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연습경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전에서 4-2로 승리한 삼성 선수들이 팔뚝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시범경기 취소에 이어 개막이 미뤄졌던 프로야구는 이날부터 팀별 7차례 연습경기를 치른 뒤 5월 5일 무관중으로 정규시즌 개막전을 갖는다.

지난 21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연습경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전에서 4-2로 승리한 삼성 선수들이 팔뚝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시범경기 취소에 이어 개막이 미뤄졌던 프로야구는 이날부터 팀별 7차례 연습경기를 치른 뒤 5월 5일 무관중으로 정규시즌 개막전을 갖는다. ⓒ 연합뉴스

 
2010년 선동열 감독이 물러난 후 지난 9년 동안 삼성 라이온즈를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LG 트윈스)과 김한수 감독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삼성에 입단해 삼성에서만 선수생활을 하며 스타 플레이어로 활약하다가 은퇴 후 삼성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은 후 감독까지 오른 인물이라는 점이다(물론 감독으로서 두 사람의 평가는 크게 엇갈리지만). 따라서 김한수 감독의 후임도 삼성의 프랜차이즈 출신 스타가 부임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삼성 구단의 선택은 삼성에서 현역 생활을 보냈고 은퇴 후에도 20년 넘게 삼성의 녹을 먹고 있는 허삼영 전력분석팀장 겸 운영팀장이었다. 하지만 허삼영 신임 감독은 현역 시절 1군 마운드에 단 4번 밖에 등판하지 못했고 은퇴 후에도 코치가 아닌 훈련지원팀과 전력분석팀에서 프런트로 활동했다. 현역 시절에도 '스타'와는 거리가 멀었고 지도자로서도 그 어떤 '검증'도 받은 적이 없는 감독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KBO리그는 염경엽 감독(SK 와이번스)과 장정석 감독(전 키움 히어로즈), 이동욱 감독(NC다이노스)처럼 무명 선수 출신 지도자가 성공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전력분석팀에서 활동하면서 누구보다 KBO리그의 10개구단을 객관적으로 지켜보며 분석해 온 허삼영 감독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다. 과연 허삼영 감독은 최근 4년 연속 가을야구에 도달하지 못했던 삼성을 5년 만에 포스트시즌으로 이끌 수 있을까.

[투수진] 지긋지긋한 외국인 투수 잔혹사, 올해는 끊어야 한다
 
 삼성 라이온즈 2020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삼성 라이온즈 2020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삼성은 2014년까지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 호크스)라는 뛰어난 외국인 에이스를 거느리고 있었다. 2015년에도 24승을 합작한 외국인듀오 알프레드 피가로와 타일러 클로이드를 앞세워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삼성은 최근 4년 동안 외국인 투수들이 단 39승을 따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들이 무려 119승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지난 4년 간 삼성의 외국인 투수복은 지독히도 없었다.

따라서 올 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와 데이비드 뷰캐넌의 활약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작년 시즌 중반에 합류해 4승 4패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한 라이블리는 올 시즌 15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뷰캐넌 역시 개막시리즈 등판이 가능할 정도로 몸을 잘 만들었다. 4년 동안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경험한 삼성에게 라이블리와 뷰캐넌의 활약은 '필수'가 됐다.

삼성에는 과거 임창용이나 배영수(두산 투수코치), 장원삼(롯데 자이언츠) 같은 확실한 토종 에이스가 없지만 3명의 토종 선발 투수들이 고른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불혹의 윤성환은 노련함을 앞세워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고 백정현은 팀 내 유일의 좌완 선발이라는 장점이 있다. 작년 전반기를 평균자책점 2.86으로 마친 원태인의 잠재력은 어디까지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삼성 마운드가 작년 시즌에 비해 가장 달라지는 점은 바로 '끝판왕' 오승환의 복귀다. 물론 오승환은 KBO리그를 떠났던 6년의 공백이 있고 불법도박 사건에 대한 징계로 시즌 개막 후 30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하지만 통산 277세이브와 1.6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의 복귀는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하다. 오승환이 징계를 마치고 가세하는 시점이 삼성의 올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오승환이 기대대로 뒷문을 든든히 지켜 준다면 삼성은 장필준, 우규민, 임현준, 이승현 등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유형의 불펜 투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시즌 막판이 되면 통산 51세이브61홀드를 기록하고 있는 강속구 사이드암 심창민이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다. 만약 삼성이 시즌 막판까지 가을야구 경쟁을 할 수 있다면 막강한 불펜은 분명 상대팀을 두렵게 만드는 삼성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타선] 구자욱-강민호-박해민, 최악의 부진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삼성은 작년 시즌 NC(128개) 다음으로 많은 팀 홈런(122개)을 기록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작년 시즌은 10개 구단의 한 시즌 평균 홈런이 101.4개에 불과했던 투고타저 시즌이었고 삼성의 실속 없는 '한 방 야구'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실제로 삼성은 많은 홈런에도 불구하고 팀 타율 9위(.256), 팀 득점 7위(622개)에 그치면서 많은 홈런을 팀 공격력 극대화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삼성은 작년 시즌 3할 타자가 1명도 없었다. 작년 시즌 3할 타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유일한 팀이 바로 삼성이다. 통산 타율 .319로 매년 너무나 당연하게 3할 타율을 넘겼던 간판타자 구자욱조차 작년 시즌엔 타율 .267에 그쳤다(그렇다고 홈런이나 타점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어느덧 프로 9년 차가 된 구자욱이 예년의 위력을 되찾지 못한다면 삼성 타선은 올 시즌에도 상당히 고전할 수밖에 없다.

