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와 판사,민간인 사찰 등 사법농단 의혹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법농단 의혹 질의에 답변하는 안철상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와 판사,민간인 사찰 등 사법농단 의혹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겸허한 자세로 정의를 실현해나가겠다는 약속..."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위와 같은 이유로 사법농단 문건을 모두 공개한 날, 검찰 수사는 또 한 번 가로막혔다. 과연 사법부에 자정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31일 법원으로부터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뇌물수수 재판기록을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을 통보받았다. 4일 전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모두 기각된 데 이어 판결문과 조서, 증거물에 대한 접근까지도 가로막힌 것이다.

법원 선언이 무색한 이유 

해당 사건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새로 포착한 의혹이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의 핵심파트너인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연결고리를 인식해 문아무개 판사의 비위를 알고도 덮었다는 내용이다. 이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에서 관련 문건이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검찰이 문 판사의 비위를 통보해줬음에도 구두경고로만 처리된 경위와 법원행정처가 구체적으로 세운 재판개입 계획이 실제 이행된 이유 등을 추가로 살펴볼 여지가 농후하지만 법원은 "별건 수사"라는 이유로 불허했다. (관련기사: 상고법원 위해 '판사 비위'도 덮었나... 검찰, 관련 문건 확보)

문건 전부를 공개하면서 밝힌 법원의 선언이 무색해지는 이유는 또 있다. 문 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날, 법원은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사법농단 의혹의 시작점인 '판사블랙리스트' 의혹을 밝힐 핵심 자료다. 특정 판사들에게 해외연수 기회 등에서 불이익을 주자는 계획이 실제 이행됐는지 판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자체조사단 조차도 이 부분은 실행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인사 기밀'이라는 이유로 자료 제공을 거부당했다. 이후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촉발된 검찰 수사에서도 인사 자료 접근이 가로막혀 버렸다. 법원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과 관련된 공무상 비밀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사법농단의 전모를 밝히는 일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했다. 압수수색 영장이 받아들여진 건은 이번 사태로 이미 법원을 떠난 임 전 차장 정도다. 2016년 대법원 사법연감이 밝힌 바에 따르면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완전 기각되는 비율은 0.9%에 불과하다. 특히나 이번처럼 조직이 총동원된 '조직 범죄'에서 관련자들의 통신내역마저 차단하는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법원 내부에서조차 수사 단서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이렇게 엄격하게 심사하는 걸 본 적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반 국민에게는 거의 자동으로 발부된 영장이 법관 앞에서 막히자 일각에서는 '특별영장전담법관'과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원이 실체 규명보다 '조직 보위'를 선택했다고 판단한 결과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 주최로 지난 30일 열린 '사법농단특별법' 공청회에서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이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태그:#사법농단, #법원행정처, #양승태, #안철상, #특별재판부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