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DS 프리뷰] '16-17 왕중왕전' 휴스턴 vs. 클리블랜드

[ALDS 프리뷰] '16-17 왕중왕전' 휴스턴 vs. 클리블랜드 ⓒ 오마이뉴스

 
보스턴, 양키스 등 전통의 강호들이 꾸준히 상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동안, 나머지 2-3자리는 다른 팀들이 돌아가면서 자리를 채운다. 이것이 최근 아메리칸리그 포스트시즌의 기본적인 구도다. 2010년대 초에는 텍사스와 볼티모어 같은 팀이, 중반에는 캔자스시티 같은 팀이 돌아가면서 한 자리씩을 차지했다. 실제 2010년대 들어 포스트시즌에 한 번도 못나간 팀은 시애틀(2001년 마지막), 시카고 화이트삭스(2006년 마지막) 두 팀 뿐이다.

최근 3년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두 팀이 맞붙는다. 클리블랜드와 휴스턴이 그 주인공이다. 각자 리빌딩을 통해 유망주를 얻어 키워오다가 캔자스시티, 볼티모어, 토론토 같은 팀들이 물러나자 재빨리 그 자리를 차지한 두 팀이다. 그러면서 클리블랜드는 16시즌 리그 우승을, 휴스턴은 17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각각 차지했다. 올해에도 둘은 각자의 지구에서 지배력을 보이면서 포스트시즌 티켓을 무난히 따냈다. 이번 황금기의 멤버들로 많은 것을 이루고자 하는 두 팀이 처음 맞붙는다.

# 클리블랜드 vs 휴스턴, 디비전시리즈부터 열리게 된 왕중왕전
 
 양팀 주요 성적 비교

양팀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클리블랜드는 올해 다소 쑥쓰러운 우승 타이틀을 차지했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는 올시즌 클리블랜드를 제외하면 리그 전체적으로도 최하위권 팀들이 많았다. 미네소타만 간신히 20위권 이내에 진입했을 뿐, 나머지 세 팀은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황금기를 지탱해준 불펜의 에이스들인 코디 앨런과 앤드류 밀러가 동반으로 추락하는 등 불펜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강력한 선발진과 린도어-라미레즈가 이끄는 타선의 날카로움과 파괴력은 건재하다.

휴스턴도 불펜에서 있었던 해프닝, 주축 타자의 잇달은 부상, 오클랜드의 맹추격 등 꼭 편하게만 흘러갔던 시즌은 아니었다. 하지만 추격을 잘 뿌리쳤고 타자들도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켜주고 있다. 문제를 일으켰던 자일스는 오수나로 바뀌었다. 징계와 재판 등으로 실전감각과 심리적 부분에서 우려가 있었지만, 성적으로 이를 불식시켰다(18G 2승 2패 12세이브 무블론 1.99). 작년 시즌보다 더 강력한 불펜진까지 갖추면서, 선발-불펜-타선 모두에서 더욱 완성된 팀으로 거듭났다.

정규시즌 성적 상으로는 휴스턴이 클리블랜드에게 근소하게 우위를 점했었다. 그러나 세부 득실차를 따지면 휴스턴을 기준으로 45득점-29실점으로 차이가 꽤 크다. 휴스턴의 대승 경기가 2차례 있는 것이 원인이었다. 반면 3점차 이내의 접전으로 펼쳐진 경기들에서는 클리블랜드가 오히려 3승 2패로 앞서있다. 정규시즌 동안 틈이 보이면 끈질기게 물고늘어졌던 클리블랜드가 포스트시즌에는 더 큰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할 것이다.

# 선발 분석
 양팀 선발진 비교자료

양팀 선발진 비교자료 ⓒ 정강민


두 팀 모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들로 로테이션을 꾸리고 있다. 코리 클루버가 이끄는 클리블랜드에는 클레빈저, 바우어, 카라스코 등 삼진머신들이 즐비하다. 그러면서 올해 선발진 fWAR 스탯에서 당당히 1위에 올라있다. 여기에 투구수를 계속 성공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트레버 바우어도 포스트시즌에는 머지않아 이전처럼 100구 이상 소화가 가능한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대체선발이 마땅치 않은 클리블랜드에서 바우어의 복귀는 매우 반가운 뉴스다.

다만 코리 클루버가 걱정이다. 2016 WS 7차전을 망친데 이어 작년 ALDS 2, 5차전에 나왔다가 6.1이닝 9실점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경기를 합산하면 11.25의 ERA가 나올 정도로 갑자기 포스트시즌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6 포스트시즌에서 월드시리즈 4차전까지 거침없다가 제동이 걸린 후 헤메고 있는데, 이번 포스트시즌은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지 주목해봐야한다.

클리블랜드가 1위라면, 휴스턴은 팀 선발진 fWAR 2위 팀이다. 올해도 사이영을 노려볼 성적을 기록한 저스틴 벌랜더를 필두로 게릿 콜, 찰리 모튼, 댈러스 카이클 등의 에이스급 선수들로 로테이션을 꾸리고 있다. 이름값으로는 전혀 클리블랜드에 밀릴 것이 없는 팀이다. 클리블랜드가 바우어의 복귀로 힘을 얻었다면, 휴스턴은 모튼이 그 역할을 해줘야한다. 지난 24일 경기 1이닝 소화 후 어깨통증 강판으로 가슴을 철렁하게 했지만, 다행히 시즌 마지막 경기 돌아오며 포스트시즌 출격을 예고한 상태다.

