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을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인데 묘하게 지금 현실과 맞아떨어진다. 주인공 캐릭터들이 모두 과거 집단 왕따, 학교 폭력과 관계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 영화 <최면>의 언론 시사회가 16일 서울 건대입구에서 열린 가운데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현재 이슈와 영화에 대한 소신을 전했다.

<최면>은 대학교 동기인 친구들이 자신도 모르게 걸린 최면으로 하나둘 이상행동을 보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2020년 <검객>으로 감독 데뷔한 최재훈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영화가 담고 있는 사건이 현재 이어지고 있는 학교 폭력 이슈와 맞닿아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최 감독은 "사실 <최면>은 7년 정도 된 시나리온데 그때도 학폭 문제가 있었고, 매년 발생한 것 같다. 공교롭게 개봉 시기에 문제가 불거지는 것 같다"며 "영화는 최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무서운 장르 영화로만 소비되는 게 아닌 죄의식에 대한 영화로도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현 역으로 극의 중심을 잡은 이다윗은 "<사바하>를 찍을 때 공포를 간접 경험했는데 좀 더 직접 마주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이 영화에 출연했다"며 "시나리오를 보며 최면이라는 소재가 마음에 들었는데 처음엔 가볍게 생각하다가 나 또한 타인에게 작은 일이라도 상처 준 건 없나 생각하게 됐다"는 소회를 전했다.

조현 "청소년 시절 학폭 있어서는 안 돼"

   
아이돌 그룹 베리굿이자 연기자 활동을 하고 있는 조현은 보다 직접적인 생각을 밝혔다. "참고가 될만한 공포영화를 많이 찾아봤다"던 조현은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청소년 시절 학교 폭력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그런 일이 지금도 발생하는 것에)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평소 공포영화를 즐긴다는 조현은 "이 영화로 처음 공포 장르르 도전했는데 그 상황에 몰입하고 내면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병준 역의 김도훈 또한 "피해자는 기억하지만 가해자는 기억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걸 이 영화에 잘 녹인 것 같다"며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인간은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니까 관객분들도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지셨으면 하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설정상 복싱선수 출신으로 거침없는 행동을 하는데 정작 김도훈은 "공포영화를 되게 무서워한다"고 밝혔다. "연기를 위해 카메라를 켜놓고 공포영화를 보는 내 모습을 촬영했다"던 김도훈은 "이 영화 찍을 때 악몽을 정말 많이 꿨다"며 일화를 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 교수 역으로 특별출연한 손병호는 "감독님이 죄의식이라는 걸 어떻게 영화에 풀어낼지 염려스러웠는데 마치 최면에 걸린 듯 한 시간 반을 집중해서 보게 됐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젊은 후배들과 연기한 것에 그는 "선배의 몫은 뭘지,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그걸 보이기 전에 스스로 자신 없을 땐 참 괴로운데 그럴 때 젊은 친구들 눈빛을 보고 잃었던 걸 되찾은 느낌이었다"며 "제가 많이 주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는데 앞으로도 좀 더 동료들에게 새로운 걸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영화 <최면>은 오는 3월 2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