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중국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동준이 후반 추가 시간에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20.1.10

9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중국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동준이 후반 추가 시간에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20.1.10 ⓒ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본선행을 노리는 김학범호가 중국을 상대로 고전 끝에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승점 3점은 챙겼지만 올림픽으로 가는 여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남긴 경기였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9일 오후 태국 송클라의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중국에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 내내 우위를 점하고도 골이 터지지 않아 애를 먹었던 한국은 경기 종료가 임박한 후반 추가시간, 교체투입된 이동준이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어 수비수를 제치고 때린 왼발 슈팅이 그대로 중국 골망을 흔들며 귀중한 결승골을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한국은 이로써 중국과의 23세 이하 대표팀 역대전적에서 11승 3무 1패의 우위를 이어갔다. 또한 한국은 1차전에서 1-1로 비긴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제치고 C 1위로 올라 조별리그 통과의 청신호를 밝혔다.

결과가 중요한 경기였기에 이긴 게 다행이지만 이날 김학범호의 경기력은 대체로 기대 이하였다. 역시 익숙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한 한국은 최전방 공격수 오세훈을 필두로 2선에 엄원상, 김대원, 이동경을 앞세워 중국의 골문을 노렸다. 한국은 이날 경기내용에서 중국을 압도하며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많은 찬스를 만들고도 결정력 부족이 아쉬웠다. 전반 4분 이동경, 14분 오세훈, 22분 김대원이 잇달아 득점을 기회를 잡았으나 모두 골문을 빗나가거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평가전에서도 드러났던 마무리의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약점은 여전했다.

아무래도 첫 경기의 부담감이 컸던 듯, 선수들의 몸놀림도 가벼워보이지 않았다. 퍼스트터치가 좋지않아 패스를 연결하고도 공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나왔다. 후방 빌드업 과정이나 스로인 상황에서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아 실수를 남발하기도 했다. 제공권이 뛰어난 오세훈을 선발로 투입했으나 위치 선정이 좋지 않았고 그의 제공권을 제대로 이용할 만한 크로스 연결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오세훈 홀로 최전방에서 고립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공격에 가려졌지만 수비도 불안한 장면이 많았다. 골키퍼 송범근은 비교적 안정적인 선방과 수비조율을 보여줬지만, 정작 빌드업의 시발점이 되어야할 이상민-김재우의 센터백 라인은 좌우 풀백-더블 볼란치와 호흡이 맞지 않아 간격 유지와 커버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었다.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 시에 센터백들이 위치 선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선수들 간 뒷공간이 계속 벌어지는 문제점이 반복됐다. 후방에서 패스를 통한 빌드업 전개를 안정적으로 풀어준 것도 아니었다.

김학범 감독이 중국전에서 다득점보다 수비 안정에 무게를 둔 전술을 선택했음에도 선수들이 포지션에 따른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허둥대다보니, 상대보다 수비수 숫자가 더 많은 상황에서도 수비는 불안하기만 했다. 중국의 주공격수 장위닝이 이른 시간에 부상으로 교체된 데다, 전진패스의 완성도가 떨어졌으니 망정이지, 역습이 조금만 더 정교한 팀을 만났더라면 아찔한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 많았다. 

그나마 김학범 감독이 후반에 적극적인 선수교체를 통하여 빠르게 변화를 준 것은 주효했다. 김학범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맹성웅을 빼고 김진규를 투입했고 후반 12분 김대원 대신 이동준을 투입해 공격에 변화를 줬다. 이동준은 결승골을 기록하며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후반 29분 엄원상을 빼고 마지막 교체카드로 투입된 정우영은 의욕은 좋았지만 특유의 돌파가 중국 수비에게 번번이 막혔다. 정우영은 이번 대회 한국팀의 유일한 유럽파로 기대를 모았지만, 경기에 꾸준히 나가지 못해 몸상태가 떨어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이강인-백승호-이승우 등 기대했던 유럽파들이 합류하지 못한 이번 대회에서 정우영의 컨디션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한국의 우승도전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기대에 크게 못미친 중국전의 저조한 경기 내용이 아쉽기는 하지만, 축구팬들도 첫 경기의 부담감을 고려하여 결과를 끌어낸 것만으로 납득하는 분위기다. 김학범호는 금메달을 차지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사실 경기력은 들쭉날쭉했던 편이었다.

특히 당시 조별리그에서는 말레이시아에 덜미를 잡히고 키르키스스탄전에 1-0으로 겨우 신승하는 등 졸전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토너먼트에서 극적인 승부를 거듭하며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축구도 점점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짧은 준비기간, 1.5군에 가까운 전력으로 항상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도 능력이다.

이강인-백승호 등 김학범호에 창의성과 결정력을 불어넣어줄 해결사들의 부재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대회에 합류하지 못한 선수들의 이름이 자꾸 거론되는 것은 대표팀의 사기나 경기력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앞으로 이란-우즈베키스탄같은 더 어려운 팀들과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고 김학범호는 아직 잠재력을 다 보여준 것이 아니다. 지금은 김학범 감독과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줘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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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한중전 이란우즈베키스탄 김학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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