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하늘, 상쾌한 강바람, 따사로운 햇살... 요즘 한강에 가면 연중 가장 좋은 날씨가 맞아준다. 짧은 가을이라 그런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자전거도로를 따라 신나게 페달을 밟으며 봄 여름에 하지 못했던 숨을 맘껏 마시고 내쉬었다. 화창한 가을날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봄에는 미세먼지에, 여름엔 폭염 때문에 시민들이 찾지 않아서일까. 한강의 명소 가운데 하나인 양화대교·한강대교·한남대교 등 한강다리 위 전망카페들이 문을 닫았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있던 중 동호회(인터넷 자전거 카페)에서 반가운 소식을 보게 됐다. 동작대교 남단에 있었던 전망카페가 새로 개점했단다.
예전 이름 그대로 노을카페(동작구 동작대로 335)와 건너편 구름카페(동작구 동작대로 350)가 다리 위에 우뚝 서있다. 옥상에도 야외 카페가 있어 한강다리 가운데 가장 전망이 좋았던 곳이었다. 해 저문 저녁에 가면 산속에서 민가를 만난 듯 노란 형광 불빛의 카페가 반갑고 포근하다.
해질녘엔 부러 이곳을 찾아오는 시민들이 있을 정도로 주변 야경이 좋다. 다리 위 카페까지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와 자전거 거치대가 마련돼 있어 자전거 라이더들도 이용하기 좋다. 자가용 이용자를 위해 카페 앞 한강다리 위에 공영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전철역(동작역)이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것도 장점이다.
북콘서트가 열리는 한강 전망카페
지난 8월 31일에 재개점한 2곳의 카페엔 전에 없던 편의점과 서점까지 생겼다. 약 175㎡(53평) 규모의 작은 공간이 참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1층 - 카페 공간, 2층 - 편의점, 3층 - 서점, 4층 - 북카페, 5층 루프탑 카페 (야외 옥상 전망대)로 되어있다.
어느 층이나 사방이 둥그런 유리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한강의 경치를 맘껏 감상할 수 있다.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같이 온 사람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편의점에서 바리스타가 직접 만들어 주는 맛난 커피와 수제 맥주 등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좋았다.
2, 3층 서점·북카페에선 베스트셀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신간들을 구입하거나 읽을 수 있다. 3층 '북 큐레이션(Book Curation)' 공간은 조금 더 특별했다. 출판사 직원들이 추천하는 책을 골라 전시하는 곳으로, 책 표지에 짧은 서평이 달린 작은 메모지가 붙어있어 눈길을 끌었다.
얼마 전에 열린 북콘서트(작가와의 만남 행사)와 바리스타 클래스 행사를 시작으로 매달 문화 관련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문화가 있는 한강전망카페'를 표방할 만 했다.
노을카페, 구름카페 모두 있는 야외 옥상카페는 아름다운 석양과 야경으로 유명하다. 속이 탁 트이는 너른 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와 맥주 맛이 특별하다. 노을카페 루프탑은 한강의 노을은 물론 남산타워 야경을 감상하기 좋고, 구름카페 옥상 전망대는 반포대교의 명물 달빛 무지개 분수를 볼 수 있다.
한강을 넘어가기 위한 길다란 콘크리트 통행로에 지나지 않았던 다리에 이런 쉼터가 다시 생기니 삭막하게만 느껴지던 한강다리에 한결 정이 간다. 수익성이 좋지 않아 문을 닫아야 했던 다른 한강다리 전망카페들에게 좋은 사례가 될 듯 했다. 한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강변에서 보이는 다리 위 전망카페는 '등대' 같았다.
[여행정보]
* 운영시간 : 오전 10시~자정 (연중무휴)
* 교통편 : 지하철 4, 9호선 동작역(1,2번 출구)에서 도보 3분
* 문의 : 노을카페(070-7775-6898), 구름카페 (070-7775-7730)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