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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첫 번째) 이스라엘 총리가 8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500만 번째로 마친 한 여성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작년 12월 19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개시한 이후 79일만인 이날 전체 인구(약 930만 명)의 53.8%인 500만 명이 1차 접종을 마쳤다. 2차 접종을 마친 인원도 378만9천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40%를 넘어섰다.
▲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500만 명 넘어선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첫 번째) 이스라엘 총리가 8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500만 번째로 마친 한 여성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작년 12월 19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개시한 이후 79일만인 이날 전체 인구(약 930만 명)의 53.8%인 500만 명이 1차 접종을 마쳤다. 2차 접종을 마친 인원도 378만9천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4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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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국가인 이스라엘에 대한 국내 언론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조선일보>가, 22일에는 <매일경제>가 제목에 '부럽다'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코로나19를 극복해나가는 이스라엘의 상황에 대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스라엘 현지 언론을 인용해 20일 이스라엘의 신규 확진자 수가 200명(285명)대라고 보도하고, 다음 달이면 전체 인구의 75%가 백신 접종을 완료(현재는 48.6%)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스라엘 보건 당국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의 말미에는 "우리 정부는 11월까지 전 국민의 70%에게 백신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라며 한국의 백신 접종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이 기사의 네이버 댓글 1000여 개의 상당수는 백신을 일찍 구하지 못한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이 상당수였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접종률과 한국의 접종률(1.3%대)을 비교하면 한국이 초라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방역 측면에서 '부러워 할만한' 나라인지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스크 의무화 해제? 200명대?... 사실 아냐

먼저 이스라엘이 당장 마스크를 벗는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즉 '가장 먼저 마스크를 벗는다'거나 '다음달 마스크를 벗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 오브 이스라엘>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코로나19 방역 책임자 나흐만 아쉬는 "4차 유행 가능성은 낮지만, 마스크 의무화 조치는 계속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나흐만 아쉬는 "보건당국은 3월 23일 선거, 유월절, 라마단 등 2주간 유의해야 한다"라며 "감염이 감소하고 있지만 실외 마스크 의무화 규정을 폐지하기엔 너무 이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채널12 방송은 지난 15일 이스라엘 보건부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을 폐지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방역 책임자가 '이르다'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보건부의 '코로나 상황판'에 따르면 20일 신규 확진자 수는 347명으로 기사에 인용된 환자 수보다 약간 많았다. 21일 신규확진자는 669명, 22일은 672명이었다. 여전히 한국보다 신규 확진자가 많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스라엘은 이번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1일 신규 확진자가 4000명이 넘었으나, 최근 들어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긴 하다.

인구의 약 9.6%가 코로나19 감염... 세차례 전면 봉쇄

현재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 선진국'으로 칭송받고 있지만, 방역적인 측면을 볼 때는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는 국가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선 지난 22일까지 82만 876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인구가 866만 명(2020년 기준)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인구 100만 명당 약 9만 5749명, 즉 인구의 9.57%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셈이다. 약 10명당 1명 꼴이다. 미국, 영국은 물론 '집단면역' 시도로 논란을 빚었던 스웨덴보다도 감염률이 높다. 누적 사망자 수도 6109명(인구 100만명 당 705명)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적극적으로 백신 확보에 나서게 된 계기와 높은 접종률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한국은 인구 100만명 당 1939명 (누적 9만9421명)이 감염됐다. 인구의 0.193%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셈으로서, 두 국가의 인구 대비 코로나 확진자 비율은 49.58배, 약 50배가 차이 난다. 한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도 1704명이다. 인구 100만명 당 33.24명로서 약 21배 차이가 난다. 
   
.인구 백만명 당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치. 이스라엘이 미국보다 확진률이 높다.
 .인구 백만명 당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치. 이스라엘이 미국보다 확진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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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백만명 당 코로나19 사망자 수치
 인구 백만명 당 코로나19 사망자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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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방역 조치를 느슨하게 하거나, '방역보다 경제'를 외친 것도 아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3월 말부터 5월초까지 쇼핑몰과 학교의 문을 닫고, 집 인근 500m 바깥으로의 출입을 통제하는 '1차 록다운'(전면 봉쇄)을 실시했다. 9월에도 1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3주간 '2차 록다운'이 실시됐고, 12월부터는 백신 접종과 함께 거주지 1km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수준의 '3차 록다운'을 실시했다. 현재는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점차적으로 봉쇄를 완화 중에 있다.

방역 실패로 인해 현 정부에 대한 반감도 크다. 이스라엘에선 지난해 6월부터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 운동이 줄곧 벌어졌고, '록다운'이라는 방역 조치를 통해 집회를 제한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방역 실패했기 때문에 국가 명운 걸고 백신 접종한 셈... 결과보다 과정 주목해야"

이스라엘의 방역과 백신 접종에 대해 예방의학 전문가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방역이 실패했기 때문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 백신 접종을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스라엘은 화이자에 실시간 접종 데이터를 제공하고, 화이자 백신을 유럽의 다른 국가보다 50%가량 비용이 높은 '1회분 30달러(3만 4000원)'에 구입하면서 백신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비교적 적은 인구 수도 백신 속도전을 가능케하는 요인이었다.
   
기 교수는 "이스라엘은 종교 행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마스크 쓰기나 거리두기 등 코로나19의 비약물적 예방조치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결국에 국가의 정보를 주고 비싸게 백신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럼에도 지금 여전히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스라엘이 고연령층 대상으로 예방 접종을 빠르게 해서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라며 "이스라엘의 사례에서 백신이 실제로 고령층의 입원과 사망을 막을 수 있다는 점, 방역조치가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환자 수가 백신을 통해 급속도로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 교수는 이스라엘 접종 관련 보도에 대해 "이스라엘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백신 접종률을 높였는지를 살피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접종자 중 이상반응이 나타났을 때 정부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인센티브 등 접종률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태그:#코로나19,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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