구자욱 못지않게 부활이 절실하게 필요한 선수가 바로 안방마님 강민호다. 이적 첫 시즌 22홈런 71타점으로 이름값을 했던 강민호는 작년 시즌 타율이 데뷔 후 가장 낮은 .234로 추락했을 뿐 아니라 홈런과 타점도 각각 13개와 45개로 하락했다. 올해도 12억 5000만 원의 많은 연봉을 수령하는 강민호가 2할대 후반의 타율과 20개 언저리의 홈런을 때려내지 못한다면 2017년 11월 강민호를 잡기 위한 삼성의 80억 투자는 실패로 결론날 수밖에 없다.

작년 타율 .292 22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던 다린 러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삼성은 새 외국인 선수로 유틸리티 내야수 타일러 살라디노를 영입했다. 살라디노는 메이저리그 타율 .227, 마이너리그 타율 .264의 성적이 말해주듯 공격보다는 수비에 특화된 선수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는 수비만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살라디노의 올 시즌 타격성적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KBO리그에서 기동력보다는 장타력이 중요해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까지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박해민은 작년 타율이 .239로 하락하면서 도루 숫자도 24개로 줄어 들었다. 하지만 공인구의 반발력 저하로 기동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만큼 박해민의 '뛰는 야구'는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삼성의 새로운 '캡틴'이 된 박해민이 도루왕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즌이다.

[키플레이어] 사자군단이 자랑하는 젊은 좌완 스윙맨

삼성은 라이블리와 뷰캐넌, 윤성환, 백정현, 원태인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했다. 불펜 역시 마무리 오승환을 필두로 우완 장필준과 이승현, 최지광, 좌완 임현준, 잠수함 우규민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삼성의 개막 엔트리에는 때로는 임시 선발로, 때로는 롱릴리프로 활약할 '스윙맨'으로서 이 선수가 포함될 확률이 매우 높다. 작년 28경기에서 106.2이닝을 던지며 6승을 따낸 좌완 강속구투수 최채흥이 그 주인공이다.

한양대 출신으로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고 삼성에 입단한 최채흥은 루키 시즌 8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3.21의 성적으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2년 차가 된 작년 시즌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된 양창섭 대신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최채흥은 루키 원태인이 떠오르자 5경기 만에 불펜으로 내려 갔다. 그렇게 작년 시즌 선발로 15경기, 불펜으로 13경기에 출전한 최채흥은 팀 내에서 3번째로 많은 6승을 따내며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최채흥은 같은 좌완 투수지만 좌타자만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임현준과는 조금 다른 유형의 좌투수다. 임현준이 결정적인 순간에 한 두 타자만 상대하는 '좌완 스페셜리스트' 유형이라면 최채흥은 짧게는 1~2이닝, 길면 3~4이닝까지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롱릴리프 자원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선발로도 활약할 수 있어 활용 폭이 매우 넓다.

물론 허삼영 감독과 삼성 구단은 팀의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져 스윙맨 최채흥을 선발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그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달 이상 늦게 개막하는 올 시즌엔 예년보다 더욱 많은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년 팀 내 다승 3위와 이닝 5위(106.2이닝) 투수를 예비자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삼성은 장기레이스에서 한층 유리하게 시즌을 운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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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최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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