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모임 하나 열 남편 안 부럽다!"
"교육 전문가 엄마 9인이 쓴 나 홀로 육아 탈출기"
"외롭고 힘든 나 홀로 육아 지옥은 이제 그만"
"방구석 랜선 엄마들 이리 오시게!"
이런 카피 어떻게 들리나요? <방구석 랜선 육아>(온마을, 미디어숲, 2021) 책 표지에 나오는 문장들입니다.
육아는 힘든 일이잖아요. 직장일 하는 부모든 육아만 전념하는 사람이든 육아를 하며 '룰루랄라' 하진 않습니다. 코로나 시대 집콕 육아는 더 많이 힘들죠. 이런 나홀로 육아 지옥을 함께 탈출한 사람들이 책을 냈습니다. 요즘 엄마들의 '동맹육아' 경험담입니다. 아이 키우기와 엄마 돌보기에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죠.
"배꼽 잡는 요즘 엄마들의 육아법"
교육전문가들이라니 어려운 말을 쓰는 게 아닌가 오해 없길 바랍니다. 아이와 함께 '시답잖은' 일상에 지지고 볶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죠. 다른 점은, 나홀로 안 하고 '온마을' 육아 밴드로 뭉쳤다는 거예요. 랜선으로 일상과 육아 정보, 자신의 삶을 나누며 같이 울고 웃었답니다. '쪼렙에서 만렙까지' 서로에게 육아 동료가 되었습니다.
"그때의 우리처럼 힘든 엄마들이 여전히 많잖아.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온마을' 9명의 엄마들 마음이 그랬습니다. 맘카페나 SNS에 도움을 원하는 초보 엄마들이 많이 보이더래요. 똑같은 어려움을 먼저 겪은 입장이었죠. 그래서 온라인에서 나눈 재미난 에피소드와 사진과 그림을 묶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나 홀로 육아에 지친 분들이 끈끈한 동맹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더 이상 혼자 전전긍긍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육아의 '찐' 재미도 맛볼 겁니다.
책 표지를 열면 이쁜 앞날개가 나옵니다. 저자들이 예쁜 그림과 함께 소개돼 있죠. 닉네임은 완두, 연두, 캔디, 여름, 도토리, 나무, 땅콩, 꼬모, 그리고 비엔입니다. 분홍 속지가 세 장 이어져서 나와요. 뒷 날개 바로 앞에도 석 장씩 있고요. 육아에 지친 독자들의 마음을 토닥토닥하는 마음의 색깔이자 온기 같습니다. 분홍 종이엔 넓은 여백 한가운데에 엄마들의 육성이 몇 줄씩 나온답니다. 이런 식이죠.
오늘도 부족한 엄마였다. 일을 마치고 부리나케 달려오지만 주어진 시간은 아이들이 원하는 바에 비하면 늘 짧다. 한순간도 아쉽지 않게 보내고, 늦은 밤 잠든 두 아이를 보며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 줄 수 있어 감사하다.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가 자신의 내면까지 보듬기란 쉽지 않다. 그럴수록 아이 키우기와 엄마 돌보기가 적절한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 엄마가 심리적으로 건강해야 아이도 단단하게 자란다.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돼 있어요. 첫 장 '나 홀로 육아는 힘들어'는 문자 그대로 엄마들의 육아 지옥 경험담입니다. 그래서 2장은 '함께할수록 즐거운 동맹 육아'가 됩니다. 랜선으로 연결되니 '어제의 엄마는 가고 내일의 엄마가 온다'고 고백하죠.
4장에 가면 랜선 육아 모임에 유용한 정보가 나옵니다. 책 전체는 생생한 글과 아기자기한 사진과 그림이 참 읽기 좋게 배치돼 있어요. 특히 이유미 작가의 그림이 읽는 재미를 더해 줄 것입니다.
순둥이는 이웃집에서만 산다죠?
"이런 애는 열 명도 키우겠네."
"아이고. 저래 순하니 애를 거저 키우네 거저."
애 키우는 엄마들은 '순둥이'란 말을 들으면 가슴이 턱 막힌다는데요. 순둥이는 이웃집에만 산다죠? '순하다', '예민하다'라고 하는 기준이 뭘까요? 우리 뇌는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할까요?
1부에는 순둥이 지수 체크리스트가 있어요. 순둥이 지수에 따라 엄마의 체감 육아 난이도가 달라진다는데요. 아이가 어떤 성향인지, 또 본인이 피상적으로만 느끼는 육아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대처할 수 있게 도와 줍니다. '랜선 육아 모임 적합도 테스트'도 있어요. 자신의 적합도를 알아볼 기회가 될 것입니다.
