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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서울중앙지검(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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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작업이 지지부진합니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검찰 개혁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검찰 개혁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과제를 중요한 것처럼 오해하거나, 혹은 개혁이 필요한 원인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중요하지 않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헛힘을 쓸 수도 있고, 혹은 엉뚱한 방향으로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몇 가지 오해에 대해 설명을 드립니다. 첫 번째가 '법무부 탈검찰화'입니다.

'법무부 탈검찰화'는 법무부에 있는 자리 중 검사가 맡고 있던 자리들을 검사가 아닌 사람들로 교체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법무부에는 '통일법무과', '상사법무과'라는 부서들이 있습니다. 각각 통일과 관련된 법적 업무 그리고 상법 등 상사(商事)와 관련된 법적 업무를 하는 부서입니다. 검찰 업무와 관계가 없기 때문에 굳이 검사들이 이런 부서에 근무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 분야에 경험이 많은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은 물론 현재까지도 검사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전문가로 교체하자는 것입니다.

당연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부장검사는 대체로 1년마다 인사가 있고, 평검사는 2년마다 인사가 있습니다. 통일법무과나 상사법무과는 전문성이 필요한 부서인데 이렇게 자주 구성원이 바뀌면 일관성 있는 업무추진이 어렵습니다. 전문가를 채용해서 장기간 근무하게 하는 것이 사리에 맞습니다.

검찰의 법무부 장악에 관한 오해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런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검찰 개혁의 주요 과제라고 주장합니다. 일부 교체가 이루어진 것을 놓고는 검찰 개혁의 성과라고 내세우기도 합니다.

과거 검사들이 차지하던 법무부 주요 보직을 검사가 아닌 사람으로 교체함으로써 정상화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검찰이 법무부를 장악하고 있었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심지어 법조 출입 기자들도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검찰 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검찰 개혁과 별 관련이 없습니다. 검사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도 사실과 동떨어진 인식입니다.

법무부의 업무들은 법률사무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변호사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탈검찰화'가 이루어진 법무부의 부서들(인권국장,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법무실장 등)에도 예외 없이 변호사들이 채용되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의 숫자가 지금처럼 많아지기 전에는 법무부에서 변호사를 채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법무부에서 제공할 수 있는 처우는 검사와 비슷하거나 약간 떨어지는 수준입니다. 과거에는 그 정도 대우로 법무부가 변호사를 채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특히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를 초빙해서 장기간 근무를 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당시에는 변호사의 수입이 공무원에 비해 훨씬 높았기 때문입니다.

9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위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9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위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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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을 합격해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지금보다 훨씬 적던 시절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판.검사로 가거나 혹은 변호사 개업을 해서 고소득을 올렸습니다. 조금 천박하게 들리겠지만, 변호사가 법무부 상사법제과에 채용된다면, '판검사도 아니면서 공무원 수준의 월급에 만족하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것입니다. 일반 공무원은 승진을 바라볼 수라도 있지만, 세분화된 부서에 맞춰서 채용되는 사람에게는 그런 기회도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은 사실상 찾기 어려웠습니다. 법무부가 통일법무과나 상사법무과에서 장기간 근무할 변호사를 뽑을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때문에 과거 법무부는 전문적 법률지식을 갖춘 검사들을 '정부의 일을 하는 변호사'로서 사용한 것입니다. 공무원 수준의 월급을 주고 우수한 변호사를 쓴 것이지요. 전문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부 부서에서는 검사들을 3년씩 근무시키기도 했습니다. '검사들이 법무부를 장악했다'는 말은 별 근거가 없는 얘기입니다. 어떻게보면 검사들이 '차출'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검찰 업무와 관련이 없는 부서에는 검사가 아닌 일반 법률가를 채용해서 훈련시키고 더욱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합당합니다. 최근에는 변호사 숫자도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법무부에서 그런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원자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적 배경을 보면 이런 일은 검찰 개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법무부 업무의 합리화, 법무부 개혁'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진짜 개혁은 검찰의 힘 줄이기

법무부의 주요 부서에 다양한 경험을 갖춘 변호사들이 진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앞으로 더욱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검찰 개혁의 성과'로 포장되는 것은, '진짜 필요한 개혁은 지지부진한데 마치 무언가 해낸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피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검찰이 담당하는 역할을 줄이는 것이 진짜 검찰 개혁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의 실근무 검사 숫자가 300명 수준에 달하고 있고, 계속 늘어나는 중입니다. 뉴욕, 동경 등 선진국 어느 주요 도시에도 이런 거대한 검찰청은 없습니다. 숫자나 규모로 보면 서울중앙지검은 어떤 면에서 '기소권을 가진 경찰'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검찰이 담당하는 역할과 영향력이 줄어들면 당연히 검사의 숫자도 줄어들게 됩니다. 법무부에 근무하는 검사 몇 명이 검찰로 복귀한다고 해서 검찰이 개혁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보다 대폭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검의 검사 숫자가 100명 이하로) 줄어드는 날이 올 때 검찰 개혁 작업이 성과를 올렸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금 의원의 동의를 얻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태그:#검찰 개혁,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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