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소속 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최근 몇 년 중 가장 위기감이 큰 8월을 보내고 있다. 류현진이 다저스에 합류한 2013년부터 다저스는 후반기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거의 놓치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9월에 지구 우승을 확정하고 포스트 시즌 준비에 들어가는 모습이 빈번했으나 올해는 8월 말이 되어가도록 지구 선두는커녕 와일드 카드 순위권 경쟁도 버거운 상황이다.

다저스는 23일(이하 한국 시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 경기에서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이 역전패를 허용하면서 카디널스와의 홈 3연전을 모두 내 주고 말았다. 같은 날 지구 선두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아래 디백스)와 2위 콜로라도 로키스가 모두 승리(오승환 4경기 연속 무실점 포함)하면서 다저스와의 승차는 더욱 벌어졌다.

다저스는 23일까지 치른 128경기에서 67승 61패 승률 0.523을 기록하고 있는데, 선발 로테이션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탬파베이 레이스의 승률 0.520(66승 61패)와는 반 경기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레이스는 선발 로테이션 5명을 채우지 못하여 1년에 1~2번 꼴로 1~2이닝만 던지는 시작 투수들로 시작하여 구원투수들로만 이어 던지는 불펜 데이를 시즌 내내 시행하고 있는 팀이다. 레이스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양키스와의 승차가 너무 벌어져서 일찌감치 포스트 시즌 진출의 꿈을 접었다.

현재 다저스보다 승률이 낮은 팀 중 5할 이상을 기록한 팀은 워싱턴 내셔널스(127경기 64승 63패 0.504) 뿐이다. 내셔널스는 논 웨이버 트레이드 마감 시한까지는 셀러로 나서지 않았으나 결국 포스트 시즌 진출을 포기하고 웨이버 시장에 선수들을 대거 내놓았다. 한때 브라이스 하퍼도 웨이버 공시했다가 철회한 적이 있었다. 8월에는 웨이버 공시 기간에는 승률이 낮은 팀부터 클레임을 걸 수 있고 그 기간이 지나면 모튼 팀으로의 이적이 가능하다.

지쳐버린 잰슨의 심장, 지쳐버린 다저스 불펜

다저스는 23일까지 팀 평균 자책점이 3.50으로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좋다. 다저스보다 팀 평균 자책점이 좋은 팀은 디펜딩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3.13) 뿐이다. 선발투수로 한정해도 다저스의 평균 자책점은 3.23으로 내셔널리그 1위이며, 애스트로스 역시 선발투수 평균 자책점이 3.14로 다저스보다 유일하게 좋은 팀이다.

문제는 다저스의 불펜이다. 애스트로스는 구원투수 평균 자책점 부문에서도 3.09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제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다저스는 3.95로 내셔널리그 7위에 그치고 있다. 다저스는 올 시즌 63번의 세이브 기회가 있었으나 이 중에서 39세이브에 그쳤다. 이 부문 1위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와일드 카드에 도전하는 시애틀 매리너스로, 70번의 기회 중 50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래도 다저스가 39세이브를 기록한 것은 35번의 세이브 기회 중 32번을 성공한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문제인 부분은 선발투수에서 마무리투수까지 가는 중간투수들인데, 다저스는 올 시즌 72홀드로 이 부문에서 내셔널리그 7위에 그치고 있다.

다저스, 컵스 꺾고 NLCS 2승째 2016년 10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로스엔젤레스 캔리 잰슨이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MLB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경기를 펼치고 있다.

LA다저스의 캔리 잰슨 ⓒ 연합뉴스/EPA


그런 상황에서 다저스는 잰슨의 부상까지 맞이했다. 2012년 심장 질환과 관련하여 수술을 받았던 적이 있는 잰슨은 올 여름 콜로라도 주 덴버 원정을 위해 선수단과 이동했다가 심장의 상태가 이상함을 호소했다. 부정맥 증상이 발견된 잰슨은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고, 최소 4~6주 정도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에 의해 정규 시즌의 남은 일정 대부분을 날릴 뻔 했다.

