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우스>의 한 장면

드라마 <마우스>의 한 장면 ⓒ tvN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가 정바름(이승기)의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주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9일 방송된 최종회에서는 모든 진실을 알게된 살인마 정바름의 참회와 속죄의 여정이 그려졌다.

정바름은 모든 사건의 흑막인 최영신(정애리)을 찾아가 진실을 추궁한다. 최영신은 "살인마로 잘 자라줘서 고맙다. 아쉽게도 성요한(권화운) 군은 날 실망시켰지만. 사이코패스 유전자 태아 강제 낙태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장기 플랜이 필요했다"며 자신의 음모를 고백했다. 최영신은 여동생이 한서준(안재욱)에게 살해당하며 쇼크에 빠져있던 대니얼 리(조재윤)를 이용하여 사이코패스 유전자의 태아를 임신한 산모들 명단을 넘겨받은 후 정바름과 성요한을 어린 시절부터 관찰해왔던 것.

정바름은 "어떻게 피해자 가족을 이용해. 당신 그러고도 인간이야?"라며 분노하며 최영신에게 총을 겨눈다. 하지만 최영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웅 취급하던 국민들이 당신의 실체를 알았을 때 분노는 극에 달할 거고, 사이코패스 법안 통과는 쉬워질 테니까"라며 조롱한다. 이어 그는 "나의 본질은 과학자, 유전학자다. 내가 꿈꾸는 세상에는 당신 같은 사이코패스 범죄자 따위는 존재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하지만 정바름은 최영신을 쏘지 않았다. "당신은 날 위해서 한서준한테 무릎까지 꿇었지만, 난 그 수술 덕분에 원래 나 같은 놈들한테 없는 감정이라는 게 생겨버렸어. 당신의 실험쥐는 더 이상 누구를 죽일 수가 없어"라고 고백한다. 충격을 받은 최영신은 정바름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발악하지만, 정바름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당신도 참 불쌍한 인간이네"라고 조롱하며 돌아선다.

오봉이(박주현)와 고무치(이희준)는 각각 할머니(김영옥)와 형(김영재)을 살해한 진범이 모두 정바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봉이와 재회한 정바름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자수할게, 내가 자수할 수 있게 해줘"라고 호소한다. 오봉이는 정바름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잡지만 고민 끝에 "너 같은 새끼는 이렇게 죽는 것도 과분해. 자수해서 평생을 괴로워하면서 지옥 속에서 살라"며 독설을 날리고 돌아선다. 뒤이어 이번엔 고무치가 나타나 정바름의 머리에 총을 겨누지만 최홍주(경수진)가 나타나 고무치를 기절시켰고, 정바름은 직접 경찰에 자수하여 자신이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자백한다.
 
 드라마 <마우스>의 한 장면

드라마 <마우스>의 한 장면 ⓒ tvN


성지은(김정란)은 정바름과 면회를 통하여, 그동안 그가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든 진실을 은폐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회한에 잠긴다. 정바름과 헤어진 성지은은 바다를 찾아 성요한을 그리워한다. 성지은은 '너는 내가 끔찍하겠지만 그래도 엄마는 네 옆에 있고 싶어'라는 독백을 남기고 바다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다.

최홍주는 방송을 통하여 대니얼 리와 이모의 증언을 바탕으로 최영신이 OZ를 조직하여 저질러온 범죄들을 폭로한다, 또한 최홍주는 기자들 앞에서 "26년 전 사람을 죽였다"며 자신이 한서준의 살인을 도운 사실을 자백하며 피해자 유족들에게 사죄한다. 최홍주를 체포하러온 박두석(안내상)은 그녀가 자신의 딸임을 알아보고 "왜 이렇게 늦게 왔어"라며 눈물을 글썽이자 최홍주는 "아빠. 미안해. 수정 언니 두고 혼자 행복할 수가 없었어"라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제 정바름에게는 마지막 속죄만이 남았다. 교도소에 수감된 정바름은 마침내 한서준과 재회한다. 한서준은 "네가 내 아들인 게 자랑스럽다. 우리는 인간보다 우월한 유전자다. 다시는 변하면 안 된다. 그 눈빛"이라며 정바름을 반긴다. 이어 한서준은 "우린 여기서 나간다. 내가 계획을 다 세워뒀다"고 자신만만해 하지만, 정바름은 한서준의 품에 안긴 상황에서 그를 습격한다.

결국 한서준은 그동안 자신이 피해자들을 살해했던 방식을 그대로 되돌려받으며 아들의 손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이는 처음부터 정바름이 의도한 계획이었고, 이어진 회상에서는 최홍주가 정바름을 돕는 조건으로 한서준 제거를 요구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생애 마지막 살인을 저지른 정바름은 피투성이가 된 한서준의 시체 앞에서 죄책감과 회한이 담긴 오열을 토해낸다.

이후 정바름은 뇌 수술 후유증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시한부 인생을 살게된다. 고무치와 오봉이는 각각 마지막으로 정바름을 면회한다. 여전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두 사람에게 정바름은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한다.

정바름은 고무치에게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 그리고 항상 고마웠습니다"라며 눈물을 글썽인다. 고무치는 과거 한서준과 대화를 나눴을 때를 회상하며 '눈이 가득찼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제 알겠다. 이 녀석도 아프고 괴롭구나'라며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뒤이어 찾아온 오봉이는 "절대 용서 안 해. 너를 평생 저주할 거다"라는 독설을 남기고 싸늘하게 돌아서지만, 정바름은 그녀의 등 뒤에다가 "다음 생에는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나겠다. 그때는..."이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생명이 다해가던 정바름은 한 교회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어린 시절 자신의 환상을 본다. 정바름은 "네 기도를 들어주셨어. 넌 더 이상 괴물이 아니야"라며 어릴 적의 자신을 따뜻하게 포옹해주는 장면을 끝으로 최후를 맞이한다.

