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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신문은 지난 7월 28일 북한 내부문건을 입수했다며 이를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지난 7월 28일 북한 내부문건을 입수했다며 이를 보도했다.
ⓒ 도쿄신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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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전리품은 6.25 전쟁이나 일본강점기 때 적에게 빼앗은 물품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도쿄신문>에서 보도한 문서에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 담겼다." (북한군에서 근무한 이탈주민)

"북한은 선전 내용을 수차례 검증하는 시스템이라 오탈자가 거의 없다. 띄어쓰기 실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도쿄신문>이 공개한 문서는 신뢰성이 떨어진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북한이 내부문건에서 2018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귤 200톤을 '괴뢰가 보내온 전리품'이라고 표현했다는 일본 <도쿄신문>의 보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정보당국도 이 보도가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 7월 28일 <도쿄신문>은 12페이지 분량의 북한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며 일부를 공개했다. <도쿄신문>은 이 문서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와 조선로동당의 방침을 북한 내부 치안기관에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북한 내부 치안기관은 일반적으로 인민 보안성, 조선 인민군 등을 의미한다.

정보당국은 <도쿄신문> 보도를 의심하는 근거로 북한 내부의 공식 문건과 ▲ 글씨체 ▲ 줄 간격 ▲ 띄어쓰기 등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7월 3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보도된 북한 문건은) 가짜일 가능성이 99.9%"라고 주장한 바 있다. (관련기사 : 김병기 "'괴뢰가 보내온 귤은 전리품' 북한 문건, 99.9% 가짜")

"전리품이라는 단어, 싸워서 빼앗은 물건 말할 때 사용"

그렇다면 북한에서 내부 문서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했던 관련자들은 <도쿄신문>이 공개한 문서를 어떻게 평가할까?

북한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탈주민 A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 내부문서에 언급된 '전리품'이라는 표현이 북한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표현과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서 전리품이라는 단어는 싸워서 빼앗은 물건을 말할 때만 골라 사용하지 아무 때나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검색이 가능한 북한 <로동신문> 2018년 이후 보도를 통해 확인해 본 바에 따르면, '전리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기사는 총 10건으로 나타났으며, 대부분은 51년 전 북한 원산 앞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 해군에 나포된 미 해군의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와 관련된 내용에 사용됐다.

 
북한 노동신문, 문재인 대통령 제주도 귤 선물 보도
 북한 노동신문, 문재인 대통령 제주도 귤 선물 보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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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리품'이라는 표현은 북한이 문 대통령이 보낸 귤에 대해 보였던 공식적인 반응과도 배치된다. 북한은 2018년 11월 16일자 <로동신문>을 통해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 문재인 대통령이 뜻깊은 선물을 보내왔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 다른 군 출신 이탈주민 B씨는 '트럼프놈'이라는 표현이 공식 용어로 사용되기에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북미 정상이 만난 상황에서 '트럼프놈'을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과 이탈주민 B씨는 <도쿄신문>이 공개한 문서 사진에 나타난 '띄어쓰기'에 주목했다. 통상 한 칸씩 띄어쓰기 되어있는 것과 달리 '트럼프놈을  비롯한  미국의  거물들은  기회가'와 '우리  국가와  민족수호의  생명선인  핵무기와' 대목에서는 두 칸씩 띄어쓰기가 됐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선전 내용을 수차례 검증하는 시스템이라 오탈자나 띄어쓰기 실수가 있을 수 없다,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언급했다.

이탈주민 B씨도 "북한에서는 (문서에) 실수가 있으면 김정은의 위신이 추락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서가 북한 보안성 간부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더더군다나 띄어쓰기에 오류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에서는 평양 말을 표준어로 삼아 문서를 작성하고 <로동신문>도 이 기준으로 기사가 작성된다, <로동신문>에서도 두 칸씩 띄어쓰기는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도쿄신문>이 북한 내부 문서라고 언급한 문건의 유통경로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북한 내부 문건을 분석하는 연구자인 나까가와 마사히꼬 아시아 경제연구소 서울 해외조사원은 "그 문서가 100% 가짜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도쿄신문> 기사가 북경(베이징)발 기사라는 데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북한 내부 문건이 거래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1일 열리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는 <도쿄신문>에 보도된 북한 내부 문건에 대한 진위 여부 확인이 진행될 예정이다.  

태그:#북한, #로동신문, #가짜뉴스, #도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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