다저스 팀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잰슨이 다시 공을 던져도 좋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이에 잰슨은 10일 부상자 명단에서 해제되자마자 바로 로스터에 복귀했고, 21일에 복귀전을 치렀다. 그런데 잰슨은 21일 경기에서 2피홈런 2실점 패전을 기록했고, 22일 경기에서도 1피홈런 2실점 패전을 기록했다. 부상 전 2.15였던 잰슨의 평균 자책점은 2.72까지 치솟았다.

잰슨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다저스는 불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류현진의 조기 복귀를 결정했다. 원래 류현진은 3번의 재활 경기를 치른 뒤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2번의 재활 경기만 치른 뒤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했으며, 복귀 첫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하면서 지난 해 포스트 시즌 구원 등판에서 호투했던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가 불펜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류현진, 105일 만에 '완벽한 복귀전'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류현진(LA 다저스)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류현진은 105일 만의 복귀전에서 6이닝 동안 삼진 6개를 뽑으며 3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LA 다저스의 류현진 ⓒ 연합뉴스


팀 홈런은 리그 1위 다저스, 최근 3경기 6득점에 그쳐

투수들도 지쳤지만, 다저스에서 더 심각한 부분은 타선이다. 다저스 타선은 23일 경기에서만 해도 카디널스의 선발투수 잭 플래허티를 공략하지 못하고 6회말 1사 상황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다저스는 이날 경기에서 도합 2개의 안타밖에 만들지 못했다. 6회말 1사 후 작 피더슨의 솔로 홈런과 8회말 야시엘 푸이그의 단타 이외에 방망이로 출루하지 못한 다저스는 결국 이 날 경기에서 1점밖에 내지 못했다. 선발투수 워커 뷸러가 7이닝 3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104구)의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역투했지만 하마터면 승리투수 요건도 못 갖출 뻔 했다.

그러나 뷸러의 승리는 끝내 날아가고 말았다. 8회말 매니 마차도가 2사 만루 찬스를 유격수 땅볼로 날려 버리면서 타오르는 타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만 것이다. 불펜에서도 8회초 스캇 알렉산더가 동점 홈런을 허용했고, 9회초 잰슨이 결승 홈런(2점)을 허용하면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다저스는 트레이드 시장에서 유망주를 8명이나 희생하면서 마차도(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브라이언 도저(미네소타 트윈스)를 데려왔지만, 그 효과를 크게 느끼진 못하고 있다. 마차도는 다저스 합류 이후 32경기 5홈런 12타점에 그치고 있고, 도저는 다저스 합류 이후 20경기 3홈런 12타점이다.

다저스는 타선을 더 보강하기 위해 웨이버 트레이드 시장에서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에게 클레임을 걸었을 정도였다. 하퍼는 올 시즌이 끝난 뒤 FA가 되는데, 시즌 포기를 선언한 내셔널스가 하퍼를 웨이버 공시했던 상황이었다. 내셔널스는 이미 대니얼 머피(시카고 컵스), 맷 애덤스(카디널스) 등의 선수 이적을 완료하는 등 전력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다저스가 하퍼에게 클레임을 걸기는 했지만, 내셔널스가 하퍼에 대한 웨이버를 철회하면서 다저스는 하퍼를 영입할 수 없게 됐다. 구단에서 웨이버를 철회하면 그 선수는 웨이버 트레이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을 통과하면 모든 구단으로 이적이 가능하지만 웨이버를 풀었기 때문에 다저스는 협상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마차도와 도저를 보강했다고 하지만, 다저스의 기존 타선도 좀 더 힘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1루수 코디 벨린저는 최근 7경기 1홈런 6타점 타율 0.321을 기록하고 있다. 3루수 저스틴 터너는 최근 7경기 2홈런 6타점 타율 0.333에 7득점으로 나름 타선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 테일러가 최근 7경기 무홈런 무타점 9삼진 타율 0.208로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외야수 맷 켐프는 최근 7경기 타율은 0.333이지만 1홈런 3타점으로 영양가가 부족한 상황이다. 외야수 피더슨의 최근 7경기 타율은 0.111이며, 푸이그의 최근 7경기 타율은 0.217(무홈런 3타점)이다.

