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일, 가을야구를 준비하던 SK 와이번스는 비상이 걸렸다. 작년 시즌 SK의 붙박이 1번 타자로 활약하며 135경기에서 타율 .313 161안타8홈런53타점93득점25도루를 기록하던 '노토바이' 노수광이 새끼 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한 것이다. 결국 노수광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그대로 시즌 아웃됐다. 프로 데뷔 5년 만에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SK는 노수광 없이도 가을야구에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를 차례로 꺾고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 받은 '짐승남' 김강민의 화려한 부활 덕분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429 3홈런6타점5득점으로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된 김강민은 한국시리즈에서도 6안타5타점4득점을 기록하며 노수광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이렇듯 프로 리그에서는 장기 레이스를 펼치다 보면 주전 선수가 뜻하지 않는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기량이 뛰어난 대체 자원들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리그와 컵대회 등을 포함해 많게는 한 시즌에 4~5개의 대회가 진행되는 축구에서 두꺼운 선수층은 더욱 중요하다. 주전 스트라이커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빠진 틈을 타 최근 3경기에서 무려 7골을 기록한 맨체스터 시티FC의 '초신성' 가브리엘 제주스처럼 말이다.
 
 맨체스터 시티 선수단

맨체스터 시티 선수단 ⓒ AFP/연합뉴스

 
메시의 조력자? 맨시티의 '살아 있는 전설' 아구에로

월드컵 등 대형 국제대회 위주로 축구를 즐기는 팬들에게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와 아이들'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통산 4번의 월드컵에 출전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MVP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수상했던 메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선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메시를 제외한 나머지 아르헨티나 대표팀 선수들도 대부분 유럽 빅리그를 주름잡는 스타들이다.

이는 맨시티의 주전 스트라이커 아구에로 역시 마찬가지. 대표팀에서는 그저 '메시의 조력자' 정도로만 보이지만 실제 아구에로는 유럽 축구 전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슈퍼스타다. BBC의 축구해설가로 활동 중인 1990년대 잉글랜드의 축구 영웅 앨런 시어러는 "아구에로는 '월드클래스'라 불릴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선수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실제로 맨시티 내에서 아구에로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맨시티는 아구에로를 영입한 2011-2012 시즌 무려 44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아구에로는 퀸즈파크 레인저스와의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 득점을 성공시켰다. 2012-2013 시즌에는 리그 12골로 부진(?)했지만 2013-2014 시즌 17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4위로 재도약에 성공했다.
 
 2019년 1월 4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경기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맨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선제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2019년 1월 4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경기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맨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선제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아구에로는 맨시티 입단 4년 차가 된 2014-2015 시즌 리그에서만 26골을 기록하며 생애 첫 득점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맨시티의 핵심 스트라이커로 자리 잡은 아구에로는 2017-2018 시즌까지 다섯 시즌 연속 득점 랭킹 5위 안에 포함되며 EPL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떨쳤다. 특히 2017년 11월 SSC 나폴리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는 맨시티 입단 후 178번째 골을 기록하면서 맨시티 클럽 역사상 최다골의 주인공에 등극했다.

 흔히 팀 내에서 이 정도로 높은 존재감을 가진 선수가 부상 등의 이유로 경기에서 빠지면 그 팀은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네이마르가 없는 브라질 대표팀이나 해리 케인이 없는 토트넘 핫스퍼 등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하지만 맨시티는 아구에로가 감기 증세와 체력 관리로 선발 출전하지 못한 최근 3경기에서 19골을 쏟아 붓는 무서운 화력을 선보이며 연승을 기록했다. 맨시티의 '주전 같은 백업 스트라이커' 제주스 덕분이었다.

아구에로 대신 선발 출전한 최근 3경기서 7골 폭발한 제주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있는 남미에서는 매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축구 유망주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 프랑스나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유럽의 중상위 리그를 거쳐 빅리그에 진출한다. 하지만 '역대급'으로 평가 받는 재능들 중에서는 자국리그에서 곧바로 빅클럽으로 스카우트되는 경우가 있다. 산투스FC에서 곧바로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던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FC)가 그랬고 SE 파우메이라스에서 맨시티로 직행한 제주스가 그랬다.

제주스는 2015년 3월 프로에 데뷔해 그 해 브라질 올해의 유망주상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2016년 브라질 축구 협회와 언론이 선정한 리그 MVP에 등극했다. 일찌감치 제주스의 뛰어난 재능을 확인한 맨시티에서는 3275만 유로(약 420억 원)의 적지 않은 이적료를 지불하며 약관의 천재 공격수를 프리미어리그로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제주스는 후반기에 합류한 2016-2017 시즌 단 10경기에 출전해 7골4도움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범상치 않은 재능을 선보였다. 제주스는 2017-2018 시즌에도 리그에서만 16개의 공격포인트(13골3도움)로 맨시티의 리그 지배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제주스는 큰 기대를 받고 출전한 러시아 월드컵에서 무득점에 그치며 '초신성'의 명성에 흠을 남기고 말았다.
 
 EPL 맨체스터 시티 소속 공격수 가브리엘 제수스

EPL 맨체스터 시티 소속 공격수 가브리엘 제수스 ⓒ EPA/연합뉴스

 
제주스는 이번 시즌에도 21라운드까지 리그에서 단 3골에 그치며 월드컵에서의 부진이 이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제주스는 FA컵 64강 로더럼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바꿨고 10일 버턴 알비온FC와의 카라바오컵 4강 1차전에서는 무려 4골1도움의 '원맨쇼'를 통해 길었던 부진을 털어 버렸다. 제주스는 아구에로 대신 선발 출전한 15일 울버햄튼과의 리그 경기에서도 멀티골을 터트리며 맨시티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제주스는 이번 시즌 모든 대회를 합쳐서 13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스가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는 축구팬은 거의 없다. 그만큼 제주스는 맨시티가 기대하고 전세계 축구계가 주목하는 초특급 유망주라는 뜻이다. 그리고 아직은 '미생'인 만 21세의 젊은 유망주 제주스가 완성형 공격수로 거듭날 때 맨시티와 브라질 대표팀은 지금보다 더욱 강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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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2018-2019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FC 세르히오 아구에로 가브리엘 제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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