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시즌을 언제 시작할지 장담할 수 없지만, 류현진을 영입한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올 시즌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당장 팀 성적을 정상급으로 이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난 몇 년에 비하면 희망을 바라볼 수 있다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 연합뉴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지역 언론 <더 스타>에서는 4월 10일(이하 한국 시각) 올 시즌 블루제이스에 대한 기대 요소를 언급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흥분할 만한 요소로 류현진의 영입, 젊은 선수들의 성장 등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일단 류현진이 블루제이스를 이끌어줘야 할 2020년

가장 먼저 언급된 인물은 단연 류현진이었다. 2019년 블루제이스는 팀 평균 자책점 4.79로 30구단 중 21위, 아메리칸리그 8위에 그쳤다. 팀의 투수들을 이끌어 줘야 할 확실한 에이스가 없었던 탓이었다.

이에 블루제이스는 겨울 FA 시장에서 류현진에게 4년 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올 시즌 류현진(좌)이 이끄는 블루제이스의 선발 로테이션은 태너 로아크(우), 체이스 앤더슨(우), 맷 슈메이커(우) 등의 베테랑 투수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가 주어질 계획이다.

물론 류현진이 투수들에게 친화적인 경기장이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투수들의 지옥이라 불리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로 옮긴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메이저리그 평균 자책점 1위(2.32) 정도의 평균 자책점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다른 선발투수들에 비해 류현진이 현재 임팩트가 가장 강력한 투수인 점은 분명하다. 디비전 이동에 따른 평균 자책점 상승이 어느 정도 있겠지만, 부상 등의 돌발 변수만 없다면 피칭 패턴이 급격히 변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올해 중에는 마이너리그에서 성장하고 있는 파이어볼러 네이트 피어슨이 승격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블루제이스는 피어슨이 풀 타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2021년이나 2022년쯤에 류현진과 피어슨이 원투 펀치를 구축할 수 있다.

게레로 주니어, 비지오와 비셋... 류현진의 도우미 될 수 있을까

류현진이 로테이션을 이끌어주는 동안 피어슨이 성장하여 원투 펀치를 완성하는 것이 블루제이스의 선발진 플랜이라면 타선의 플랜도 기대가 크다. 블루제이스의 내야에는 과거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아들이 2명씩이나 있다.

우선 3루수 자리에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1999년생)가 있다. 2004년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 오브 애너하임) 시절 아메리칸리그 MVP를 차지했던 아버지 블라디미르 게레로 시니어는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공까지 장타를 만들어내고 외야에서는 강한 송구를 보여줄 수 있는 강한 팔과 어깨를 가진 '괴수'였다.

아버지와 같은 27번의 등 번호를 사용하지만 외야수로 이름을 날렸던 아버지와 달리 게레로 주니어는 내야에 자리를 잡았다. 마이너리그를 초토화시키면서 만 20세에 메이저리그에 데뷔, 올스타 게임 홈런 더비에서 준우승했지만 누적 홈런 91개로 충격과 공포의 파워를 보여줬다.

2019년 123경기 타율 0.272에 OPS 0.772 15홈런을 기록한 게레로 주니어는 2020년에도 꾸준히 기회를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2019년 514타석 46볼넷 92삼진에서 볼 수 있듯이 마이너리그에서 보여줬던 능력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비율을 보여줬던 만큼 타석에서의 인내심 수련은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루수에는 캐번 비지오가 있다. 과거 휴스턴 애스트로스 한 팀에서만 뛰었던 전설의 리드오프 크레이그 비지오의 아들이다. 아버지 크레이그가 우투우타 2루수였는데, 아들 캐번은 같은 2루수이지만 우투좌타로 활동하고 있다.

캐번 역시 2019년에 데뷔했으며 블루제이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 멤버의 2세들이 한 팀에서 2명 이상이 같이 활동하는 팀이 됐다. 이 때문에 원래 3루수를 보고 있던 브랜든 르루리는 게레로 주니어에게 3루를 양보하고 2루로 갔다가 다시 캐번에게 밀려 외야수로 보직을 옮겼다.

캐번 역시 앞으로의 성장이 크게 기대되고 있다. 2002년 아버지 크레이그가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한 이후 17년 만에 그것도 데뷔 첫 시즌에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했을 정도다. 메이저리그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히트 포 더 사이클을 동시에 기록한 것은 개리 워드와 대럴 워드에 이어 크레이그와 캐번이 두 번째다.

다만 캐번에게 아쉬운 점은 아버지 크레이그와 같은 타격 정확도를 완전히 이어받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100경기에서 71볼넷 출루율이 0.364(OPS 0.793)로 선구안은 좋지만 123삼진으로 타율이 0.234에 그쳤다. 스윙에 있어서 타격에 성공하는 정확도가 높지 않아서 삼진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게레로 주니어와 캐번 이외에도 유격수 자리에는 보 비셋(외야수 단테 비셋의 아들)이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2루수도 봤지만 메이저리그에 조금 먼저 올라온 캐번이 2루수에 자리를 잡으면서 유격수를 보게 됐다. 그리고 데뷔 11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세우며 심상치 않은 데뷔를 알렸다.

게다가 비셋은 지난해 8월 멀티 홈런 경기를 만들어냈는데, 놀랍게도 상대 투수는 사이영상 3회 수상 이력을 갖고 있는 클레이튼 커쇼(로스앤젤레스 다저스)였다. 7월에 승격되어서 46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11홈런에 타율 0.311을 기록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게레로 주니어와 캐번 비지오 그리고 보 비셋까지 3명의 내야 유망주들이 2020년에 부상 없이 각자의 포지션에 자리를 굳힌다면 블루제이스는 그동안 기다리고 기다렸던 공포의 내야진을 구축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류현진에게 있어서도 든든한 득점 지원 속에서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류현진의 승리 기회도 많아질 수 있다.