무엇보다 다저스는 팀 홈런은 176개로 내셔널리그 1위(전체 1위 뉴욕 양키스 202개)지만, 득점권에서 타율이 0.243에 불과하며 OPS도 0.736에 그치고 있다. 다저스의 올 시즌 176홈런 중 득점권 홈런은 고작 30개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팀 타점 376점으로 30개 팀 중 16위에 그치고 있다. 류현진의 선발 경기에서도 다저스는 류현진을 조기에 대타 교체해서라도 점수를 더 뽑으려고 했지만, 대타로 나왔던 도저가 찬스를 날리고 말았다.

다저스, 남은 순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다저스는 이제 정규 시즌 34경기가 남았다. 이들 중 디백스와는 7경기, 로키스와는 6경기가 남았다. 이들과의 맞대결에서는 최대한 이겨야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바라볼 수 있다. 그 이외의 상대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6경기), 텍사스 레인저스(2경기), 뉴욕 메츠(3경기), 카디널스(3경기), 신시내티 레즈(3경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3경기) 등이다.

이들 중 포스트 시즌에 도전하고 있는 상대들은 디백스, 로키스, 카디널스의 3팀이다. 시즌 절반 쯤 치렀을 때 마이크 매시니 감독을 경질한 카디널스는 오히려 감독 대행 체제로 가는 현재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가을의 좀비라는 별명답게 시즌이 끝나갈수록 더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최근 10경기 8승 2패).

디백스는 최근 10경기 7승 3패, 로키스는 최근 10경기 8승 2패의 상승세다. 반면 다저스는 카디널스와의 3연전 스윕을 당한 것을 포함해 최근 10경기 3승 7패로 이들과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지역 언론인 LA 타임스에서도 다저스는 리그 최고의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지만 불펜이 와해 직전이며, 타자들은 홈런 아니면 삼진 가능성이 높은 발사각도로 타격을 한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아직 희망을 갖고 기대할 수는 있지만 지금 당장은 희망이 생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LA 타임스'에서는 다저스가 디백스를 상대로 최소 5승 2패는 해야 뒤집을 가능성이 생기는데, 다저스가 그럴 능력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와일드 카드 경쟁은 더 힘들다. 카디널스와 밀워키 브루어스(71승 58패) 그리고 필라델피아 필리스(68승 58패)와도 경쟁해야 하는데, 2위 브루어스와의 승차도 3경기 반으로 만만치 않다. 그리고 와일드 카드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되면 월드 챔피언까지 11승이 아닌 12승이 필요하게 된다. 게다가 포스트 시즌에서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014 NLCS 및 월드 시리즈 MVP) 만큼의 강심장을 갖고 있지 않는 클레이튼 커쇼가 와일드 카드 결정전의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다저스의 선발투수 클레이턴 커쇼

LA다저스의 클레이턴 커쇼 ⓒ EPA/연합뉴스


다저스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후반기 대부분 서부지구 선두를 지켰다. 다저스가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마지막 시즌은 2012년이었다. 그랬던 만큼 8월이 되도록 지구 선두와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것이 낯설 정도다.

물론 스포츠의 세계에서 영원한 강팀은 없고, 다저스도 하위권으로 처졌던 시기들이 있었다. 그러나 다저스는 1988년 월드 챔피언 이후 30년 동안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으며, 이에 대한 한을 풀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전력으로 달려왔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에도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해 유망주들까지 희생해가면서 전력을 보강했을 정도다.

부정맥으로 쉬고 있던 잰슨도 부상자 명단 해제에 필요한 최소 10일이 지나자마자 바로 복귀했을 정도로 다저스는 순위 역전에 열의를 올리고 있다. 일단 다저스는 24일 경기가 없고, 25일부터 레인저스와의 원정 2연전을 치른다. 5주 반 가량 남은 시간 동안 다저스가 전력을 재정비하고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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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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