'육아는 템빨'이라는 말이 있다면서요? 2부에서 저자들은 온마을 밴드를 시작한 이유가 '외로움'과 '궁금증'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신박한 육아 아이템은 없는지, 어떻게 채소를 잘 먹일 수 있는지, 나만 힘든 건지. 궁금증을 나누니 외로움이 해소됐대요.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안심하고 쏟아놓을 곳이 필요했던 거라네요.
남들 보기에는 '시시한' 아이와의 평범한 일상, 엄마조차도 따분하게 느낀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그러자 이미 혼자만의 고립감이 사라지고 개그 코드도 되고 유행어도 되더랍니다. 스스로가 보잘것없다는 우울감에서 벗어나더래요. 삶이 원래 그런 것이고, 이대로도 괜찮다는 사실을 엄마가 체감했답니다.
3부는 아이가 커가면서 맛본 사랑과 죄책감, 후회를 풀어낸 에피소드들이 가득합니다. 독자를 웃음 짓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하죠. "오늘 저녁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 나왔습니다.^^" 그러면 꺅! 어마맛! 축하 댓글이 이어집니다.
우는 아이 사진과 함께 "제가 너무 급작스럽게 쪽쪽이(공갈젖꼭지) 떼기를 한 걸까요?" 물으면, 응원의 댓글이고요. "랜선 이모 마음도 짠해요. 이제 쪽쪽이는 쪽쪽이 엄마한테 갈 거야..."
나도 한 번 육아 모임 꾸려 볼까?
4부는 든든한 랜선 육아 동맹 방법입니다. 온마을도 "18년생 육아 밴드 하실 분들 안 계세요?"로 시작되었다네요. 입문편, 운영편, 성찰편까지, 구체적인 팁이 나옵니다.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커뮤니티 예시, 전국 육아지원센터 정보도 망라돼 있어요. 아이가 동갑인 모임이 좋다, 7~10명이 적당하다, 팁도 많고요. 육아 모임의 방향이 될 수 있는 엄마들의 생각 리스트도 예시돼 있답니다.
-저는 책 육아를 하고 싶어요 책 좋아하시는 분들 모여 주세요.
-저는 아이가 자유롭게 뛰노는 게 주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너무 안 먹어서 고민이에요. 같이 먹이는 방법도 나누고 그나마 먹어주는 식단도 공유해요.
-아이가 낯을 많이 가려요. 아이들끼리 잘 지낼 수 있는 방법 공유해요.
... (219쪽)
육아 모임에서 공유하지 않기를 바라는 생각들도 있어요.
-남편이랑 정치로 하도 싸워서, 민감한 문제는 말 않고 시작해 봐요.
-은근한 자랑 노노노! 경제 수준이나 직업 은 공개 안 해도 좋아요.
-각종 사교육, 영어 학원 유치부(영유)나 엄마표로 달리는 이야기 말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키우길 원하는 분이면 더 좋겠어요. (220쪽)
온마을 엄마들은 화상 만남도 했다는데요. 그땐 "화장하고 오기 없음"이 원칙이래요. 동맹이 빈말이 아닌 거 같죠?
더 나은 나와의 만남
책을 덮고 나면 새로운 질문이 독자의 마음에 남을지도 모릅니다.
"왜 육아 동맹은 엄마들끼리만 맺어야 한단 말인가?"
"잘 만든 모임 하나 열 남편 안 부럽다! 이런 카피는 사라져야 하는 거 아닐까?"
"나홀로 육아 지옥 없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세상이란 어떤 모양일까?"
저자들의 성찰이 울림이 됩니다. 조금 더 나은 나와의 만남은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한 걸음이겠죠. 세상을 바꾸는 힘도 동맹에서 나오는 거 아닐까요?
"그럼에도 아이는 나를 이전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오로지 나만 알았던 내가, 내 아이와 어우러져 살아갈 다른 아이들에게도 눈길을 돌리게 됐다. 우리 아이가 살아가야 할 앞으로의 세상을 위해 자꾸만 불편을 감수하며 노력하게 된다. " (22쪽)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 꼬맹이와 마음에 들지 않는 남편 때문에 못 자고 못 먹고, 사느라 힘들어 주겠는데 왜 살이 찌는지 모르겠는 분, 백옥까진 아니어도 깨끗했던 피부와 훌륭하진 않아도 봐줄만했던 내 몸매의 실종에 우울하신 분, 수유 후 흔적기관으로 남은 가슴인데 왜 아이 낳기 전에 입었던 속옷이 숨 막히는지 모르겠는 분, 그리고 이 슬픈 이야기들을 어디다 할 데도 없고 우울해죽겠는 분, 이제는 방구석에 있더라도 누군가 만나 보시라! 우리에겐 휴대폰과 와이파이가 있지 않은가. (285쪽)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kkulbol) 와 브런치(https://brunch.co.kr/@dream40k)에도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