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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구급대원이었던 제임스 가르시아는 도로 위 사고현장에서 구급활동을 하다가 지나가는 차량에 치어 왼쪽 팔과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출동이었지만 사고 책임은 자동차 운전자가 아닌 그 당시 규정상 도로 위에 있어서는 안 되는 구급대원 가르시아에게 부과됐다. 

이런 부당함을 바로 잡고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1996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Move Over Law'를 처음으로 만들어 시행하게 됐으며, 현재는 미국 전역에서 유효하다.   

법안의 주요 골자는 도로에 정차된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경찰차, 견인차, 위험물 처리차량 등)가 경광등을 켜고 있다면 운전자들은 긴급 자동차가 서 있는 차선의 옆 차선까지 총 2개 차선을 비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현저하게 속도를 줄여야 함은 물론이다.

긴급자동차를 보면 한 차선 더 비켜서 차량을 운행하라는 내용을 담은 노스캐롤라이나 주 캐르보로(Carrboro) 경찰서 홍보사진.
 긴급자동차를 보면 한 차선 더 비켜서 차량을 운행하라는 내용을 담은 노스캐롤라이나 주 캐르보로(Carrboro) 경찰서 홍보사진.
ⓒ Carrboro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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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조치는 소방대원이나 경찰관들이 고속도로 등 도로 위에서 충분히 공간을 확보해 안전하게 공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방화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의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2000년부터 2013년까지 고속도로에서 차량(일반차량 혹은 출동한 다른 소방차)에 치어 숨진 소방대원은 총 61명으로 조사됐다.

한편, '미국 사법경찰관 기금(National Law Enforcement Officers Memorial Fund)' 통계에 따르면 1999년 이후 고속도로에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차량에 부딪혀 숨진 경찰관은 150명이 넘는다. 이는 고속도로에서 경찰관이 총기에 맞아 사망하는 숫자보다도 훨씬 많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미국인들이 이 법안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각 주별로 캠페인을 통해 시민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Move Over Law'를 어길 경우, 주별로 100달러에서 7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하고 따로 벌점도 부과된다. 사안이 심각할 경우 수감될 수도 있다. 

테네시 주 'Move Over Law' 를 알리는 캠페인 사진.
 테네시 주 'Move Over Law' 를 알리는 캠페인 사진.
ⓒ Wilson County Emergency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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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소방관들 역시 도로 위 사고현장에 출동할 때면 2배로 더 긴장한다. 사고현장을 수습하다가 2차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서울 영등포구 서부간선도로에서 현장활동 중이던 구급차를 승용차가 추돌해 운전자는 사망하고 구급대원 3명은 부상을 당했다. 같은 해 부산시 사하구 화물차 교통사고 현장에서 통제 중이던 구조대원 2명도 SUV 차량에 부딪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충남 아산시 둔포면의 한 국도에서 동물구조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아산소방서 소속 여성소방대원 1명과 임용 예정이었던 예비 여성소방대원 2명이 대형트럭에 받혀 순직해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 6월 27일부터 소방청은 출동하는 소방차의 진로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로교통법이 아닌 소방기본법을 적용해서 그 책임을 보다 엄하게 물을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안전한 현장활동을 해야 하는 소방관들에게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고속도로 등 도로 위에서 소방차량이 정차해서 교통사고를 수습할 때보다 안전한 작업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미국의 사례와 같은 법적인 안전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태그:#이건 소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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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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