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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금융권 채용성차별을 규탄하기 위해 KEB하나은행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한<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의 모습.
 2018년 4월 금융권 채용성차별을 규탄하기 위해 KEB하나은행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한<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의 모습.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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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이 채용 면접 과정에서 "여자라서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 "군대에 갈 생각이 있냐" 등의 질문을 여성 면접자에게 던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채용 성차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도 지난 16일 "최근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야기된 성차별적 면접 논란을 계기로,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 요인을 해소해 성평등 채용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과 조치를 강화하겠다"라며 대책을 발표했다.
 
여성가족부는 ▲ 성평등 채용 안내서 배포 ▲ 인사담당자 성별균형 인사관리 역량강화 교육 ▲ 성차별 방지를 위한 현장지도와 제도개선 등을 추진하고, 고용노동부는 ▲ 구인광고 성차별 여부 모니터링 ▲고용상 성차별 익명신고센터 운영 및 신고사건 엄정 수사 ▲ 채용절차법 위반에 대한 집중신고 및 지도 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는 자신의 브런치를 통해 "강력한 법을 통해 성차별 질문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저 중에 법적 강제성이,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이 있습니까"라며 "시행명령, 시정권고 따위가 아닌 실효성 있고 강제력 있는 법, 그중에서도 차별금지법을 가지고 오라"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역시 "고용노동부가 2018년 '벌금 상향', 징벌적 손해배상, 노동위원회 구제절차 신설을 공언한 바 있는데 4년이 되도록 하나도 추진된 게 없다"라며 "가이드라인 제시만으로는 채용성차별 관행을 해소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30년 넘게 '여성 노동 활동가'로 일하며 직장 내 성차별 해소에 힘써온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은 "채용 성차별이 비일비재함에도, 직장을 구해야 하는 이들이 겪는 일들이기 때문에 공론화되기가 어렵다"라며 "시민들의 의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정부의 성차별 대책은 집행이 되지 않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에서 20대 여성들이 더욱더 정책의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다며, "성차별 근절이 시대 정신이고,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라는 인식을 갖고 젊은 여성들의 현실에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20대 여성'... 성차별에 코로나19 위기 직격탄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이 2017년 여성의날 행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이 2017년 여성의날 행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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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제약 면접 성차별 사례를 알게 된 후 든 생각은?
"채용성차별은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심대한 피해'다. 일자리위원회에서 여성 TF를 만들고 성차별 근절 대책을 만들었지만, 버젓이 저런 성차별적 질문들이 나오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용기있는 여성이 말하지 않았다면, 이 역시 묻혔을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공분이 활활 타올랐다. 정부는 안바뀌었지만 시민들의 의식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시민들의 의식이 변화해서 차별에 대한 민감도도 올라간 걸 느낄 수 있다. 정부의 성차별 근절 대책만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
 
- 채용 과정에서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은 여전히 비일비재한 것 같다. 
"채용 성차별은 너무나도 많지만 드러나지 않는다. 일단 문제를 제기했을 때, 피해자가 지원받기가 너무 어렵다. 여성 구직자들에게 비밀을 보장하고 심층적으로 인터뷰를 했을 때나, 혹은 사석에서 이야기 되는 수준이다.
 
이를테면 이공계 같은 경우에는 '네가 지방으로 출장을 많이 가는데 할 수 있냐' '남자가 많은데 너 버틸 수 있냐' 이런 질문은 기본이다. 학교 행정직 면접을 보는데 '남자친구 있냐' '곧 결혼하냐'는 질문도 나온다. 공론화하기 어려운 제약 조건, 특히 직장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참게 되고, 그만큼 사적인 울분이 쌓인다. 동아제약 사례처럼 공론화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여성들이 이번 사건에 다함께 분노가 폭발하는 거다." 
 
-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에서 대책을 내놓았는데, 문제점이 무엇인가?
"일단 대책의 문제는 아니다. 언제나 대책은 나왔다. 하지만 이를 집행할 수 있는 행정력이 뒷받침이 안 된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근로감독을 할만한 체계 자체가 없다. 그리고 채용성차별 등은 '곁가지' 문제로 본다. 여성가족부는 아예 기업을 제재하는 등의 집행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고평법) 위반해도 벌금이 너무 적다. 환노위에서 법 개정이 제대로 논의가 안 된다. '여성 노동'에 대해 정부가 이야기하려면 기업과 남성 양쪽의 눈치를 봐야 한다. 2017년부터 4년 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성평등 노동을 위해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늪에 빠져있다."
 
-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일까?
"일하는 여성들이 구체적으로 일터에서 겪는 문제들을 다룰 수 있는 체계가 빈약하다. 고평법이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어서, 성차별이 누군가의 인생을 짓밟고 있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성차별 대책'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일단 고평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게 필요하다. 그리고 성희롱이 중첩되어서 2~3회 반복된 사업장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따라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
 
지원자 성비 대비 합격자 성비도 공개되어야 한다. 성비 공개 요구들에 대해서 기업들은 '기업의 인사권'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최종 합격자 성비만 공개가 되는 정도다. 기업들은 '여자가 필요한지 남자가 필요한지는 우리가 판단한다'라고 생각한다. 차별이나 '성비 조작'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
 
- 코로나19가 성차별적 노동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어떤 대책이 더 필요할까?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2월에 발표한 '2020년 청년층 고용통계'를 봤다. 20대 여성 비정규직의 57.5%가 시간제다(남성은 42.1%). 시간제인데 사회적으로 무엇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다양한 정부의 고용 촉진, 고용 유지 정책에서 전부 배제된다.
 
그런데 서울시장 선거 성평등 노동공약에 20대 대책은 없다. '경력 단절'만 이야기 한다. 20데 청년들이 세력화되지 않고, 시간제로 쓸려다니니까 '정책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생각을 든다. 구체적인 대책을 이야기하려면 일단 여론의 '관심'이 필요하다.
 
20대 세대가 무너지고, 불안감과 가난에 잠식당한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우리에게 무슨 미래가 있나 싶다. 코로나19가 끝나도 회복되기 어렵다. 일단 성차별 근절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고, 이것이 '시대정신이자, 앞으로의 민주주의'라는 것부터 시민들이 자각했으면 좋겠다."  

태그:#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임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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