기대는 크지만... 당장 가을야구는 힘든 현실

이렇듯 블루제이스는 그동안 진행해오던 리빌딩과 더불어 류현진의 영입으로 향후 미래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그러나 내야진의 주축이 될 게레로 주니어와 캐번 그리고 보 비셋이 모두 올해가 첫 풀 타임 시즌이라는 점에서 경험 부족이 문제로 드러날 수도 있다.

또한 블루제이스는 과거 류현진이 다저스에 있었을 때처럼 매년 지구 우승을 맛보며 가을야구를 경험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다저스의 선두 독주 체제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와는 달리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디비전으로 주목을 받는다.

월드 챔피언 경험이 가장 많은 뉴욕 양키스를 비롯하여 숙명의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 두 팀만으로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시즌 내내 뜨거운 경쟁이 이어진다. 최지만이 소속된 탬파베이 레이스도 만년 꼴찌 근처에만 머물다가 유망주들의 잠재력이 폭발한 2008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등극을 기점으로 동부지구의 다크호스가 됐다.

강력한 타자 자원을 많이 보유한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정상권으로 이끌어 줄 확실한 투수들이 없어서 선두 경쟁권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블루제이스는 가끔씩 과감한 투자로 동부지구 정상에 도전하긴 했으나 21세기에 들어와서 지구 우승을 차지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비록 류현진과 야마구치 슌 등의 영입 등 여러 투수 자원 보강이 있었고, 타선에서 유망주들의 성장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러한 팀의 라인업이 완성되려면 당장 1~2년으로는 힘들다. 블루제이스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이 빨리 완성된다면 모르겠지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패권을 가져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물론 와일드카드를 노려볼 수는 있다. 그러나 와일드카드 역시 각 리그 15팀들의 승률대로 순위를 정한 뒤 디비전 챔피언 3팀을 제외한 나머지 상위 2팀을 선정하기 때문에 최소 리그 5위 안에는 들어야 한다. 양키스와 레드삭스, 레이스까지 최소 1팀은 제쳐야 리그 5위 안에 들 가능성이 높다.

와일드카드로 포스트 시즌 무대를 밟아도 월드 챔피언까지 디비전 챔피언들보다 1승이 더 필요하다. 2012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신설된 이후 월드 챔피언까지 등극한 와일드카드 팀은 201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뿐이다.

전체 선수 랭킹 48위 든 류현진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오른쪽)이 토론토 구단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 외야에서 팀 동료 야마구치 순과 캐치볼 훈련을 하는 모습.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오른쪽)이 토론토 구단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 외야에서 팀 동료 야마구치 순과 캐치볼 훈련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한편 블루제이스의 에이스 류현진은 10일 미국 CBS 스포츠가 발표한 메이저리그 선수 48위에 들었다. CBS 스포츠는 류현진에게는 건강이 항상 관심사로 최근 2시즌 44경기 선발 등판에서 평균 자책점 2.21 삼진/볼넷 비율 6.46이며 2013년 이후 2019년에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음을 평가했다.

전체 1위는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2위는 무키 베츠(로스앤젤레스 다저스)였으며 한국인 선수들 중에서는 류현진이 유일하게 Top 100에 들었다. 아시아 전체 순위로는 일본인 선발투수 겸 타자 오타니 쇼헤이(일본, LA 에인절스)가 30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만으로 한정했을 때 류현진은 14위였다.

선발투수 1위는 게릿 콜(뉴욕 양키스, 전체 3위), 2위는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 전체 5위)이며 류현진보다 순위가 높은 선발투수 13위는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전체 46위)였다. 전체 30위인 오타니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 후 재활 중이었기 때문에 지난해에는 선발투수 순위에서 잠시 빠지고 지명타자 순위로만 이름을 올렸다.

블루제이스 선수로 한정하면 류현진이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블루제이스 선수들 중에 Top 100위에 든 선수들로는 류현진 다음으로 게레로 주니어(56위)와 비셋(79위)이 이름을 올렸다. 물론 이 파워 랭킹은 지난해 성적을 중심으로 나열된 것이며, 블루제이스의 주축 선수들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다.

한화 이글스 시절 류현진은 신인 시절부터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으며 팀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한화에서의 류현진은 선수단 중 어린 축에 속했고, 지금 블루제이스에서의 류현진은 다수의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베테랑이 됐다.

한화에서는 선배들이 많아서 굳이 필요하진 않았지만 블루제이스에서의 류현진에게 또 다른 역할이 필요하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마찬가지로 클럽 하우스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경기 외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멘토로서의 역할이다.

다만 류현진은 현재 코로나19의 세계 확산 추세로 인해 캐나다에서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한 다른 국적인들의 입국을 막고 있어 토론토로 가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은 토론토 출신으로 플로리다주에 집을 갖고 있는 옛 동료 러셀 마틴(FA)의 도움을 얻어 플로리다주에 부인과 체류하며 출산을 준비하고 있다.

시즌이 언제 개막될지 알 수 없지만, 류현진은 베테랑 마틴으로부터 야구뿐만 아니라 야구 외적으로도 후배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전수받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팀의 기대를 크게 받고 있는 류현진이 시즌이 개막한 뒤 젊은 후배들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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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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