 좋아야 하지 않을까. 만족할 만한 작업을 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그런데 바꿔서 생각하자면 (이번 영화로) 또다른 숙제가 다시 저한테 주어진 거다. 다음 작품, 다음 인물을 맡았을 때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감독님과 이런 이야기를 했다. 팬데믹 시국에 (영화를 개봉하려면) 극장에서 즐길만한 작품이어야 하지 않을까?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오랜만에 극장 와서 영화보길 잘했다, 극장에 올만한 영화구나. 영화를 보시고 그런 생각이 드셨으면 좋겠다. 그런 미덕은 충분히 담겨 있는 영화니까, 꼭 극장으로 와 달라."
발신제한 조우진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