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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숲과나눔 이사장인 장재연 전 아주대 의대 명예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를 진단하는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세계보건기구(WHO) 본부에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 WHO 사무총장과 면담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세계보건기구(WHO) 본부에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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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과 교역 그리고 정보화의 놀라운 발전 덕분에 지구는 하나의 생활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류가 빈번하고 빨라졌다. 그 부작용으로 감염병의 확산 또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감염병의 국제적인 확산을 막으려면 전 세계가 함께 힘을 모아야 가능하다.

감염병 확산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특히 새로 등장하는 신종 감염병의 경우 그에 대한 대처방안을 개별 국가 혼자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질병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발병 양상의 자료를 공유하고 각국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른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나라를 감염병에서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국제 사회와 협동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국제협력의 구심체 WHO 공격하는 무식한 언론

감염병의 국제적인 전파에 협동하고 대처하는 역할의 핵심은 유엔의 세계보건기구(WHO)다. 현재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에 최우선적인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놀라운 정보화 덕분에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환자에 대한 통계가 매일매일 집계되어 보고서로 올라오면서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다. 모든 환자에 대한 정보와 최근의 의학 정보 역시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새로운 신종 질병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를 중심으로 한 세계 의료 전문가들의 진료와 치료의 경험과 사례를 기반으로 한 연구와 토론을 거쳐 나오는 지침은 그 어떤 개별 주장보다 중시해야 마땅하다. 우리나라 일부 언론에서 세계보건기구를 근거 없이 모함하고 헐뜯는 일부 누리꾼들의 철없는 댓글에 부화뇌동하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세계보건기구의 지침을 희화화하고 권위를 손상시키는 태도는 자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는 짓으로 무식한 작태라고 비난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에 대해 극도로 신경을 쓰는 이유는 감염 확산 속도가 다른 수인성 감염병이나 곤충매개 감염병보다 매우 빠른 호흡기질환이고 새로 확인된 감염병이기 때문이다. 새로 등장한 질병은 치료제나 백신은 물론 사망률이나 예후, 감염 전파 과정 등에 관한 정보나 치료에 필요한 지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초기에 확산을 막으면서 시간을 벌지 않으면 이에 대한 피해가 국제적으로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
 

해외 유입 감염병이라고 해서 발생 국가에 대한 혐오적이고 배타적인 자세를 일삼는 국가는 언젠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감염병 발생이 아시아 아프리카 저개발국가에서만 시작되는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유럽도 미국도 우리나라도 언제든지 감염병의 진원지가 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제라도 '을'의 신세가 될 수 있는 것이 감염병의 세상이다.

당장 이번 코로나19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중국인 모두를 입국 금지시키라고 아우성이었지만 요 며칠 사이에 중국에서의 신규 환자 발생은 급감하고 우리는 반대로 급증하면서 처지가 정반대가 됐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기 자신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마치 자신들은 감염원이 절대 되지 않을 것처럼 감염자를 범죄시하고 혐오하는 분위기는 자신도 그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분위기가 만연하면 사람들이 감염된 사실을 최대한 숨기려고 하거나 최소한 소극적이거나 부정적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지역사회에 대한 감염 기회 확대로 나타난다. 혐오의 피해는 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혐오하는 사람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감염환자는 누구나 거리낌 없이 자신의 발병 사실을 밝히고 개인의 인격과 사생활을 존중받으며 안락하게 치료받을 수 있게 해야 하며 격리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 대해 충분히 보상을 해주는 방식이 활용되어야 한다. 그래야 감염자들도 스스로 지역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격리와 개인 위생 실천을 자발적으로 할 수 있다.

지금처럼 감염환자를 죄인 취급하고 모든 정보를 까발리고 공개해서 망신과 비난 심지어는 그가 속한 기관이나 단체를 괴멸시키려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분위기로는 감염병 환자는 숨어버릴 수밖에 없다. 단 한 명의 감염병 환자만 숨어서 병을 전파해도 그 결과는 참혹할 수 있다. 결국 강압적 방법은 감염병의 확산과 막대한 예산의 헛된 낭비로 귀결된다.

고급 요리 재료로 사용되는 스파이니 랍스터는 집단 생활을 하는 바다 생물이다. 이들은 동료가 질병에 감염되면 상대방이 감염된 줄 알고 피하는 능력이 있다. 심지어는 증상이 나타나기 몇 주 전에도 그런 사실을 알고 감염된 개체를 피한다.

아쉽게도 인간에게는 동료들의 감염병 감염 여부를 아는 능력이 없다. 대신 인간에게는 이성과 과학이 있다. 미지의 공포로 인해 동료와 같은 인간을 혐오하는 저질스러운 행태를 보이지 않도록 과학과 이성의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

인간은 스파이니 랍스터처럼 동료가 감염병에 걸렸는지는 알아볼 수 없지만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혐오와 분열를 조장하는 세력들은 알아볼 수 있다. 이들을 사회적으로 배척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좀 더 사람이 살 만한 사회로 만드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번과 같은 대규모 감염병 사건이 발생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슬픔, 스트레스, 혼란, 분노 등이 당연하다며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과 대화하고, 정상 생활을 유지하며 좋지 못한 소식을 전달하는 언론 보도 접촉을 줄일 것을 권하고 있다.

지금 어쩌면 코로나19보다 더 큰 스트레스의 원인은 사회를 분열시키고 공포를 조장하는 일부 언론의 뉴스일 듯하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도 어쩔 수 없이 대한민국 언론의 맨 얼굴을 보게 된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전쟁이다. 코로나19 위기의 조속한 탈출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기대한다.

태그:#코로나19, #세계보건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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