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매력을 갖고 있는 포수다. 타석에서는 부드러운 타격폼으로 장타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수비에서는 여우같은 리드로 투수들을 이끈다. 올 시즌 소속팀의 독주를 이끌고 있고, 이제는 국가를 대표하는 포수로 그라운드를 밟을 준비를 마쳤다. 두산 베어스의 안방마님 양의지의 이야기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나는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나는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 연합뉴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이 26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기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B조 예선 대만과의 첫 경기를 치른다. 대표팀 엔트리 논란부터 태풍으로 인한 출국 걱정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별 탈 없이 자카르타에 입성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만전 선발 투수가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주전 포수 자리는 일찌감치 양의지의 몫이 됐다. 포스트시즌, 프리미어12 등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포수인 만큼 대표팀의 3연패 도전에 있어서 그의 활약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첫 경기 대만전부터 마운드 총동원, 포수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

타선은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다. 나름대로 최상의 전력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타율 1위' 이정후(넥센)을 비롯해 현재 활약 중인 타자들은 거의 다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표팀은 평소 리그에서 볼 수 없는 베스트 라인업을 이번 대회에서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결국 키를 쥐고 있는 쪽은 마운드다. 선동열 감독은 대회 전부터 마운드를 놓고 고민해왔다. 물론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APBC, WBC 등 이전 국제대회에서도 같은 고민을 했지만, 좋은 선발 투수를 찾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 리그를 지배하는 타고투저 현상과 함께 에이스급 투수들의 부진으로 고민이 더 커졌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선동열 감독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나는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선동열 감독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나는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 연합뉴스


특히 선 감독은 첫 경기 대만전부터 많은 투수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총력전을 예고했다. 대만전만 잘 넘어간다면 약체로 분류되는 인도네시아, 홍콩을 상대하고 29일에는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곧바로 30일과 31일 슈퍼 라운드, 다음 달 1일 결승전까지 빡빡한 일정이 기다린다. 일주일간 무려 6경기를 소화한다. 웬만하면 많은 투수를 기용하지 않고 대만전을 가져가는 게 낫다.

이럴 때일수록 포수, 양의지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공격뿐만 아니라 당일 선발 투수, 뒤이어 올라오는 불펜 투수들을 편안하게 리드하는 중책을 맡았다. 리그 경기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단기전에서는 포수의 리드에 순간적으로 경기의 흐름이 바뀌는 경우도 꽤 있다. 이번 대회에선 대만전이나 일본전이 그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의지는 더위가 찾아오면서 체력 저하로 고생했고, 쉴 시간도 없이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체력 안배 차원에서 이재원(SK)이 박종훈(SK)의 선발 등판 경기 또는 예선 한두 경기에서 선발 포수로 나설 순 있더라도 여전히 양의지의 비중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양의지의 공격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하위 타선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양의지

포수 연습하는 양의지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안게임 야구국가대표팀 훈련에서 양의지가 공을 던지고 있다.

▲ 포수 연습하는 양의지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안게임 야구국가대표팀 훈련에서 양의지가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소속팀에서는 상황에 따라 5번 타순으로도 올라왔으나 대표팀에선 그러지 않아도 된다. 내로라하는 타자들이 라인업에 포진돼 있고, 양의지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한방 있는 타자들이 중심타선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김현수(LG)-박병호(넥센)-김재환(두산)으로 이어지는 타순이 최고의 시나리오다.

현재로선 양의지는 6번 혹은 7~8번에 배치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선 감독이 타격 부담을 덜어주는 라인업을 꺼내들게 된다면 하위 타선에 배치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타율 2위' 양의지가 하위 타선으로 가는 것을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타선의 무게감도 더해지고, 주전 포수의 부담도 줄어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양의지뿐만 아니라 황재균(KT), 안치홍(KIA), 김하성(넥센) 등 누가 어느 타순에 배치되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양의지는 출국을 앞두고 "타선에 나보다 좋은 타자가 많아서 내가 수비에만 전념해도 될 것 같다. 투수들이 잘 던질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도 양의지가 안방을 든든하게 지켜주기만 하더라도 수월하게 대회를 치를 수 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양의지의 올 시즌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5.66으로 리그 전체 타자들 중에서 김재환(5.67) 다음으로 높다. 그러나 양의지의 존재감은 수치만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번 대회에서도 '여우같은 곰' 양의지의 진면모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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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아시안게임 양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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