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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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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와 각을 세우고 대립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이 모두 대선에 나설 조짐이다. 공식 출마선언만 안 했을 뿐 사실상 야권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이에 더불어 김동연 전 부총리 역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정치 통제 받지 않는 공직사회, 민주주의가 아니다

정치가 정상화돼야 공직사회가 바로 설 수 있다는 말은 누구나 인정하는 명제다. 그런데 뜻밖에도 공직 시스템이 정상화돼야 비로소 정치도 바로 설 수 있다는 역설 역시 정확하게 성립된다.

현재 정부가 임명한 장관이 자기 사람으로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은 고작 2명의 비서관에 불과하다. 실제 관료 출신의 차관이 해당부처 조직을 기반으로 해 실권을 가진 경우가 태반이다. 

이들 관료집단은 정치인 등 강력한 외부세력을 견제, 통제하면서 자신들의 지배구조를 관철시켜 나가는 치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개혁 성향의 장관이 부임하게 되면 일부러 국외 출장을 비롯해 각종 외부 행사나 기관장 회의 등으로만 스케줄을 잡아 아예 내부 문제를 생각할 시간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국민 직선으로 선출된 지자체 단체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그들은 '물 위에 뜬 한 방울의 기름'에 불과하다. 또 그저 자리만 탐하는 탐욕스러운 정권 주변의 낙하산이 공공기관장으로 내려와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들은 관료집단의 '노리개감'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결국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관료들을 통제할 효과적인 기제와 수단이 부재한 상태다. 이렇게 되니 당연히 검찰이나 기재부는 자기들이 이 나라의 주인이고 이 나라를 실제로 움직인다고 '확신'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거듭 자신의 신념 내지 고집을 꺾지 않는 것도,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볼멘소리가 계속 나오게 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윤석열과 최재형이 대통령이나 정치를 우습게 생각하고 스스로 대통령이 되려 하는 것도 결국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관료가 주인 되는 '주권재관(官)'의 나라

검찰 조직이 '칼'을 쥐고 휘둘러도, 기재부가 '창고'를 움켜쥐고 권세를 부려도 이 나라의 정치는 그것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복마전 LH 사태 역시 정치는 끝내 제압하지 못하며, 많은 공공기관들이 성과급을 조작하면서 국민혈세를 착복해도 손을 쓰지 못한다. 아니 그들에게 항상 끌려다닌다.

국민이 선출한 정부는 5년마다 바뀌지만, 관료들은 바뀌지 않은 채 언제나 강고하게 온존한 채 핵심적인 자리를 장악하고 있다. 구조적 관점에 살펴보면, 정권이란 전체 공무원 조직에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러니 정권은 잡았으되 곳간 열쇠와 부엌살림은 계속 공무원 집사에게 맡기게 되는 '청와대 하숙생 신세'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이런 현실에서 관료집단은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우리 사회의 주인이며, 관료집단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는 철칙은 불변하다.

고위공무원을 정무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선진국들

미국의 '정무직(政務職)'의 임명 범주는 대단히 넓다. 즉, 대통령과 정부가 바뀌면 정부 국장급까지 정무직(political appointees)으로서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미국 대통령이 임명하는 최고위층 공무원은 EL-Ⅰ에서 EL-Ⅴ까지 5등급으로 분류된다(EL= Executive Level).

EL-Ⅰ: Secretary(장관)
EL-Ⅱ: Deputy Secretary(부장관)
EL-Ⅲ: Under Secretary(차관)
EL-Ⅳ: Assistant Secretary(차관보)
EL-Ⅴ: Deputy Assistant Secretary(국장급)


프랑스 역시 중앙부처의 국장, 임명직 도지사, 교육감, 대사 등 500여 개의 직위가 정치적 임명직(자유재량 임명직)이다. 대통령은 국무회의 심의 심사를 거쳐 특별 채용하는 등 총 7만여 개의 직위를 임명할 수 있다. 프랑스 헌법 제13조, '국가공무원지위에 관한 법률' 제25조 및 동법 시행령은 "중앙 행정부 국장은 국무회의에서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대통령이 실제로 국장급 이상의 직위를 모두 직접 임명한다.

독일의 공무원제도 역시 이와 유사하다. 그리고 독일의 고위공무원들은 정당, 즉 정치와 연결되고 그에 소속된다. 이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글에 기술할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대통령의 정무직공무원 임명권을 제한하는 것은 통상 변화와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인 기존 경력직 공무원의 강력하고 뿌리 깊은 관료주의를 강화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공직 시스템의 개혁, 책임정치의 민주주의의 선결 과제

우리 언론은 자주 말단 직급부터 차관이나 장관까지 올라가는 '입지전적 인물'이 많다는 뉴스를 '미담'으로 소개한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 공직사회의 후진성의 반영일 뿐이다.

우리 공직사회는 현대적 공직 시스템의 표준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일제 강점기 이래 철밥통의 신분보장과 외부 진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독점을 내용으로 하는 일본의 '봉건적' 공무원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한 결과다.

공직 사회, 특히 고위공무원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선출 권력, 즉 정치의 통제를 받지 않으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그것은 주권재민과 배치되는 관료 지배의 주권재관(官)을 의미할 뿐이다. 주권재민과 책임정치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현재의 공무원시스템의 개혁이 선결과제다.

태그:#윤석열, #공직시스템, #책임정치, #최재형,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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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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