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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유공자와 관계 없지만 '5.18 망언'을 듣고 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5.18 명단공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고 제 의견을 쓰고 싶었습니다... 기자말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앞에서 열린 '5.18망언 비호 자유한국당 해체 촉구 촛불집회'에서 5.18민주화운동유공자회 회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2.14
▲ 자유한국당사앞에서 눈물 쏟은 5.18유공자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앞에서 열린 "5.18망언 비호 자유한국당 해체 촉구 촛불집회"에서 5.18민주화운동유공자회 회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2.14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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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유공자를 울리는 자가 누구인가. 국회의원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이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을 멸시하는 자가 누구인가. 구릴 것 없으면 당당히 나오라고 주장하는 자들이다. 뻥 뚫린 가슴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찌르는 자가 누구인가. 그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시민들이다.

광주시민들은 눈앞에서 쓰러지는 가족과 피 흘리는 친구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5.18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역사이기 이전에 참담한 개인의 삶이다. 떡두꺼비 같은 자식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멀쩡했던 남편이 불구가 돼 돌아왔다. 몇십 년 뒤 '민주 유공자'라는 명칭을 얻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득한 아픔

'자랑스러운 일인데 왜 숨기느냐'고 하는 것은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치켜세우는 민주주의 역사는 어떤 이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득한 아픔일 뿐이다. 광주트라우마센터가 발간한 <5.18 관련자 등 국가폭력생존자 재활성과 보고서>(2013)에 따르면 5.18 민주 유공자들의 95% 이상이 가볍거나 중간 이상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을 겪고 있다. 전쟁 생존 병사의 PTSD 유병률이 약 15%, 성폭행의 경우는 약 69%인 것을 고려했을 때 5.18 민주 유공자들의 PTSD 유병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공자들이 과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현재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들의 잊힐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와 유공자의 권리가 충돌할 때 유공자의 이익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유공자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고통을 순식간에 현실로 소환

5.18민주화운동은 역사적, 법적으로 그 의의가 정립됐으나 사회적으로는 아직 치유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모여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공청회를 연다.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5.18 민주 유공자가 귀족과 같은 혜택을 누린다는 가짜뉴스를 생산한다. 대법원의 판결마저 무시하고 거짓 주장을 한다.

이런 현실에서 유공자의 명단과 공적 등을 모두 공개한다면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세력이 사라질까? 비전문가들이 유공자를 검증한다는 명분 아래 개인정보를 낱낱이 까발리고 생트집을 잡아 모욕할 것이다. 과거의 고통은 순식간에 현실로 소환되고 유공자들은 스스로 결백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유공자의 명단과 공적, 선정 사유 등을 공개하는 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없다. 이미 다양한 추모사업과 기념관 등으로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기리고 있다. 당시 상황을 담은 비디오와 문헌 자료 등을 통해 충분한 역사 교육 또한 가능하다.

어떤 정치인은 '명단공개는 가짜 유공자를 가려 진짜 유공자의 명예를 더욱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짐짓 유공자를 위하는 체한다. 가짜유공자를 가려내는 일은 국가보훈처가 할 일이다. 적법한 절차를 밟아 엄격한 조사를 하면 되는 것이다. 유공자 선정과 검증 시스템을 빈틈없이 만드는 것이 실질적인 방법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명단만 공개하면 모든 의혹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5.18민주화운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다.

5.18 민주 유공자를 북한군으로 폄훼하고 가짜뉴스로 조롱하는 자들이 활개치고 있다. 유공자를 대우하는 꼴을 온 시민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보고 있다. 이 나라가 다시 한번 위기에 처했을 때 앞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태그:#518 망언, #518 명단공개,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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