3년의 시간이 흐르고 최영신과 최홍주는 나란히 출소한다. 여론의 반대에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받았던 최영신은, 차 안에서 의문의 남성이 돌연 흉기를 꺼내들자 놀라는 모습으로 미스터리한 최후를 맞이했음을 암시한다.
 
 tvN 드라마 '마우스'의 한 장면.

tvN 드라마 '마우스'의 한 장면. ⓒ CJ ENM

 
고무치는 경찰을 그만두고 장사를 하면서 오봉이를 돌보고 있었다. 오봉이는 방송국의 신설 시사프로그램에서 메인작가 제의를 받은 사실을 알리며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고무치는 출소한 최홍주와도 재회하고 서로 지난 일을 사과하며 성요한에게 지은 잘못을 평생 속죄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고무치는 세상을 떠난 정바름의 마지막 유해를 수습해주고 생각에 잠긴다. '결코 구원 받을 수 없는 괴물이 있었다. 신은 그 괴물에게 감정을 갖게 해줬다. 그리하여 그는 처절한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참회하며 죽어갔다. 신은 그에게 천벌을 내린 것일까. 아니면 그를 구원한 것일까' 고무치의 독백을 끝으로 <마우스>는 막을 내렸다.

<마우스>는 바른생활 청년이자 동네 순경인 정바름과 어린 시절 살인마에게 가족을 잃고 복수를 향해 달려온 열혈 형사 고무치가 사이코패스 중 상위 1퍼센트로 불리는 가장 악랄한 연쇄살인마 '프레데터'를 추격하는 이야기를 다룬 본격 '인간헌터 추적극'을 표방했다. 특히 주연배우 이승기는 데뷔 후 최초의 악역이자, 이야기 진행에 따라 입체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연기에 도전하여 파격적인 변신으로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는 초반 연쇄살인과 사이코패스라는 미스터리 범죄극의 익숙한 공식을 답습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뒤늦게 인간의 감정을 찾게 된 사이코패스'라는 차별화된 설정을 내세워 권선징악의 클리셰를 깨는 반전을 선보인다. 누가 봐도 범인으로 보였던 성요한이 죽고, 선한 역이라 믿었던 정바름의 숨겨진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단순히 반전을 위한 억지 반전이 아닌,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대사, 미장센 하나하나에 모두 나름의 의미와 복선을 담아내 차곡차곡 쌓아올린 섬세한 연출과 대본이 돋보였다. 한 회차 정도를 건너뛰어도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는 기존의 한국 범죄드라마에 비하여 <마우스>는 각 회차마다 유기적으로 엮여있어 구성과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해야 이야기를 따라잡을 수 있을만큼, 시청자들에게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생각하면서 보는 재미'를 느끼게했다. 

정바름이라는 인물은 최근 국내 범죄액션물에서 유행하고 있는 무법자-다크히어로형 캐릭터들의 한계와 허상을 꼬집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정바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위험한 본능을 또다른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사냥하는데 이용하며 스스로 정의를 구현하고 있다는 자기도취에 빠지지만, 자신 또한 진짜 사이코패스였고 누군가가 짜놓은 장기판에 이용당한 살인자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깨닫게 되면서 충격에 휩싸인다.

정바름은 결국 모든 것을 잃고 죄책감으로 고통받다가, 심지어 마지막 속죄마저도 아버지를 죽이는 살인과 패륜이라는 업보를 스스로 뒤집어쓴다. 뒤늦게 감정을 느끼게되면서 사람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정바름이 악인으로서 저지른 죄의 대가는 결코 미화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말이다. 정바름이 맞이한 최후가 과연 스스로의 환상처럼 '속죄로 인한 구원'인지, 그저 '인과응보에 따른 천벌'일 뿐이었는지는 보는 이들에 따라 시각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인간의 이성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바로잡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마우스>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이 세상에서 죄를 짓고도 반성과 죄책감을 모르며 살아가는 수많은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를 담고 있다.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전두엽 이식'이라는 허구적 설정으로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단순히 가해자를 제거하거나 육체적인 고통을 안기는 것보다 더 가혹한 형벌이 될 수 있다는 설정은 신선했다.

다른 한편으로 최영신처럼 자신만의 정의와 독선에 빠져 사이코패스보다도 더 악랄한 죄악을 스스럼없이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들이 존재한다는 현실은 또다른 여운을 남긴다. 정바름은 물론이고 고무치와 최홍주, 성지은, 오봉이같이 피해자에 가까워 보이는 인물들이 때로는 가해자가 될 수도 있으며, 저마다 자신의 실수와 선택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번뇌하는 모습들은, '과연 진정한 인간다움의 조건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마우스>는 상반기 방영된 드라마 중에서 JTBC <괴물>과 함께 한국 범죄드라마의 상상력과 가능성을 넓힌 수작으로 기억될 만하다. 두 작품 모두 선악의 경계선에 있는 등장인물들, 법과 사회제도의 한계, 목적과 결과가 수단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하여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며 권선징악의 통쾌함을 넘어서는 인간의 본질에 대하여 깊이 있는 여운을 남겼다는 게 공통점이다.
 
드라마마우스 이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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