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권 탈출의 외나무다리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이 만난다. 두 팀은 오는 22일 오후 5시 30분 인천의 홈구장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리그 17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같은 수도권팀인 인천과 수원은 올 시즌 나란히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여있다. 두 팀 모두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성적부진에 시달리며 감독이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했다. 시즌이 어느덧 반환점을 훌쩍 돈 가운데 인천은 승점 8점으로 최하위, 수원은 승점 14점으로 11위에 머물고 있다.

현재까지 두 팀이 K리그1에서 가장 유력한 강등 후보 1, 2순위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K리그 역사상 수도권에서 강등팀이 나온 것은 성남과 수원FC 2팀이 한꺼번에 강등 당했던 2016년이 유일하다.
 
 경기 지켜보는 조성환 인천 신임 감독

경기 지켜보는 조성환 인천 신임 감독 ⓒ 연합뉴스

 
순위도 순위지만 인천-수원 두 팀은 올 시즌 묘하게도 이래저래 나란히 엮이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수원은 지난 5월 홈에서 열렸던 경기에서는 인천에게 1-0으로 승리한 것이 올 시즌 첫 승이었다. 양팀은 이임생-임완섭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이어, 정식 감독직에 오르기 위하여 필요한 P급 자격증을 보유하지못한 주승진-임중용 시한부 대행제제의 한계가 도마에 오르는 등 한동안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와 비효율적인 운영 방식도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경기외적인 잡음이 많았다는 것도 흡사했다. 최근에는 수원에서 석연치 않게 사임했던 이임생 감독이 뜬금없이 인천의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해프닝이 발생하며 양팀 사이에서 다소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 19 사태가 계속되고있는 가운데서 유관중 경기로 진행되던 인천과 수원의 홈구장에서는 일부 홈팬들이 방역 수칙을 무시하는가하면 부적절한 야유와 욕설을 일삼는 장면이 벌어지며 공개적인 망신을 당했다는 것도 닮은 꼴이다.

수원은 K리그에서 여러 차례 정상에 오른 최고의 명문팀이고, 인천도 승강제 도입 이후 아직까지 한번도 2부 리그로 내려간 적이 없는 '잔류왕'의 전통을 자랑한다. 올해 K리그는 군팀 상주가 자동 강등이 확정됨에 따라 1부 리그에서 성적순으로 강등되는 팀은 한 팀 뿐이다. 말그대로 최하위만 피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손쉬운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강등당하는 팀은 그야말로 이중의 굴욕이나 다름없다.

아무래도 좀더 유리한 쪽은 수원이다. 수원은 비록 11위이기는 하지만, 중위권과의 격차는 크지 않고 6위 서울(승점 19)과는 불과 5점차에 불과하여 아직은 상위 스플릿 진입까지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인천과의 원정 맞대결만 다시 한번 잡는다면 승점차가 9점으로 벌어지며 최소한 잔류 안정권에는 접어든다고 할만하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광주전 승리 이후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에 그치고 있는 부진한 페이스가 고민이다.

무시할수 없는 변수는 인천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은 한때 K리그1 최다 연패 타이기록인 8연패 수렁에 빠지며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조성환 신임 감독이 부임한 이후 빠르게 팀을 추스르며 최근 1승1무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라운드에서는 5위 대구를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개막 15경기 연속 무승의 사슬을 끊고 첫승을 신고했다.

인천은 매년 강등권에서 고전하면서도 후반기에 뒷심을 발휘하는 생존 본능을 보여준바 있다. 유상철 전 감독이 이끌었던 지난 시즌에는 8월 수원 원정에서 김호남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해 10년간 이어진 '빅버드 무승 징크스'를 깬 것을 전환점으로 다시 한번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에도 수원을 잡을 경우 양팀의 승점차가 순식간에 3점차로 좁혀지며 잔류 경쟁은 다시 한번 예측불허의 양상에 빠지게 된다.

두 팀 모두 경기당 한 골을 넣기도 힘든 빈약한 공격력이 가장 큰 고민이다. 인천이 9골, 수원이 14골로 나란히 리그 최소득점 1, 2위에 허덕이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은 양팀의 주포인 수원 타가트(5골)와 인천 무고사(4골)이 최근 잇달아 골맛을 보면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필 맞대결을 앞두고 최근 코로나 사태가 급격히 악화되며 이번에도 무관중 경기로 치르게 된 점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관중의 유무를 떠나 양팀 모두 분위기 전환을 위하여 절박한 상황인만큼 승부 만큼은 어느 때보다 불꽃이 튀길 전망이다.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두 팀이 모처럼 멋진 경기력으로 그동안 축구팬들로부터 받았던 부정적인 시선을 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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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 수원삼성 강등권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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