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여파로 리그 개막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깜짝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는 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롯데의 내야수 전병우와 좌완 차재용이 키움 유니폼을 입고 키움의 외야수 추재현이 롯데로 이적하는 2: 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주전 선수나 즉시 전력감이 오간 대형 트레이드는 아니지만 키움과 롯데는 미래를 대비해 서로의 유망주들을 교환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사실 이번 트레이드에 포함된 세 선수는 야구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들은 아니다. 실제로 세 선수의 통산 1군 출전 경기수를 모두 더해도 100경기가 채 되지 않는다(73경기). 하지만 2군 선수에 불과했던 이용규(한화 이글스)가 2005년 KIA 타이거즈 이적 후 국가대표 1번 타자로 성장한 것처럼 이들 중에서도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탄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유망주 추재현 영입도 성민규 단장의 '프로세스'일까
 
 키움 히어로즈 추재현/롯데 자이언츠 차재용, 전병우

키움 히어로즈 추재현/롯데 자이언츠 차재용, 전병우 ⓒ 키움/롯데 제공

 
신일고 출신의 추재현은 고교시절 뛰어난 타격으로 주말리그에서 명성을 떨쳤고 어깨가 좋아 투수를 겸업하며 서울권의 유망주로 꼽혔다(물론 투수로서는 썩 내세울 만한 실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해 서울권에는 강백호(kt 위즈)와 안우진(키움), 곽빈(두산 베어스), 김영준(LG트윈스), 양창섭(삼성 라이온즈) 같은 '초고교급' 유망주들이 득실거렸다. 결국 추재현은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전체 28순위)로 키움에 지명됐다.

히어로즈는 장차 팀을 이끌어 갈 재능을 갖춘 추재현에게 8000만 원의 계약금을 안겼지만 추재현은 루키 시즌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키움의 주전 1루수가 바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 KBO리그 역대 최초로 4년 연속 홈런왕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박병호였기 때문이다. 추재현은 외야수로 변신해 입단 첫 해 퓨처스리그에서 82경기에 출전해 타율 .280 9홈런 45타점을 기록했다.

추재현은 작년 시즌에도 1군에서 1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81경기에 출전해 타율 .286 2홈런 33타점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비록 늦은 장마로 경기가 열리진 못했지만 추재현은 작년 퓨처스 올스타에 선발되기도 했다. 아직 1군에서는 실적을 올리지 못했고 장타력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프로 2년 차 유망주로서는 괜찮은 활약을 이어간 셈이다.

하지만 추재현의 성장과 가능성을 지켜 본 팀은 소속팀 키움뿐 만이 아니었다. 성민규 단장은 추재현을 트레이드하면서 "신일고 시절부터 지켜 본 선수"라며 "현재보다는 미래를 내다본 트레이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롯데는 이대호가 불혹을 바라보고 있고 외야의 핵심 손아섭과 민병헌도 2021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기 때문에 내외야에서 모두 미래를 위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 당장의 쓰임새만 본다면 유틸리티 내야수 전병우와 좌완 차재용을 내준 롯데가 손해를 본 트레이드라는 판단이 들 수밖에 없다. 추재현은 아직 1군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유망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민규 단장은 자신감을 가지고 키움 측에 먼저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롯데로서는 이번에도 성민규 단장이 구상하는 '프로세스'를 믿을 수밖에 없다.

1군 활용 가능한 유틸리티 내야수와 좌완 불펜 얻은 키움 

2017년 황재균(kt)의 미국 진출 후 심각한 3루수 부재에 시달리던 롯데는 2018년 후반 군복무를 마치고 첫 시즌을 맞은 대졸 4년 차 내야수 전병우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전병우는 2018년 단 27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364 3홈런 13타점 18득점의 성적으로 롯데 팬들을 들뜨게 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 많은 롯데 팬들이 그려 왔던 '주전 3루수 전병우'는 끝내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다.

3루수 자리를 한동희에게 내주고 130일이 넘는 시간을 2군에서 보낸 전병우는 29경기에 출전해 홈런과 타점 없이 51타수 5안타(타율 .098)라는 민망한 성적을 기록했다. 게다가 허리 통증 때문에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시즌을 소화할 수 없었기도 했다. 결국 전병우는 트레이드를 통해 입단 동기 차재용과 함께 키움으로 이적해 20대의 마지막 시즌을 서울에서 보내게 됐다. 

키움의 올 시즌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포지션은 3루다. 물론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테일러 모터가 가세했지만 송성문(상무)의 입대와 장영석(KIA)의 이적으로 핫코너가 상대적으로 허전해진 것은 분명하다. 전병우 역시 여러 포지션이 가능한 유틸리티 내야수인 만큼 백업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3루 주전에 도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히어로즈는 2017년 초부터 이영준, 김성민, 정대현, 이승호, 손동욱, 박성민 등 좌완 유망주들을 대거 수집했다. 키움은 일부 야구 팬들로부터 지나친 중복 투자라고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작년 시즌 이승호가 선발, 김성민, 이영준이 불펜에서 좋은 활약을 하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부천고 출신의 프로 6년 차 좌완 차재용 역시 많은 좌완 투수를 성장시킨 히어로즈로 이적했기에 기대를 걸어볼 만한 부분이 크다.

차재용은 통산 16경기에 등판해 승패 세이브 홀드 기록 없이 5.6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작년 시즌에는 9경기에서 3.7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키움이 작년 시즌 여러 명의 불펜 투수들을 적극 활용하며 경기 분위기를 바꾼 적이 많았던 만큼 차재용도 1군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면 강력한 키움 불펜에서 쏠쏠하게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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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키움 히어로즈 추재현 전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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