휴스턴은 댈러스 카이클의 부진이 걱정거리다. 올해 기복이 있는 피칭을 했었는데, 실전감각 유지 차원에 등판했던 9월 30일 경기 이전 5경기에서도 그 기복을 보여줬다. 9월 4일 미네소타 전 QS 이후 징검다리로 호투와 부진이 반복됐고 그마저도 20일, 25일 경기는 6이닝도 채 소화하지 못했다. 1-4선발까지 모두 강한 상대 선발진을 감안할 때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의 호투가 상당히 필요한 상황이다.

# 불펜 분석
 양 팀 불펜진 비교 자료

양 팀 불펜진 비교 자료 ⓒ 정강민

 
클리블랜드가 이전 2년 동안 가장 강점으로 주목받았던 요소는 바로 불펜이었다. 리베로 같은 활동반경을 보여준 앤드류 밀러, 또 기존의 코디 앨런이나 브라이언 쇼 같은 선수들이 잘 조합된 불펜은 16-17시즌 리그를 지배했다. 그랬던 불펜이 올해 밀러의 부상과 앨런의 부진 등으로 붕괴되고 말았다. 브레드 핸드도 불펜진에 추가하긴 했지만 불펜진의 이전 명성은 회복하지 못했다. 불펜진이 무너지면서 공교롭게도 2년 전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 속에 마운드 운영을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휴스턴의 불펜은 큰 변화가 있었다. 마무리투수였던 자일스와 토론토 마무리 오수나의 자리를 맞바꾼 것이다. 가정폭력으로 75G 정지라는 무거운 징계를 받았던 오수나인데 마침 팀에서 문제를 일으킨 자일스를 과감히 내치고 오수나를 끌어안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오수나는 마무리투수로 복귀해 12세이브 노블론으로 기대에 보답했다. 여기에 콜린 맥휴가 키 셋업맨으로 또 한번 변신했고 라이언 프레슬리와 헥터 론돈 등 새로 불펜에 합류한 투수들이 다 잘해주고 있다. 작년과 달리 뒷문이 편안한 야구를 하기 원하는 휴스턴에게 성적으로 일단 좋은 신호를 보냈다. (9월 ERA 3.05 AL 1위)

# 타선 분석
 양팀 타선 비교자료

양팀 타선 비교자료 ⓒ 정강민

 
클리블랜드는 화력 야구도 세밀한 야구도 모두 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도루도 많이하고 기본적으로 주루플레이에 능한 선수들이 많다. 타선을 이끄는 린도어(23도루)와 라미레즈(30도루)부터 시작해서, 그렉 앨런(21도루)과 라자이 데이비스(21도루)가 클리블랜드 육상부의 핵심 선수다.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는 주전들과 승부처에 투입할만한 대주자들을 많이 보유한 클리블랜드는 언제든 상대 내야를 헤집고 다닐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휴스턴은 화끈한 타격을 즐기고 득점권에서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리그 전체에서 보스턴(.868) 다음으로 높은 OPS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득점권 상황에서 때려낸 56홈런은 MLB 1위 기록이다. 특히 알렉스 브레그먼, 타일러 화이트, 율리 구리엘은 득점권에서 1이 넘는 OPS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주자가 없을 때 다소 부진하긴 하지만, 득점권에서의 엄청난 공격력으로 찬스에서 점수로 연결짓는 능력은 매우 뛰어난 타선이다.

# 시리즈 관전포인트

클리블랜드는 타선을 이끄는 린도어-라미레즈가 9월 들어 타격감이 식는 모습을 보여줬다. 린도어는 8개의 홈런을 치긴 했지만 타율은 .232로 많이 저조하고, 라미레즈는 아예 1할대 타율에 최근 37경기 2홈런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둔 팀과 그렇지 못한 팀 상대 시의 결과물에도 활약의 차이가 꽤 컸다. 포스트시즌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면 둘의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휴스턴의 걱정거리는 수비력. 에러 자체는 리그에서 가장 적지만 수비범위 부분에서는 좋은 점수를 못받고 있다. 물론 공을 잡기만 하면 아웃카운트를 쌓아가는 데에는 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비반경(특히 내야쪽)이 좁게 되면 발야구도 가능한 클리블랜드의 주자들에게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주루, 수비 등 디테일한 플레이에서 약점이 있는 휴스턴인데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게끔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2016년의 리그 챔피언, 2017년의 리그 챔피언. 정상에 서본 자들이 또 한번 큰 성과를 위해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클리블랜드는' 와후 추장의 저주'를 끊고 50년만의 WS 우승과 함께 지난해 리버스 스윕의 아픔을 떨치길 원하며, 휴스턴은 양키스의 3연패(98-2000)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2연속 우승을 목표로 뛰어들었다. 또다시 맞이한 전력의 정점을 잘 활용하기 원하는 두 팀의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이 시작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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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메이저리그 디비전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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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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