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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저녁 6시 경북 칠곡군 에프원케미칼 폐수처리용 정화제 제조공장에서 황산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황산을 보관 중이던 탱크가 1m 가량의 균열이 생겨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갈라져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에프원케미칼 누출사고는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지자체를 포함한 관계기관의 사고대응과정에서 몇가지 문제를 드러내며 화학사고 시 지역대비체계 구축과 대피메뉴얼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 첫 번째는 사고 발생 후 40여 분이 지나서야 발송된 주민 대피문자의 문제다. 화학사고 골든타임이 15분이라고 홍보하는 환경부 자료를 무색하게 한다. 그 내용도 상식적이지 못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많은 네티즌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데 어디로 가야하는지 답답했다'며 매뉴얼이 부재한 현 상황을 꼬집었다.
칠곡군청이 40여분만에 보낸 주민대피문자_안전한 곳은 어딘가요?
▲ [칠곡군청] 8월 7일 황산가스 누출 주민대피문자 칠곡군청이 40여분만에 보낸 주민대피문자_안전한 곳은 어딘가요?
ⓒ 현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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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칠곡군은 현재로선 보다 구체적인 문자를 보낼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화학사고 시 대피 메뉴얼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조례가 필요하다. 이 조례는 지난 2012년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누출 사고 이후 만들어진 화학물질관리법과 이 법을 모법으로 하는 '화학물질 안전관리 알권리 조례'를 말한다. 2015년 5월 인천광역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36개 지자체에서 제정되었지만 아직 경상북도나 칠곡군 조례는 없는 상태이다. 이번 사고가 계기가 되어 하루 빨리 제정되길 바란다.

두 번째는 관계기관 간의 정보공유의 문제이다. 칠곡소방서 관계자는 "위험물 안전관리법상 황산은 위험물에서 제외돼 있다" 며 "폭발할 위험은 없는것 같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정보의 부족이다. 황산은 화학물질관리법 상 독성과 폭발성이 강해서 인체와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고대비 물질로 지정되어 있다, 즉 특별관리가 필요한 물질이다. 소방서의 이러한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환경부는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의 화학물질 종류와 취급시설 정보를 소방서에 제공하여 사고 발생 시 효과적인 진압에 도움을 주어야 하지만 일선에선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다시 한번 '화학물질 안전관리 알권리 조례'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조례를 통해 구성되는 화학물질관리위원회 활동을 통해 관내 사업장 정보를 조사하고 대응메뉴얼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항시적 정보공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수원, 여수, 양산시 등이 조례운영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정보구축과 공유는 사고를 진압하는 소방관들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어떠한 공정으로 이루어진 사업장이며 어떤 물질을 어떤 규모로 사용하는지 알고 사고현장에 출동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화학사고에서 보여준 교훈이다.

셋째로 노후설비에 대한 점검과 관리제도의 문제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인 1m 정도의 탱크 균열이 생긴 이유와 제대로 점검되지 못한 이유가 조사되어야겠지만 산업단지 노후설비 관리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화학사고의 주요원인 중 노후설비문제는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설비점검과 교체 등 관리는 사업주에게만 맡겨져 있다. 사업주는 비용문제로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어 제도개선 요구가 있어 왔다. 공공시설물 안전관리특별법이 있듯이 이보다 더 위험한 산업단지 안전관리법안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내용은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사업주의 관리실태를 지도, 관리감독하고 교체비용 등을 보조해주는 등의 조치이다.

노동부와 환경부 등 관계기관은 합동으로 30년 이상된 노후설비 보유사업장을 1차로 조사한 바도 있다. 이후 2차 정밀조사와 제도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한 지가 벌써 2년이 지났다.

화학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인명피해가 없는 작은 사고라고 치부하며 넘기다 큰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이다. 할 수 있는 개선방안은 이미 나와 있다. 정부부처와 지자체의 의지의 문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경상북도와 칠곡군은 시급히 조례제정에 나서길 촉구한다. 더불어 정부는 산업단지 노후설비개선안 마련을 위한 사업을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일과건강은 경북지역의 도조례와 기초단체 조례 제정을 위해 9월 구미불산사고 6주년 토론회를 지역단체와 개최예정이다.



태그:#황산가스, #누출사고, #경북 칠곡군, #일과건강, #에프원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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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건강 기획국장으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사무국장이며 안전보건 팟캐스트 방송 '나는무방비다'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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